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조경의 시대상
[조경칼럼] 조경의 시대상
  • 민성훈 수원대학교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 승인 2017.02.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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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성훈 수원대학교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운영위원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조경도 다차원적으로 정의된다.
조경이라는 단어는 산업과 학문과 문화적 현상에 두루 사용되므로, 같은 조경에 대해 설계가, 건설업자, 학자, 관료 그리고 대중은 조금씩 다른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각자 조경을 정의하고, 조경의 변화를 파악하고, 조경의 미래를 기획한다.
조경에 대한 접근방법이 다른 주체들이 조경의 구체적인 이미지 또한 다르게 가지는 것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지극히 바람직하다. 다양성은 부정적 충격에 견디는 회복력이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활력 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회가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조경이라는 이미지의 선명성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변화와 관계된 시대상(Zeitbild)의 선명성은 미래를 모색함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
한 분야의 시대상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양한 주체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이미지를 합당한 방법으로 수집 정리하고, 보여주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빅데이터(Big Data)에 대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한 대상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보다 수월해졌다. 이러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파악하는 능력 또한 커진다.
흔히 이용되는 인터넷 이미지 검색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전 인류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검색 서비스는 단연 구글(Google)이다. 손에 쥔 스마트폰 속 검색창을 통해 어쩌면 우리는 어떤 대상의 시대상을 날마다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인류의 미래상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업종으로는 전자와 자동차 산업을 들 수 있다. 만약 구글 이미지 검색에 ‘전자’나 ‘자동차’를 입력하면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 또 ‘조경’을 입력하면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 이들의 시대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지 않을까?
우리나라에 조경이 공식적으로 도입된 것이 70년대 초반이니, 사람으로 치면 이제 마흔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간 조경이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접근방법은 다양하겠으나, 필자는 가볍고 투박하게 구글에서 이미지를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이야기 하는 전자와 자동차의 검색결과와 비교해 보았다. 비교의 시점은 70년대였다. 이를 통해 현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세 분야에 대한 과거의 이미지가 어떠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70년대 전자’를 검색한 결과 구글은 화면 가득 구식의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을 보여주었다. ‘70년대 자동차’를 검색한 결과도 이와 유사했다.
제미니, 브리사, 그라나다 등 흑백의 이미지가 쏟아졌다. 그리고 ‘70년대 조경’을 검색해 보았다. 그 결과는 전자나 자동차와 많이 달랐다. 당시는 우리나라에 조경이 갓 도입된 시기여서 구글이 보여 줄만한 이미지가 많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양이 문제가 아니었다.
검색결과 중에는 70년대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흑백 사진도 몇 장 있었지만, 70년대가 아닌 다른 시대의 공원,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회의장면, 최근 어느 공모전에 제출된 듯한 공원의 조감도들이 어지럽게 제시됐다.
전자나 자동차와 달리 조경은 사물을 일컫는 말이 아니어서일 수도 있다고 생각돼 ‘정원’이나 ‘공원’을 입력해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검색의 의도와 달리 구글이 우리에게 말 해준 것은 전자나 자동차에 비해 조경 분야에서 변화가 많았거나 적었다는 식의 양적인 측면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조경과 관련해서 우리는 특정한 시대에 대응되는 이미지를 선명하게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가전이나 자동차의 이미지가 워낙 선명해서 그 차이가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70년대 건축’까지 검색을 하고 나면, 그러한 의혹도 제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조경의 시대상이 평균적인 타 분야에 비해 덜 선명한 것은 사실이다.
조경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70년대 이후 늘 미래를 준비해왔다.
그 과정에서 설계가, 건설업자, 학자, 관료 등 그 누구도 게으르지 않았다. 조경이 그리는 미래를 취지로 기획된 이 칼럼 역시 그러한 노력의 반증이다. 미래를 준비함에 있어 필요한 것은 다가올 시대에서의 ‘조경의 시대상’을 예측하고 정립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손님이었던 ‘대중’을 또 하나의 주체로 초대하기를 권한다. 그러기 위해서 대중과 함께 할 ‘초대의 장’은 선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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