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주환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인터뷰] 서주환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2.08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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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보) 조경이란, 인간의 본성을 되찾는 공간디자인

[인터뷰] 환경조경발전재단 서주환 이사장

“조경이란 공간의 변화를 예측하고 인간의 본성을 되찾는 것 

 

“조경 전문가가 주관하는 도시 속의 공간은
 안전한 미래의 환경을 조성하는 공간 복지”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제 8대 이사장과 (사)한국조경학회 제 23대 회장으로서 올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서주환 교수는, 지난해 연말 공식석상에서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을 출범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유년을 맞아 조경계의 청사진을 듣기 위해 경희대 캠퍼스를 찾았다.

건축기본법 제정 후 건축이 조경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 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경계는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서 이사장은 건축과 조경이 상생하는 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면서 조경의 발전이 피부로 와 닿던 때에는, 조경전문가가 직접적인 지식을 가지고 디자인에 관여하던 시기였다. 당시 공동주택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건이 외부환경과 경관이었다. 턴키방식의 발주물량 증가도 조경업의 강화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법제도와 발주방식 변경으로 환경의 쾌적성과 삶의 질을 확보하려는 그간의 노력이 경제 논리에 밀리고 있다. 이사장은 경기 침체와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경관의 중요성이 축소된다면 몇 년 후에는 엄청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경계의 숙원사업은 건축뿐 아니라 환경부, 산림청 등에서 관장하는 인접 분야들과의 쟁점을 해소해서 조경의 전문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함께 협업해야 하는 분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각각의 전문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산림청이 추진한 도시숲법과 정원법, 환경부가 주도한 환경복원법 등은 조경계에서 수행해 왔던 고전적인 업역에 관한 신설 법안들이다. 문제는 이들 법에 근거하는 전문자격의 배타성 즉, 기존 조경 기술자의 진입이 차단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사장은 임기 동안, 조경을 잠식해 오는 다양한 경계 현실에 대해 투쟁이 아닌 상생의 대화로 해법을 찾으려 한다. 환경을 퇴행하게 하는 예견되는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조경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오는 3월 3일 조경의 날을 기해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이 출범한다. 현재 조경계 유관단체는 20여개에 달하고 추산 종사자 수가 최소 10만명에 이른다. 이들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것이 총연합이다.

조경관련 단체장들은 이사장의 총연합 구상에 흔쾌히 동의했다. 현재 연합체 조직을 위한 정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총연합이 출범하면 환경조경발전재단은 기금 관리라는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고 연합체의 하부조직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자칫 업역 투쟁으로 비칠 수 있는 조경계의 숙원은 조경계 대통합이라는 명제를 통해 그 취지가 근본적인 데 있음을 시사한다.

건축전문기자로써 마지막 질문은 “건축가가 조경가를 대신할 수 없는 이유”였다. 이에 대한 답은 “대상공간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건축이 다루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벽(구조물)으로 내부화된 3차원 공간이다. 그러나 조경이 다루는 공간은 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경관의 개념으로 보면 더욱 확장된다. 예를 들어 부지 만 평을 계획한다고 가정할 때, 조경 디자인은 몇 키로미터 떨어진 산과 들 혹은 도시, 다시 말해 시선이 닿는 모든 곳(경관)을 아우른다. 구조체로 영역을 규정하는 건축적 접근으로는 경계를 초월해 확장되는 공간을 이처럼 다루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조경 디자인의 대상은 시간의 개념이 더해진 4차원 공간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비를 맞으면 소리가 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인간을 본성을 되찾는 것,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장기적인 공간의 변화를 예측하며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를 ‘변화 연출’이라고 한다.

일생 동안 조경계에 봉직한 서주환 이사장과 나눈 한 시간 가량의 대화는 건축전문기자에게 조경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안겨주었다.
경계 없는 디자인으로 외부환경을 공중에게 돌려주는 전문가, 본래 모든 이의 것이었던 공공 공간을 사적 점유로부터 공통의 장으로 되돌리는 디자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능이라는 생각.

 
조경인으로서 서주환 이사장의 삶은 한국조경 40년사와 역사를 같이 한다.

경희대 조경학과에서 학사, 동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고, 1988년부터 모교인 경희대 조경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경학과장, 수원캠퍼스 학생지원처장, 예술디자인대학장, 경희대 부설 예술디자인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2013)과 올해의 조경인상(2014)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3월 조경학회장 선거에서 제 23대 회장으로 당선됐고, 같은 해 10월 단체장 만장일치로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에 추대됐다.

그는 우리 조경디자이너들의 역량이 세계 조경디자이너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으며, 중국·동남아 등 해외에서 한국의 조경 작가들이 각광 받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조경 전문가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자연관’, 이것은 인접 분야에서 갖출 수 없는 고유의 전문성이며, 부지 전체를 큰 눈으로 보는 것, 사이트 플래닝은 조경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수많은 메가급 프로젝트들이 ‘공원사업’으로 명명되는 이유, 이는 공중이 수준 높은 외부환경을 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서주환 이사장은, “정치와 행정은 오래 전부터 녹지와 그린인프라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눈앞에 닥친 기후변화의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또 재난의 피난처로써 조경과 외부환경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린인프라와 녹지정책 즉, ‘조경이 주관하는 도시속의 공간’은 복지를 증진하는 길이며 미래의 환경을 준비하는 길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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