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놀이터 만들기 네트워크…성과공유, 확산모델 모색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국내 최초로 시도된 통합놀이터 조성 성과를 공유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9일 ‘통합놀이터 만들기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통합의 개념과 통합놀이터 확산모델’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네트워크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시민연대(이하 무장애연대)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이하 도시연대) ▷경기대학교 대학원 커뮤니티디자인연구실(이영범 교수) ▷부천대 도시공간재생연구소(소준영 교수) ▷조경작업소 울(김연금 소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협력적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는 자발적 실행체로서, 소셜 디자인의 앞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통합놀이터는 장애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 비장애/장애 어린이가 함께 노는 놀이터를 말한다.
개념상 베리어 프리(barrier-free), 무장애 놀이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보다 중요한 접근은, 장벽을 없애는 무장애 놀이터가 장애인의 관점에서 본, 장애 어린이를 고려하면서 만든 장애인 전용 놀이터라면, 통합놀이터는 비장애 어린이의 참여를 유도한 장애인 놀이터 혹은, 장애 어린이에게 열려 있는 일반 놀이터까지 함의한다.
말로만 들어서는 생소한 통합놀이터, 하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실재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 대공원 안에 지난해 1월 조성된 ‘꿈틀꿈틀 놀이터’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통합놀이터이다. 개장 1년 만에 줄을 서서 이용해야할 만큼 인기가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아름다운 재단이 무장애연대에 기금을 전해 오면서 발의된 통합놀이터 프로젝트는 2014년 ‘통합놀이터 만들기 네트워크’의 구성으로 본격 착수했다.
2015년 독일 답사와 공개 세미나를 통해 통합/무장애 개념을 설정하고, 현장참여를 통해 사용자 의견을 청취ㆍ관찰ㆍ분석해 조성시 요구사항을 도출했다. 이어 기본구상을 마련하고 설계와 시공을 마친 시기가 2016년 1월, 지금은 서울시설공단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네트워크는 프로젝트 완료 후에도 통합놀이터 매뉴얼을 자발적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프로세스와 가이드라인을 알려주려는 취지였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용 상황을 후속 모니터링하면서 계획의도와 실태 사이에서 발견되는 차이점, 고칠 점, 필요점 등을 찾아내 개선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통합놀이터 만들기에서 네트워크의 각 주체는 맡은 역할이 아주 분명했다. ▷무장애연대는 가치관을 만들고, ▷도시연대는 참여프로세스를, ▷경기대 CDL은 기본구상안을, ▷조경작업소 울은 기본ㆍ실시설계를 맡았다. 이 외에도 설치는 스페이스 톡이, 모니터링은 마포장애인부모회가 함께해 주었으며, 아름다운재단이 사업을 후원하고 서울시설공단이 마음을 합쳐 운영ㆍ관리하고 있다.
꿈틀꿈틀 통합놀이터는 협력적 디자인과 참여형 디자인의 종합선물세트를 방불케 한다.
경기대 이영범 교수는 “서로 과정 속에서 충분히 소통하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며, “혼자일 때와 다른 것은 공유하는 과정 중에 생각지 못한 방향이 세워지고 각자 입장과 태도가 정리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장애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통합놀이터에서 통합의 의의는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 ▷장애 유형의 통합 ▷장애와 비장애 형제ㆍ자매의 통합 ▷장애인 부모와 비장애 자녀의 통합”이라고 정의하고, “▷공평한 기회 ▷평등 ▷참여의 보장 ▷다양한 수준의 적용이 통합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통합놀이터, 일반놀이터, 장애인 전용 놀이터, 무장애 통합 놀이터, 이 4가지 유형을 구분하는 지표는 ‘장벽이 있는가 없는가, 분리인가 통합인가’ 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독일 사례에서처럼 공원 안에 다양한 유형의 놀이터가 곳곳에 조성되어 있고, 장애/비장애의 그 어떤 주체라도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합일 것”이라고 말했다.
