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31> 희망의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3)
<건설인문학31> 희망의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3)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6.29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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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클로저와 거주 위기, 거주자원의 공유화

희망의 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_(3) 김용창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 사진_ⓒ픽사베이

“신자유주의 도시화는, 새로운 형태의 인클로저다”


… 땅에 경계를 표시하고 울타리를 치면서 관습적으로 그 땅을 사용하던 사람들을 몰아내는 인클로저(enclosure) 과정은 얼핏 시골마을에서 이루어진 작은 과정처럼 보였지만 자본주의의와 거대 산업도시의 탄생을 이끈 동력이었다
.


1. 인클로저와 공유화의 이중운동으로서 도시 이해

▲ 김용창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첨단 정보통신과 글로벌 공간통합의 시대인 오늘날, 흘러간 시대의 유물인 것 같은 인클로저라는 관점으로 현대의 도시를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본주의 시스템은 모든 재산소유(property)로부터 노동자의 완전한 분리를 전제한다. 일단 자본주의 생산이 발을 내딛자마자 이러한 분리를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계속해서 확장된 규모로 이 분리를 재생산한다.

마르크스는 땅으로부터 이러한 분리와 지속적인 확대 재생산을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지속에서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영국 시인 존 클레어(Johanne Clare; 1793~1864)는 나폴레옹 군대와 힘든 전쟁을 치루는 와중에 이루어진 토지로부터 축출과정 때문에 고향마을 헬프스톤(Helpston)이 해체되는 것을 우울하게 지켜보았다.

그는 가축에게 풀을 뜯게 할 공유지와 삶의 거처를 빼앗아 고향을 뿔뿔이 떠나게 만든 인클로저 운동에 대해 독설에 가까운 항변과 강력한 저항시를 남긴다. 그에게 인클로저는 넉넉하지는 않아도 하루 세끼 먹으면서 나름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던 삶의 터전을 강탈하고 노예와 속박의 삶을 강요한 찬탈자이자 인간에 대한 배신자였다.

다시, 첨단 정보통신과 글로벌 공간통합의 시대인 오늘날, 흘러간 시대의 유물인 것 같은 인클로저라는 관점으로 현대의 도시를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인클로저는 과거처럼 농촌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선ㆍ후진국을 막론하고 도시를 비롯한 생활공간 전역에서 존 클레어가 읊었던 것처럼 생존과 거주의 위기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1970년대 중반의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광범위한 정치ㆍ경제적 전략으로서 신자유주의가 출현하였다.

포디즘 시대의 번영기를 지나면서 수평적 도시팽창의 한계와 산업도시로서 위상을 상실한 도시공간은 그 활력을 다시 찾기 위한 동력이 필요했고, 신자유주의 정책과 글로벌 자본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끊임없이 집약적 도시공간으로 재조직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치ㆍ경제적 전략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가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현대적 재생산을 위한 대상영역이자 공략대상으로서 도시 공간이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자본은 이윤창출과 축적을 멈추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이해관계 안으로 포섭해야 할 대상과 영역을 끊임없이 바꾸고 있으며, 이것을 일컬어 자본의 혁신성이자 창조적 파괴라고 한다.

물론 그 과정은 IMF 금융위기나 일반적인 불황국면이 보여주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대가와 고통을 치러야 한다.

자본의 이러한 포섭과정은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적 이해관계가 작동하지 않던 영역과 대상으로 그 이해관계를 새로이 펼치고, 이미 자리 잡은 이해관계는 더욱 더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미 자본주의적 이해관계가 가장 많이 작동하고 있는 도시공간이 다시금 자본의 중심적인 활동무대가 된 것은, 무엇보다도 새로이 활력을 찾으려는 쇠퇴한 산업도시는 물론, 글로벌 공간통합 시대에서 도시공간 자체가 자본일반에게 중요한 사업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종래의 공간은 사회경제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틀이나 하부구조라는 인식, 일종의 ‘담는 그릇’이라는 사고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품으로서 공간의 생산, 특히 ‘거대공간개발사업’(mega project)은 이윤창출 가능성 측면에서 중요한 사업대상이 되었고, 새로운 글로벌 공간네트워크라는 틀의 구축에서 도시시스템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자본에게 도시공간의 생산은 일거양득을 안기는 영역인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거대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대규모이기 때문에 종래의 기업대출과 같은 조달방식으로는 어렵게 되었으며, 이른바 금융의 증권화(securitization) 방식을 활용하면서 도시공간의 생산은 금융자본주의 발달의 산물이자 금융상품의 혁신을 이끄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적 담론과 정책들이 계속해서 도시개발 지형을 전투적으로 재구성하고 있으며, 도시공간의 생산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를 재생산하는 인큐베이터이자 생성적 거점(generative nodes)으로 기능하고 있다.

