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21> 스펙터클 소유도시에 대항하는 ‘공통장 이론’의 부활과 실천
<건설인문학21> 스펙터클 소유도시에 대항하는 ‘공통장 이론’의 부활과 실천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2.08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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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환 정치철학자 (다중지성의정원 대표)

희망의 도시, 어떻게 이론화할 것인가_(2)예술인간의 탄생과 반자본주의적 공통도시의 전망

스펙터클 소유도시에 대항하는
‘공통장 이론’의 부활과 실천

 

< 메트로폴리스를 공통도시로 전환하는 길 >
┕ 공유경제는… 인지자본주의로부터 ‘공통장’을 탈환하는 시도
┕ 사회적기업, 공정무역, 협동조합, 위키피디아, 크라우드펀딩 등
┕ 온디멘드는 공유경제가 상업화된 개념, airbnb와 uber의 변질


▲ 조정환, 정치철학자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
 <지난호에 이어> 이처럼 신자유주의 스펙터클 도시는 공통장으로부터 공통인(commoner)들을 추방하고 배제함으로써 성립되는 ‘소유의 도시’이다. 소유도시는 공통장과 공통인으로부터 분리되어 그것과 대립되는 위치에 있지는 않다.

소유도시와 공통장의 관계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가 구분한 세 가지 철학적 범주를 적용해 보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초재적인 것, ▷초월적인 것, ▷내재적인 것이 그 세 범주이다.

우선 초재적인 것(the transcendent)이란 내재적인 것으로부터 분리되어 그것에 대립하는 것으로, 공통장 외부에서 공통장을 지배하는 권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통인들의 권리를 정지시키고 법 위에 군림하는 군주권력이나 독재권력, 혹은 예외상태 같은 것이 초재적인 것의 예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주로 권위와 폭력에 의존한다.

이와 달리 초월적인 것(the transcend-ental)은 내재적인 것의 추상으로서, 내재적인 것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초재적인 것과 같지만 내재적인 것을 포섭하고 전유하여 내부화하는 방식으로 그것과 재접속된다는 점에서는 초재적인 것과 구별된다.

초월적인 것은 공통장으로부터 분리되지만 공통장을 기반으로 삼고 공통장의 발전을 꾀한다. 법에 의해 뒷받침되면서 시민들의 활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시민들을 지배하는 근대 국가권력이나 다중들의 소통 활동을 촉진시키는 플랫폼을 통해 사적 축적을 도모하는 구글 같은 것이 초월적 권력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재적인 것(the immanent)은 초재적인 것 밖에서 대립하고 초월적인 것 안에서 대항하며 새로운 것을 구성하는 존재론적 차이로서의 힘이다(조정환, 2014, 568-569). 공통장 그 자체가 바로 이 내재적인 것의 예이다.

이러한 구분법에 따르면 스펙터클적 소유 도시는 초재적이거나 내재적인 도시라기보다 초월적인 도시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소유도시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서 소유를가장 본질적인 것으로 정의한다.
소유도시에서는 ‘인간’이 공통장에 거주하는 공통인으로서가 아니라 소유에 따라 규정된 개인들(즉 소유자들)로 나타난다. 소유도시에서 소유 그 자체는 공통인들로부터 분리되어 대립하는 초재적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범주는 공통인들을 추상하면서 적법성의 형식 속에 그들을 재규정하여 포섭하는 초월적 형상으로 기능한다.

소유를 기준으로 조직된 소유도시에서 소유하지 못한 개인들의 위치는 이중적이다. 형식적으로 그들은 법적 인격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사회와 인간의 경계 밖으로 배제된다. 배제를 거친 후, 소유하지 못한 개인들은 다시 소유의 위계에 종속된 기계적 부품으로, 소유자들에게 이용될 공통장을 뒷받침하는 역할로 그 소유체제에 재편입된다.

소유도시에서 개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들은 배제와 재편입이라는 이중적인 사회적 관계와 과정을 구조화하는 초월적 장치들이며, 공통장을 공통인들의 것이 아니라 소유자들의 독점물로 항구화하는 장치들이다(조정환, 2014, 569).

그러므로 이로부터 분명해지는 것은, 소유도시의 부를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예술인간 즉 공통인으롯의 다중들에게는, 소유도시의 잔여인 내재적 공통도시를 소유도시에 대항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대안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절실하게 된다.

그 필요는 소유관계로 일그러진 공통장을 소유자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통인의 자유와 행복, 해방을 위해 재정향하고 확장시킴으로써 충족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그런데 소유도시가 초재적이지 않고 초월적이며 공통인들이 그 도시의 시민개인들로 위치 지어져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공통도시의 실현은 세 가지 계기를 포함한다.

