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공원을 도시의 인프라’로 인정할 것인가?
언제쯤 ‘공원을 도시의 인프라’로 인정할 것인가?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3.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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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계…차기 정부에 ‘장기미집행공원’ 해결 촉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도시ㆍ군계획시설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나도 집행되지 않은 시설은 2020년 7월부터 자동으로 해제된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도로, 유원지, 녹지, 공원 등 다양하지만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공원이다.

2013년 기준 10년 이상 장기미집행 공원 면적은 516.4㎦… 토지보상비만 100조원, 공원 조성비는 40조원 이상 필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앞으로 3년 안에 미집행 공원을 모두 조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는 해제할 것은 해제하고 유지할 것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얼만큼 그리고 어떻게’ 특히, 예산을 얼마나 투입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2015년 국토교통부는 ‘민간공원 제도’를 차선책으로 내놓았다. 민간이 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하면 일정 규모의 수익시설을 허용해 주는 방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정식 위원장과 (사)한국조경학회를 위시한 16개 조경단체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토조경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5월 9일 조기대선을 겨냥해 장기 미집행 공원에 관한 정책 대안을 차기 정부에 촉구했다.

이 토론회에서 국토부 김명준 녹색도시과장은 “65개 대상의 민간공원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공원 제도는 5㎡ 이상이지만 앞으로는 5㎡ 이하도 민간공원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과장은 “2020년 7월 모든 미집행 공원이 전면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순차적으로 해제된다는 점을 생각해 달라”고 강조하며, “실효대상 중에서 옥석을 가려서 개발제한구역으로 안고 갈 것은 안고 가고, 지자체가 할 건 지자체가, 정부가 할 건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겠지만 대상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일부 해제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안승홍 교수는 세계 대도시별 공원 면적과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을 비교했다. 한 사람당 런던은 26.9, 뉴욕 18.6, 파리 11.6, 서울은 8.6㎡/인이다.

안 교수는 “나무 한그루는 에어콘 10대의 효과를 낸다. 도시에서 공원과 건물의 온도 차는 +/- 10℃ 차이가 난다”며 도시에서 공원녹지의 필요성을 상기시켰다.

이어 수원 영흥공원, 의정부 직동공원과 추동공원 등 민간공원 추진 현황과 지난 2월 박찬우 의원이 발의한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이하 도시공원법) 일부개정안 등 민간공원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동향을 설명했다. 소규모 공원으로 대상 확대, 기부채납 없이 수익시설 설치 면적만 제한 등이다.

마지막으로 영국, 미국, 일본의 도시공원 제도를 비교하고 우리 정부가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해 실천해야 할 과제를 제언했다.

먼저 국토부는 도시공원법 이행 의지를 확립하고, 도시공원법 상의 비용에 관한 부분을 국토계획법과 일치하도록 비용부담 조항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국토계획법은 행정청이 시행하는 도시ㆍ군계획시설 사업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예산에서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고 제 104조에 명시하고 있으나, 도시공원법은 지방자치단체 부담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국가도시공원 지정시 면적 제한을 현행 300만㎡에서 100만㎡ 으로 낮출 것을 강조했다. 이는 조경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제기하는 문제이다. 300만㎡ 공원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토론자 이재준 아주대 교수는 “현행 국가도시공원은 제도화만 됐지 재정적으로 취약한 지자체 현실에서 보면 실천성이 담보되지 않은 제도”라고 지적하고, “실천성을 담보하자면 300만㎡ 지정기준을 100만㎡로 완화하고 공원 조성비는 국가와 지자체 매칭사업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가도시공원은 지금도 별도의 제도 개선 없이 국가가 정책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그러나 국가가 직접 공원을 조성하고 관리하자는 당초 취지와 달리, 지자체가 하면 정부가 일부 지원하겠다는 식의 소극적인 내용으로 도시공원법 개정이 퇴색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로와 철도 인프라 확충을 위해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지원하듯이 공원도 당연히 공공 인프라의 하나로써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중앙정부는 도시공원 조성과 관리는 지자체 고유사무라는 논리로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원시설 실효 문제의 열쇠는 정부에 있다”며, “정부는 공원녹지를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국비지원 ▷국공유지 실효대상 제외 ▷국유지 무상양도 ▷도시자연공원구역 세제감면 및 행위제한 완화 등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조목조목 짚어 말했다.

 

최 국장은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로 위헌 판결을 내림에 따라 2020년 7월부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실효될 예정이다”라며, “공원이 실효될 경우 도시의 허파기능이 상실됨은 물론 해제 지역에서는 난개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헸다.

“장기미집행 공원의 대부분은 1970년대까지 국가가 지정한 도시계획시설인만큼 실효에 따르는 도시공간의 질적 악화는 국가적 문제”라며, “같은 도시계획시설이지만 광역도로는 50% 철도는 70%의 예산을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공원은 지방정부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총 135건, 면적으로는 약 98㎦, 시 전체면적(605.25㎦)의 16.2%가 장기미집행 시설인데, 공원시설이 96.5%(94.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중 사유지가 40.3㎦로 보상비만 11조 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서울시는 추정하고 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1조 7천495억원을 예산을 들여 4.72㎦의 공원녹지를 확보했다. 올해는 전년대비 70%에 해당하는1천억을 더 투입해 공원용지를 보상할 계획이다. 

이에 최광빈 국장은 “시민의 세금을 들여 이런 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장기미집행 시설 실효제가 도입된 이유는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유지뿐 아니라 국ㆍ공유지까지 실효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서울 장기미집행 공원의 60% 이상이 국ㆍ공유지다. 1994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될 때 공원 업무만 지자체로 이관되고 소유권은 이관되지 않은 데서 발생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지자체를 대표해 서울시의 정책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시는 사유지 외에는 실효대상에서 제외시켜 공원시설을 유지할 계획이다. 정부는 서울시 미집행공원 중 국유지 소유권을 시로 이관해 지방정부가 원활히 공원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유재산법 상 소유권을 무상양여할 수 있는 근거가 규정돼 있으므로 절차상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해법도 제시했다.

아울러 “사유지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10년 이상 미집행 토지ㆍ시설물ㆍ건축물ㆍ주택 등은 재산세의 50% 정도를 감면 받는다. 그러나 기존의 도시자연공원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변경되면 개발 및 경제행위 규제는 계속되는데 세금은 오를 것이다. 정부는 이를 대비한 세제 감면혜택과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주택ㆍ근린생활시설 설치 범위를 확대하고, 실외체육시설ㆍ청소년수련시설 같은 여가활용시설의 허가대상 범위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토조경 정책토론회’의 주제 발표는 ▷안승홍 한경대 교수의 “공원없는 도시?”, ▷엄정희 계명대 교수의 “녹색에어컨을 켜자”, ▷변재상 신구대 교수의  “치료는 병원에서 예방은 공원에서” 순으로 진행됐으며, 진승범 조경학회 정책부회장를 좌장으로 ▷김명준 국토부 녹색도시과장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 국장 ▷이재준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강찬수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토론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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