[인터뷰] 남양건설 유 현 상무
[인터뷰] 남양건설 유 현 상무
  • 김덕수 기자
  • 승인 2017.07.10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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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건설인 최초 IFAWPCA-CHOI 수상한 ‘유 현’
 

불합리한 제도 개선활동·건설산업 발전 기여
일관성 결여… ‘입찰제도’ 전문 공무원 필요 제안


▲ 유 현 남양건설 상무.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 = 지난 6월 IFAWPCA대회가 한국에서 21년만에 개최됐다. 이때 한국 여성 건설인 최초로 남양건설 유현상무가 수상했다.
세계 건설인과 한국 건설인들에게도 매우 놀라운 순간이었다.
건설은 남녀 장벽이 없다고 하지만 특히 여성들이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업종중에 하나다.
남양건설 유현 상무는 영업부문에서 베테랑이다.
회사를 위해서 혼신의 노력도 하지만, 국내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건설산업 정책과 입찰 제도에 건설업계의 입장과 대중소 건설업계의 이해를 도모시키며 건설산업이 발전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현 상무를 만나 수상소감을 들어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IFAWPCA대회가 얼마 전 한국에서 21년만에 개최됐다. 건설산업분야에 공로가 큰 주최국 건설인에게 주는 IFAWPCA-CHOI 상을 한국여성 건설인으로는 최초로 수상했는데 소감은 어떠한가?

저보다 더 훌륭한 분들도 많은데 제가 이런 국제적인 상을 받아 송구스럽기도 하지만 개인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건설산업은 여성들에게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인데 제가 성역에 갇히지 않고 충분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늘 공평한 기회를 주셨던 마형렬 회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모두가 윈윈하는 길을 가도록 미력하나마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습니다.
더불어 내년에 창사 60주년을 맞는 늠름한 우리 남양건설에도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 국내 영업부문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근무하셨다. 대다수가 남성인데 개인적으로 힘겹지 않았는가? 경쟁력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하는가.

남양건설은 제 첫 직장이고 그 이후로도 쭉 이곳에 근무했으니 장구한 세월이 흐른 것 맞죠? 건설업은 여성들이 귀할 뿐만 아니라 오너가 아닌 여성임원은 제가 유일하다보니 어느 모임을 가든지 홍일점인 제게 장기 근속비결을 물으시며 신기해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비결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사회는 남성 여성이냐를 떠나 따뜻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의 만남입니다.
신뢰를 토대로 진정성을 보이며 업무를 하다보면 관계마다 보이지 않는 끈들이 형성됩니다. 그 끈들이 모여 둥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건설업종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의리가 강하고 배려심이 많습니다.
남성들만의 모임은 자칫 경직될 수도 있는데 여성이 있으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는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이어서 힘들다기보다는 여성만이 가지는 섬세함 때문에 얻는 시너지효과가 많이 있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항상 의식했던 것 중 하나는 저라는 결정체는 저와 만나는 분들의 거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분들의 격이 떨어지지 않게 제가 부족한 것은 늘 채우려고 애썼고 실천으로 옮긴 부분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 광주 월드컵경기장(염주종합운동장 주경기장 공사).

- 남양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고비가 있었다. 이제 고비를 극복하고 다시 경쟁력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다. 어떠한가?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회사도 많은 장점이 있겠지만 전문성과 주인의식을 모두 갖춘 오너가 운영하는 회사는 엄청난 파워가 있습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책임감 및 근면의 본을 보이시는 회장님을 뵈면 저희 회사 어떤 임직원도 허리를 곧추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은 정신력의 승리입니다.
한때 적극적인 민간수주로 인해 일시적인 아픔도 겪었지만 유지경성의 신념으로 전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습니다. 고비를 겪었던 업체들 중 정상적인 관급공사수주를 통해 자력으로 재기한 업체는 남양건설 외에는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제도흐름을 파악하면서 기업자체가 항상 앞서가며 준비했고 남양건설의 자랑인 최고의 견적능력으로 성공적인 수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수주 이후에는 회장님, 사장님을 포함해 임원진들이 정기적으로 공사현장을 방문해 철저한 시공, 원가절감을 독려하시며 애사심을 고취시킨 것이 남양건설 재기 경쟁력의 원천인 것 같습니다.

- 남양건설에서 국내영업을 담당하면서, 한국의 건설 정책과 입찰 제도 등 정부와 업계를 위해 헌신하며 오랜 기간 동안 제도개선에 힘써왔다. 활동사항을 말씀해주시고 국내 입찰제도를 평가해보고 현재 시범사업 중인 입찰제도에 조언사항이 있다면?

