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국제사회 ‘SDGs체제’ 돌입, 대규모 자본이동 예견
[전문가 기고] 국제사회 ‘SDGs체제’ 돌입, 대규모 자본이동 예견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1.25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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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채택… 17개 목표ㆍ169개 세부목표
국토부, 건축ㆍ도시ㆍ환경 전 분야 총망라한 ‘SDGs 11’ 주목해야


▲ 손동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
20년 전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라는 개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음식, 에너지, 건물, 도로 등을 생산하고 폐기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땅의 면적으로 개념화한 수치로서, 인류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세계자연기금(WWF)-한국본부에서 발간한 <한국 생태발자국 보고서 2016>는 “한국의 생태발자국은 한국의 생태계 재생능력(생태용량)의 8배나 된다”고 밝혔다. 즉, 한국 사람들은 생태계가 복원하는 능력보다 훨씬 더 많이 먹고 자고 생활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현재의 삶을 영위하되,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하고 경제 및 사회 발전을 동시에 꾀하는 가치를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고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1987년 UN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가 발표한 <우리 공동의 미래> (일명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환경부분에 초점을 맞춰 정립된 개념이다. 이후 점차 발전하여 2015년 9월 193개국 정상이 참석한 UN 개발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체계화 되었다.

‘SDGs’는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가 달성해야 하는 공통의 목표이며, 총 17개의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 그리고 다수의 지표로 구성돼 있다. 분야 자체도 확장되어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11번째 목표인 ‘SDGs11’은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거주지 조성이 그 내용이다. 세부목표 11.1은 ‘2030년까지 모두에게 적절하고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적정한 수준의 주택과 기본서비스의 접근성을 확립하고 도시 불량주거지를 개선하는 것’이며, 지표는 도시 불량주거지나 적합하지 않는 주택에 사는 도시인구의 비율이다.

이 지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집할 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내의 유사 규정인 ‘최저주거기준’을 들어 이해볼 수 있다. 최저주거기준은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집’을 의미하며, ▷가구 구성원에 따라 필요한 주거의 최소면적, ▷방의 개수 ▷시설에 관한 기준으로 구성된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국민 삶의 질 지표를 살펴보면, 2006년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비율은 16.6%였지만, 2008년에 12.7%, 2010년에 10.6%, 2012년에 7.2%, 2014년에 5.3%로 낮아져 2014년 기준 약 100만 가구로 집계됐다. - 수치가 ‘높다’거나 ‘낮다’ 하는 가치판단은 잠시 유보하고, 이 100만 가구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일련의 정책을 집행해왔고, 앞으로도 집행할 것이다.

SDGs체제에서, 우리 정부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 대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거나 혹은 수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제사회 또는 국제기구로부터 인센티브 또는 패널티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독일의 경우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내각 구성원 전원이 참여하는 지속가능발전 정부위원회(State Secretaries Committee for Sustain-able Development)를 구성했다. 일본도 총리 주재의 SDGs 촉진본부(SDGs Promotion Headquarter)를 설치하고, 첫 회의를 2016년 5월 20일 총리실에서 개최했다.

이처럼 세계 주요국들이 SDGs체제로 돌입한 이유는, 규범적인 측면에서 SDGs의 목표와 지표들이 향후 각국 정책에 하나의 나침반으로 작용한다는 이유도 있다. 아울러 SDGs체제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수많은 목표와 지표로 인해 대규모 자본 흐름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를 미리 준비하려는 이유가 크다.

후진국들의 최저주거기준 향상으로 주택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고, 선진국 내부에서도 슬럼에 대한 정책이 강화될 수도 있다. 정책의 변화와 이에 따른 자본의 이동에 대비해서 자국의 전열을 미리 정비하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하는 SDGs가 추진 기간은 15년(2015 ~2030)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별 국가들은 SDGs의 여러 목표 중에서 자국의 실정에 맞게, 그리고 자국에 유리하게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우리 정부는 SDGs를 공론화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의 지속가능발전 정책을 주도하는 주무기관은 국무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산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이 있다.이들이 ‘녹색성장 5개년 계획’과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의 수립 및 심의를 주관하고 있지만, 그 2개의 계획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가장 구체적인 계획이나 SDGs체제를 대비한 계획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편, 국내 SDGs 목표 및 지표 관련 현안은 외교부와 통계청이 담당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더 활발하다. 오히려 이들이 연구와 토론을 주도하면서 역으로 국가에게 대안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SDGs는 하향식 의제가 아닌 만큼 시민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한데, 우리 정부는 이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같이 우리는 SDGs에 대한 대비가 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건축 및 도시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건축ㆍ도시 관련 목표인 ‘SDGs11’은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거주지 조성”이다.

세부목표 11.1(주거)뿐 아니라, ▷11.2(교통) ▷11.3(도시개발) ▷11.4(문화와 자연유산) ▷11.5(자연재해) ▷11.6(환경) ▷11.7(공공공간과 범죄) ▷11.a(통합적 개발계획) ▷11.b(재난위험관리체계) ▷11.c(건축물, ODA) 등 SDGs 11의 세부목표들은 국토ㆍ환경 분야의 거의 모든 주제를 망라하고 있다. 여기서 제시된 목표와 지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산재한 불평등과 양극화, 소외의 문제를 재조명하게 될 것이다.

SDGs체제에 새로운 미래가 있음은 분명하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국제적인 정책수요와 비교해 한국사회는 어떤 정책이 필요하고, 어떤 산업에 준비가 필요한지 미리 연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부처별로 해당 목표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주거, 교통, 도시개발, 안전 등의 분야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관련 정책 및 산업을 중심으로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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