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2017 혼돈 속에서의 조경진화
[조경칼럼] 2017 혼돈 속에서의 조경진화
  • 조세환 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경관생태조경학과 교수
  • 승인 2017.01.25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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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세환 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경관생태조경학과 교수.

◇복잡한 세상: 혼돈의 근원= 세상은 참 복잡하다. 근데 이 복잡함이 문제다. 레베카 코스타(Rebecca Costa)는 그의 저서 『지금, 경계선에서(Watchman’s Rattle)』에서 오늘날의 복잡성이 인류 문명을 파괴시킬 수 있는 위험의 근원이라고 단언한다. 복잡성은 문제 해결을 위한 통찰력의 한계를 가져오고, 항상 특정시대의 복잡성이 문명을 멸망케 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게으른 뇌: 채찍이 필요하다= 인간 삶에서의 고통은 통찰력 부족에서부터 온다. 통찰력은 인간의 뇌와 관계가 있다. 인간의 뇌는 무척이도 게으르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뇌에게는 끊임없는 채찍질이 필요하다. 이런 자극을 통해 뇌세포(neuron)와 뇌세포를 연결시키는 회로인 시놉스(synopsis)가 발달하게 되고 이것들이 일시에 협동적으로 연결될 때 통찰력이 솟구친다. 조경계에도 뇌 채찍과 더불어 뇌 협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타마 싯다르타의 무집착(無執着): 자연법칙에서 얻은 철학= 불교를 창시한 고타마 싯다르타는 왕궁을 떠나 야생 방랑과 선을 통해 마침내 그 고통의 원인을 찾아냈다. 인간이 행하는 ‘집착’이 그 원인이다.
자연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또 천둥과 벼락이 치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통이 없다. 그러나 인간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욕망하고, 원망하고, 아파하고 그래서 집착한다. 집착이 고통을 배태한다는 것이다.
조경계를 돌아보면 학연 등 작은 것에 너무 집착한다. 정작 우리가 집착해야 할 것은 고타마 싯타르타의 득도 근원이다. 자연의 법칙에서부터 인간의 고통을 벗어나는 도를 터득했다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을 승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조경의 득도가 필요하다.

◇다윈의 자연선택론: 스튜어트 카우프만의 자기조직화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다윈의 진화론. 그 핵심은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의 법칙이다. 오늘날에는 리차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등의 활약에 힘입어 인간 사회에 적용되는 사회진화학으로 까지 자리매김 되고 있다.
그런데 스튜어트 카우프만이라는 생물학자의 복잡성 법칙은 다윈의 자연선택론에 대해 전혀 상반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복잡성은 스스로 자기를 조직화해 새롭게 진화해 간다는 것이다. 스튜어트는 복잡함 또는 복잡성은 골치 아픈 문제 꺼리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진화의 원동력임을 주장한 것이다.

◇진화의 원동력: 가상과 협력의 인지혁명=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sapience)에서 인류가 문명을 진화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가상력을 통한 협력체계의 구축이었음을 주장한다.
즉 인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능력을 갖추었으며, 이 가상을 실제로 믿는 신념을 가짐으로써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협력이 인류 문명 건설을 가능케한 또 다른 힘이었으며, 인간 진화의 동력이 되는 가상력의 오늘날 표현이 ‘창의성’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조경분야의 가상력은 무엇일까? 또 어떻게 협력해야 할까?

◇2017년 조경계의 통찰적 전략= 이제 조경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어본다. 조경은 가드닝에서 랜드스케이프 가드닝으로, 다시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로, 마침내 오늘날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으로 진화해 왔다.
단순한 사회에서 복잡한 사회로의 전이와 궤를 같이 한다는 말이다. 복잡화로의 사회적 전이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이 복잡성이야 말로 자기조직화적 새로운 가상적 패러다임과 창의를 낳게 하고 진화시키는 원동력이다.
창조적 자기조직화 역시 옴스테드처럼 뇌를 끊임없이 채찍질 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Landscape Architect임을 주장하는 옴스테드 등은 거의 40여 년 이상을 landscape gardener들과 힘겨루기를 해서 조경을 성취했다.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들의 굳건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제2세대에 접어드는 한국의 조경분야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협력의 기치를 되살려야 하는 이유이자 증거다.
뇌 채찍질을 통해 동시대 지식창조사회의 복잡성에 대응하는 가상과 통찰력을 키우고 스스로 진화시켜나가는 전략적, 기술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연의 법칙을 다루는 조경가는 조경학을 고타마 싯다르타처럼 삶의 고통을 해소시키는 생명 철학(Bio Philosophy)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 철학이야 말로 조경의 진화 과정에서 복제돼 오는 조경 고유의 유전자형(genotype)이고, 제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는 동시대 복잡성 사회에서 조경을 새로운 표현형(phenotype)으로 진화시켜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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