첫째는 소유관계에 포획되고 있는 공통장들을 기초로 소유관계에 대항하는 반란(저항), 둘째는 공통장 자체를 소유도시의 체계로부터 분리시키는 도주(탈주), 셋째는 저항하고 탈주하는 공통장들이 카오스로 빠져들지 않도록 공통장들의 공통장을 구축하는 구성의 계기를 포함한다.

6. 공통도시로의 길

인지자본주의에서 시장메커니즘은 공통장을 사유화하는 합법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물질적ㆍ비물질적 공통장을 재전유하고 다중의 필요에 맞게 재생산하는 것은, 소유도시를 공통도시로 전환시킴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일임에 분명하다.

데이비드 하비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된 새로운 부의 공통장이 설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공통장 이론의 부활이 갖는 중요성에 주의를 돌리고, 만약 국가가 공급하는 공공재가 사적 축적의 단순한 도구가 되거나 줄어든다면 주민들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오직 그들 스스로 공통재를 공급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공통장의 재전유는 갈등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저항이라는 계기를 포함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인지자본주의에 유폐된 공통장의 아래로부터의 재전유와 다중의 자기관리로의 전환을 향하고 있다. ‘자급’, ‘자치’, ‘자기가치화’, ‘자기조직화’ 등은 공통장의 재전유라는 방향을 가리키는 개념적 용어들이다.

임금을 받는 어떠한 노동도 수행하지 않기로 하고 정부의 군대에 맞서 싸우는 과테말라의 레지스탕스 공동체의 ‘소농경제’, 공유지를 근거로 한 멕시코 치아빠스 주 사빠띠스따 원주민들의 ‘자치경제’ 등이 그것의 예들일 것이다.

상업경제와 달리 ‘문화에 대한 접근이 가격에 의해 규정되지 않고 사회적 관계의 복잡한 조합에 의해 규정되는 경제 양식’(로렌스 레식)으로서의 ‘공유경제’도 공통장을 인지자본주의로부터 탈출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공유경제가 상업화되어 온디맨드 경제(수요맞춤형 경제)의 요소로 되기 이전의 초기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는 가옥이나 자동차와 같은 물질의 공유재화를 추구했다. 위키피디아의 경우는 비물질적 정보와 지식의 공유재화(집단지성)를 추구했고, 마이크로뱅킹이나 크라우드펀딩의 경우는 화폐의 공유재화를 추구한다.

공정무역(Fair Trade), 지역화폐(LETS), 생활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등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갖추고 자본에 따른 수익배분을 제한하는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조직들, 그들의 활동을 지칭하는 ‘사회적 경제’도 일정하게는 공통장을 자본관계로부터 이탈시키려는 시도의 한 영역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공간 축에서 저항과 그 요구의 제도화 방향은 무엇일까?

과거 산업노동자들의 저항은 공장(잉여가치가 생산되는 장소이자 그것의 착취공간)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지금 인지자본주의에서 다중의 저항은 메트로폴리스를 무대로 전개된다. 왜냐하면 메트로폴리스야말로 공통장의 생산과 재생산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지대수탈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컨대 메트로폴리스를 공통도시로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도시 공통장을 지키고 확대하려는 저항이 지속되어 왔고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의 메트로폴리스를 향한 첨예한 비판을 함축한 이 저항들은 신자유주의 도시의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제기해 왔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는 미국산 소의 수입에 대한 반대에서 촉발되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사유화에 대한 일반적 반대로 발전했고, 2011년의 반값등록금 운동은 지식과 교육을 공통장으로 사유하도록 만들었다.

제주해군기지(2011), 밀양송전탑(2012), 용산 남일당 참사에 대한 항의(2009)에서 시작되어 홍대 앞 두리반(2009~2011), 명동 카페마리(2011),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2015~2016) 등으로 이어져온 젠트리피케이션 반대투쟁, 그리고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2014~)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공통장과 관련해 다각도에서 제기된 요구들은 제도적으로 대의되기는커녕 보수정권에 의해 억압되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도시의 위도와 경도를 축으로 하는 ‘전략적 도시분석’의 필요성이다. 지금까지 말해온 바와 같이, ‘메트로폴리스의 공통도시로의 전환’을 위해 고려해야 할 두 축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도시분석은, 인지자본주의적 도시상황에서 그리고 그 도시의 창조자인 다중의 입장에서 그 두 축의 상태와 관계가 어떠한지, 그것들이 지금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 그 문제들을 극복할 대안과 진로가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공통장의 동태, 그것의 귀속관계와 문제점, 대안적 관리방향 등을 주된 관심사로 삼는 전략적 도시분석이 공통도시 구축을 위한 운동과 통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본 회에서는 ▷6. 소유도시에 대항하는 반란과 탈주 ▷7. 공통도시를 위한 구성적 제도화 ▷8. 맺음말 : 공통도시로의 길을 하나로 재구성했습니다. 원전은 (사)한국공간환경학회에서 출간 준비 중인 <희망의도시>에서 볼 수 있습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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