꿈틀꿈틀 통합놀이터를 설계한 김연금 소장은 “▷재미있는 놀이터 ▷마주보며 노는 놀이터 ▷가능한 소외되지 않는 놀이터를 원칙으로 삼았다”며, “꿈틀꿈틀 놀이터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 참조할 수 있는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시연대 맹기돈 실장은 꿈틀꿈틀 놀이터의 실현을 위해 진행한 참여디자인 4단계 프로세스(개념설정단계-기본구상단계-설계단계-시공단계)와, 2016년 진행한 후속 모니터링의 3가지 측면(사용자-운용평가-설계)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한편, 이영범 교수는 통합놀이터의 확산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했다.
그는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해 ▷사회적 확산을 위한 협력형 거버넌스 ▷양적 확장을 위한 거점기반 선도형 ▷통합의 위계에 따른 네트워크형 등 3가지 모델을 제시하고, 규모와 거리에 따라 ▷집 앞 놀이터(소규모/ 도보 10분) ▷동네 놀이터(중규모/ 도보 20분) ▷테마형 놀이터(대규모/ 차량이동)로 위계를 도식화했다.
이 교수는 “확산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이라며 “물리적인 시설의 수나 이용자 수, 심지어 관련 제도나 재원 조성보다 ‘통합놀이터를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통합놀이는 통합놀이터에서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은 “No!”라면서, 인식의 확산과 전환이 전제하면 일반 놀이터에서도 통합놀이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통합은 소통과 협력에서 나온다”고 덧붙했다.
마지막으로, ▷수용의 한계 ▷시설기준의 한계 ▷관리운영의 한계 ▷통합의 한계를 들며,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기준과 놀이시설 안전기준의 제도적 마찰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트워크는 통합놀이터와 관련해 각 부처별로 상충되는 법제를 연구해 차기 토론회를 개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한 오순환 한국조경사회 자문위원 역시 부처마다 다른 놀이시설물 안전기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피력했다. 김연금 소장은 “관리는 책임의 문제인데, 법적으로 놀이터에서 안전 책임을 관리주체가 지다 보니, 놀이시설물이 과감해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관리주체 당사자인 서울시설공단 조금선 대리는 “꿈틀꿈틀 놀이터는 놀이시설(대공원)을 검사하는 곳에서도 보편적이고 흔한 모델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해당 시설물 설치 기준이 없다. 없는 기준이면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데 특별한 해결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서울시립대 김아연 교수는 시애틀 치료센터 야외공간의 ‘플레이가든’을 모범사례로 들며,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이곳에서는 다수가 된다. 프로그램적인 응용과 유지관리가 잘 되면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다. 특정 시간에 맞춰 놀이터를 통합 운영해서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다수자라는 체험을 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운영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꿈틀꿈틀 놀이터의 핵심 공간은 ‘조합놀이대’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램프를 설치하고, 미끄럼틀과 가까운 곳에 휠체어를 두어 아래로 내려올 수 있는 동선을 확보했다. 많이 고심하면서 설계했고 제작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운영과정에서는 더 예견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네트워크는 첫 번째 통합놀이터를 사례로 삼아 실천적인 가이드라인을 보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걸림돌이 되는 것이 부처간 칸막이와 각기 운용되는 시설기준이다. 결국 행정논리를 상회할 가치 중심의 제도적 조율이 필요한데 그 방안을 앞으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최초의 통합놀이터 성과 확산이라는 목적을 넘어서서, 어떤 프로젝트든 인용하고 체화할 가치가 있는 과정상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 사회에서 쌍방 소통하고 참여하는 소셜 디자인 그리고 후속 모니터링을 통해 사용자의 실제 감도를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통합놀이터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태도이자 감각이다.
이날 주제발표는 ▷배융호 무장애연대 사무총장 ▷맹기돈 도시연대 실장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 ▷이영범 경기대 교수가 발제했으며, 토론은 ▷소준영 부천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아연 교수 ▷오순환 자문위원 ▷조금선 대리 그리고 ▷정현아 함께가는마포장애인부모회 회장과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