저의 제도개선 관련 활동은 약 20년 전 저희 회장님께서 건설협회 광주·전남도 회장을 하실 때부터 시작해 대한건설협회장을 역임하실 때를 피크로 지금까지 지속된 것 같습니다.
활동 포커스는 국내 현실에 적합한 제도 발굴 및 불합리한 제도개선활동을 통한 바람직한 건설제도 정착에 맞춰왔습니다.
제도개선 활동사항으로는 국내 건설환경을 고려한 건설제도 관련 글로벌스탠다드의 정착, 견실한 중견기업들의 육성방안 모색, 적정공사비 확보 및 산업재해 저감대책 건의, 공기연장추가비용지급요청 등 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건설산업 제도개선 활동분야는 민원제도 개선위원회 위원(국토교통부), 건설분쟁 조정위원회 위원(경기도)을 역임했고, 건설산업 선진화포럼 임원(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비전포럼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질문 마지막에 국내입찰제도의 평가를 부탁하셨는데 지금까지의 국내입찰제도는 큰 그림으로 보면 이름만 다를 뿐이지 부찰제, 최저가제도, Best Value의 서클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도변화 단계마다 국내입찰제도는 기술발전을 유도하면서 글로벌스탠다드에 많은 근접을 했지만 계약제도담당 공무원들의 잦은 교체로 인한 전문가 부족으로, 제도기준의 일관성 결여 및 국내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이론 중심의 선진제도 도입으로 건설업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하고 행정낭비를 초래한 부분은 향후 정부 및 제도를 입안하시는 분들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일례로 현재 시범사업중인 순수내역입찰제 및 시공책임형 입찰제(Cm at Risk)가 있습니다.
선진입찰제도들이 국내환경에 맞으면 도입하는 것을 찬성하지만 제도도입 자체가 목표가 되면 안됩니다.
병원이나 학교 등 창의성이나 원가절감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에 적합한 순수내역입찰제 시범사업을 골조가 대부분인 아파트사업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교량, 터널 등 일부 고난이도 구조물에 물량내역수정을 허용함으로 충분한 제도도입취지를 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주도 불확실한 환경에서 20여개의 업체에게 과다한 설계비 부담을 주면서 대안입찰대상공사보다 더 높은 퀄러티를 요구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이 용역비로 인해 업계의 어깨가 너무 무겁지 않도록 종합심사제도내에서 버전을 바꿔 운용할 방법은 없는지, 설계. 시공 분리발주제도하에서 용역사의 설계누락으로 인한 업계Risk는 얼마일지, 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수주산업에서 건설업계에 또 다른 짐을 주지는 않을지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에 보완을 거듭해 도입을 전제로 하는 시범사업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 남부대수영장(2015광주하계U대회수영장, IFAWPCA건설상수상).

-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겠다. 최저가낙찰제가 폐지되고 종합심사낙찰제도가 도입이 되었는데 건설업계와 정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는가?

기존 최저가공사에 비해 약간의 낙찰율 상승도 있고 또 그 갭만큼 저가수주로 인한 부실공사 개연성을 축소시킨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 낙찰율이 5% 이상 상향되었던 시행초기에 비해 2년이 지난 지금 업계가 느끼는 적정공사비 확보에 대한 체감지수는 높지 않습니다.
고정비용 비중에 따른 단가심사범위조절 및 일정낙찰율 이하 감점기준을 두어 보이지 않는 심리적 낙찰하한선 설정함으로써 저가 투찰을 유인하고 있어 과거 최저낙찰제 공사와 차별성이 크지 않다고 느낍니다.
대부분의 발주처들은 제도운용 중에 낙찰율 상승이라 인식되면 평가항목의 기준을 수정해 일정선 이하로 낙찰률 하락을 유인했습니다.
게다가 낙찰자 선정의 기준이 되는 정부가격 70%와 입찰자 평균가격 30%가 반영되는 균형가격은 낮은 낙찰률에 한 몫 하는데다 입찰질서 문란요소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실질적인 시장평균가가 아닌 입찰자평균가격 비중을 줄이고 정부가격비중을 90%이상으로 높여서 시공주체가 누군가에 상관없이 적정공사비로 시공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 공공부문에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간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입찰제도 변화에 따라 공공부문의 경쟁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예를 든다면, 변별력 강화, 컨소시움 제한 등) 입찰 제도와 관련 전문적인 공무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쉽게 바뀌지 않는가 하는 문제점을 생각해본다. 어떻게 생각하나.