 ▲ 사진_ⓒ픽사베이

이제 도시공간은 21세기 들어서 더욱 더 중요한 자본의 포섭대상으로서 떠올랐으며, 신자유주의 도시화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치로 도시 인클로저를 활용하고 있다.

과거 농촌지역의 인클로저를 통해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탄생과 산업도시의 발전을 이끈 것처럼 오늘날 자본주의는 도시 인클로저를 통해 과거 시초(원시적)축적기(primitive accumulation)의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여 탈취를 통한 자본축적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국가는 그 명칭과는 달리 자유방임적 탈규제가 아니라 국가권력을 동원하여 시장규범을 다시 만들고 확장을 도모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개별 자본 스스로 발굴하지 못하거나 정당화 명분을 쌓지 못하는 영역과 대상에 상품논리와 시장논리, 국가를 등에 업은 시장화라는 모순 논리가 관철하도록 만든다.

국가와 시장의 얽히고설킨 거미줄이 도시공간은 물론, 삶의 모든 영역에 드리워지고, 인클로저가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도시공간의 생산에서 인클로저가 만연한다는 것은 국가와 시장 모두로부터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삶의 영역도 배제당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일반적으로 인클로저는 기존의 공유자원(commons)을 배타적인 사적소유대상으로 전환시키면서 그 자원에 대한 공유권(입회권, common right)을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새로운 도시인클로저는 이러한 전통적 의미에 더해서 주거의 상실처럼 기존에 향유하던 이해관계나 자원들을 탈취(dispossession)하여 재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자본주의적 합리성으로 길들여진 행위주체를 만듦으로써 사람관계ㆍ장소ㆍ일상생활영역에서 자본주의적 상품화와 경쟁의 논리를 당연하게 여기게 하여 칸막이로 가두는 것 등을 포괄한다.

최근 들어 신자유주의 도시화를 인클로저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나오는 것은, 인클로저와 자본축적 사이의 관계를 다시 주목함으로써, ‘이론적’으로는 현대 자본주의 발전경로의 특성은 무엇이며, 그에 상응하여 공간구성방식(spatial formations)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천적’으로는 이러한 이론적 규명을 토대로 대안적 공간실천 전략 또는 플랫폼을 구상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자본주의적 팽창은 새로운 형태의 인클로저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안은 공유화(commoning)로 모색하는 인클로저와 공유화 이중운동으로 자본주의 발전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와 새로운 의미의 인클로저가 잘 드러나는 두 대상을 사례로 신자유주의 도시화를 인클로저의 관점에서 검토한다.

하나는, 도시공간을 새로운 공간상품 영역으로 포섭하는 도시재생으로서 토지재산권의 재편성과 국가권력을 동원한 법제적 폭력, 그리고 시장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공익담론의 변경을 통해 ‘거처와 생활 터전의 상실’을 수반한다.

다른 하나는, 공간개발 및 주택의 생산에서 지배적인 수단으로 떠오른 금융의 증권화가 가져온 ‘주택압류와 주거위기’이다.

과거의 저축과 미래의 노동성과를 모두 빼앗는 부채를 평생 짊어지는 삶은 이른바 ‘탈취기반의 자원 재배분’을 동반하며, 도시에서 기본거주 자체를 상실케 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의 터전과 거주위기의 대안으로는 ‘거주자원의 공유화’를 위한 정책적 장치로서 ‘토지주택은행시스템’을 제안한다. - <다음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이 글의 참고문헌과 각주는 생략되었습니다. 이 글의 완성본은 <희망의 도시> (2017, 한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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