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오래된 공원의 미래: ‘그린’에서 ‘멀티’인프라로
[조경칼럼] 오래된 공원의 미래: ‘그린’에서 ‘멀티’인프라로
  • 변재상 신구대학교 교수
  • 승인 2017.04.26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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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재상 신구대학교 교수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운영위원.

◇자원과 유저를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 공유경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하버드대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는 한번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수가 이용하는 협력적인 새로운 소비 형태를 설명하며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단어를 처음 개념화하였다. 기존의 소유경제가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개인들의 소유를 바탕으로 구매와 교환이 이루어졌다면, 공유경제는 소유가 아닌 공유에 의해 재화나 서비스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공유경제의 대상은 기존 소유경제의 객체 즉, 책, 옷, 휴대폰, 공간 등 모든 형태의 재화와 서비스가 대상이 된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이러한 공유경제의 객체 중 ‘공간(space)’을 공유하여 크게 성공한 사례이다.

◇도시 내 공유경제의 시작, 도시공원= 18세기 영국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도시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악화되고 노동자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이 시기 영국의회에서는 상하수도와 공공공원 조성에 세금 이용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킨다. 이에 따라 1843년 버큰헤드 공원(Birkenhead Park)이 귀족 중심의 소유형 정원에서, 도시민들이 점유하고 공유하는 공공의 공원으로 탈바꿈하였다.
공원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공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 및 서비스들이 공유되어, 의미 있는 도시생활 플랫폼이 탄생했다. 도시 노동자들이 처한 위기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탄생한 도시공원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등장한 공유경제의 시작과 유사한 태생적 기원을 지닌다.

◇도시민과 도시공간의 연결 플랫폼, 도시공원= 휴식공간으로만 사용되던 공원이 도시인들과 공유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순간 공원이 가지는 잠재력은 폭발하게 된다. 마치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수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과 같이 공유 플랫폼으로서의 공원 역시 우리에게 엄청난 혜택을 제공해 줄 것이다.
공유경제는 소유가 아닌 나눔이라는 과정을 통해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공원의 단순한 ‘점유’가 아닌 공원이라는 물리적 재화와 공원의 잠재적 서비스 프로그램의 합리적 ‘공유’를 통해 혜택은 구체화되고 실현 가능해진다.

◇도시 공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도시공원= 센트럴파크는 공원이 조성된 이래로 150여 년동안 기업의 각종 이벤트 및 다양한 활동의 장으로 활용되어 2007년 기점으로 3억9천50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 내었으며, 3천78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였다. 도시 공간 내 또 다른 경제 플랫폼이 되고 있다.
또 다른 경제적 가치는 없을까? 공원이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으로 조성된다면, 건강증진을 통한 보험료나 기타 의료비 지출이 줄어든다. 또한 도시의 열섬 현상을 막아주고 지구온난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냉난방비 등에 소모되는 에너지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공원주변 경관가치의 향상은 많은 방문객들을 불러 모아 지역의 관광수익 증대에도 기여한다. 지역 주민들은 동네의 공원을 소비함으로써, 경치 좋은 곳을 번거롭게 찾아가는 불필요한 이동이나 경비지출을 줄일 수 있다.

◇그린인프라에서 경계가 없는 멀티인프라로= 도시공원이 단순한 Green Infrastructure로 머물러서는 지금처럼 행정적 우선순위에서 언제나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원의 다원적 역할 부여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경제적 구조도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면 삼성공원, LG공원, 현대공원과 같이 기업 홍보를 위한 마케팅 플랫폼이 되어 기업의 이미지 개선과 더불어 시민들과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나아가 건강을 위한 플랫폼(Health Infrastructure)이고, 도시생태계 보전을 위한 플랫폼(Eco. Infrastructure)이고, 교육적 가치가 실현되는 플랫폼(Edu. Infrastructure)이고, 지역 경관을 주도하는 플랫폼(Landscape Infrastructure)이고, 도시 기후 조절을 위한 플랫폼(Climate Infrastructure)이고, 도시 내 문화 창조의 플랫폼(Culture Infrastructure)이어야 한다.
도시 생활의 시작과 끝이 공원이 될 수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보다 재미있는 멀티플렉스 파크가 된다. 공원은 시간이 나서 찾아오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 곳이 된다. 산책만 하는 곳이 아니라, 일도 하고, 교육도 받고, 건강을 관리하고, 음악도 듣고, 만남도 가지고, 식사도 하고…. 여가를 보내기 위한 노인들이 워킹맘의 아이와 놀아주기도 하는 공유 공간, 미래의 도시공원이 그려진다.
스트레스에 대한 처방전으로 “3일간 점심 식후에 공원 산책 30분씩”이라는 처방으로 공원은 도시생활의 필수공간이 된다. 어쩌면 옴스테드가 오래전부터 그린 공원의 모습은 도시 활동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공유 플랫폼이 아니었을까? 자의적으로 해석된 기존 공원의 물리적, 그리고 사회적, 형식적, 개념적 경계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이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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