남양건설은 관람집회시설, 수영장을 포함한 체육시설, 택지, 농토목 등 열손가락안에 들어갈 정도의 탄탄한 실적을 보유했던 30위대 중견업체였습니다. 그리고 계열사인 남진건설이 현재는 중소업체이지만 한때는 1등급 후미까지 진입해 급작스런 성장에 당황했을 정도의 탄탄한 중소업체입니다.
이 말은 남양건설만큼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업체의 입장을 잘 아는 업체도 드물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형, 중견, 중소업체간의 불협화음은 상생을 저버린 결과물입니다.
큰틀에서 윈윈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합니다.
현재 종합건설업체수는 1만개가 넘습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지만 정책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선진제도를 논하면서 공사 난이도와 상관없이 입찰참가사 5개사 이내를 목표로 변별력 강화를 시도합니다.
그대로 된다면 종합건설업체간 일반하도급이 허용되지 않는 국내 시스템에서 5개사 이외의 업체들은 하늘만 쳐다보다 아사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나마 달라진 것은 아우성이 더 커지기 전에 담당공무원들이 상황파악을 하고 중심을 바로잡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중견업체라도 수백명의 고급 기술인력을 보유한 능력자입니다.
견실한 중견기업이 성장해 대기업이 되고 허리역할을 하는 중견이 무너지면 중소업체의 앞날 또한 암담해집니다. 담당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입찰계약제도 가이드라인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입찰제도 전문공무원이 필요합니다.

▲ 광주종합문예회관.

- 개인적으로 수많은 기술 자격증을 보유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어떠한 자격증들이 있으며 왜 도전하는가.

25년전으로 넘어갑니다. 그해 1년 동안 저는 회사에 출근하기 전 새벽시간을 이용해 종로에 있는 영어학원을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저랑 같은 타임을 들으셨던 70대 중반의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저야 젊어서 배움을 활용할 경우의 수가 많겠지만 연로하신 할아버지가 왜 그토록 어려운 공부를 하시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됐습니다.
궁금해 하는 제게 할아버지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거예요”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씀이 제 인생의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노년에 개척교회 무료봉사를 결심하고 취미로 시작했던 피아노나 성악이 이젠 10년 넘게 에너지를 쏟고 있는 열정덩어리로 만들어 주신 겁니다.
건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이유는 업무에 도움이 되어서입니다.
대학원에서 증권, 보험을 전공했고 전공을 살려 선물거래사가 되고 싶어 한 때 외도(?)를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건설이 제 자리임을 안 순간부터 뼈속까지 건설인이 되기 위해 건설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신혼 초 건축과 교수인 남편의 사사를 받아 건축기사1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 후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해서 조경기사, 산업기사, 전기 등 여러분야의 기술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몇 년전에는 조경학과에 편입해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기도 했습니다.
체력이 관건이겠지만 건강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경기술사와 수질기사 자격도 취득하고 싶습니다.

- 한국 건설산업의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다른 것 같다. 예를 든다면 대기업은 해외로 국내 중견 중소건설사는 주택, 토목, 플랜트, 댐, 도로 등 전문적인 한 분야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등 혼란스럽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본다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기가 자신있는 분야로 진출하면 됩니다.
만일 모든 분야에서 다 잘하는 업체가 있다면 그 업체에게는 모든 기회를 열어줘야 합니다.
모든 공사에 다 참여하다 물량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가 되면 그 업체 스스로 규모와 공종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해외, 국내 따로 구분할 필요도 없습니다.
댐건설에 특화된 업체가 있다면 금융조달 및 진출에 따른 리스크 헷지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대, 중, 소건설사 구애 받지 말고 해외 진출하면 됩니다.
권면일수도 있는데 규모나 능력이 출중한 대형업체는 국내시장의 파이싸움에 힘을 소진하지 말고 넓은 시장으로 나갈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 광주야구경기장.

- 한국건설신문 창간 29주년이다. 한마디 해주신다면.

한국건설신문은 오랜 세월 동안 200만 건설인들과 희노애락을 같이해온 친구이자 가족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잘하는 발주처나 업체는 더욱 격려해주고 건설인의 아픔은 반으로 나눠주되 입찰질서 문란요소는 과감히 시정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올바른 길라잡이가 되어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한국건설신문 창간 29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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