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수입 규제시, 시공원가 급등 우려
철강재 수입 규제시, 시공원가 급등 우려
  •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6.11.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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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현장의 표지판 등에 주요 건설자재의 원산지를 표기하도록 의무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는 반(反)시장적 행정 규제이며, 외국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규제로 판단된다.
건설현장 및 완공된 시설물의 표지판에는 일반적으로 건설공사의 명칭이나 공사 규모, 공사기간, 발주자, 시공자, 설계자, 현장소장 등의 기본적인 정보를 기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건설현장 표지판에 건설자재의 원산지 표기까지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 규제이다.
동 법안은 건설자재 업종 가운데 특히 철강업계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철강업계에서는 입법 배경으로서 건설현장에서 중국산 수입 철강재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시공 부실이 우려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산 철강재는 대부분 세계 조강(粗鋼) 순위 50위권 이내의 대형사로부터 수입되고 있는데, 신규 설비를 갖추고 있어 국산 철강재 이상으로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건설자재의 납품서(invoice)에 원산지 표기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대부분 공인된 시험성적서를 첨부하고 있다.
또, 관련 법령이나 KS규격 등에 의거하여 반입되는 자재에 대하여 품질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불량한 수입 제품이 유통되거나 활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구나 최근에는 철강업계의 요구에 따라 철근 제품 표면에 원산지를 양각(陽刻)해 표기하고 있고, H형강 제품 표면에는 제조회사의 롤링마크(rolling mark)를 표기하고 있다. 즉, 소비자는 해당 제품의 입고시에 국산인지 혹은 수입 제품인지를 쉽게 식별할 수 있다.
2015년의 국내 철근 소비량은 1,098만톤이며, 이 가운데 수입량은 114만톤으로서 10.3%를 차지하고 있다. 형강은 478만톤이 소비되었는데, 이 가운데 수입량은 160만톤으로서 33%를 차지하고 있다. 즉, 수입량이 과도하다고 볼 수도 없다.
건설현장에서 수입 철강재가 활용되는 이유는 품질이 양호한 반면, 국산 대비 공급 가격이 약 20% 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아파트 분양이 늘어나면서 국산 철강재의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건설현장 입구에 건설자재의 원산지를 표기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수입산(輸入産)’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에 편승해 건설자재의 수입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하고 KS에 적합한 수입 자재의 사용을 인위적으로 억제할 경우, 그 피해는 일반 국민이나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높다.
그 이유는 건자재 시장의 경우 하나의 재화 가격이 변동하면, 그 재화에 대한 소비자의 균형 소비량이 변동하는 가격 효과(price effect)가 거의 없다. 대체재가 거의 없을 뿐더러, 건설공사가 계약 공기 내에 완수돼야 한다는 제약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에서 형강(形鋼)을 생산하는 업체는 2개사이고, 철근 생산업체도 10개사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상위 4개사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즉, 국내 철강재는 과점 경쟁(oligopolistic competition)이 이루어지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seller’s market)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철강재의 수입이 인위적으로 제약될 경우, 심각한 수급 불안정과 가격 급등이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철근이나 형강 등 철강재는 공사 원가의 10% 내외를 차지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따른 폐해가 매우 크다.
특히 철강재는 대부분 공사 초기에 투입되는 자재이기 때문에 공사기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건설현장내 건설자재의 원산지 표기 제도가 강행될 경우, 규제 상대국과의 무역 마찰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국산 건설자재나 설비 등의 해외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과도한 수입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반덤핑 관세(anti-dumping duties) 부과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미 H형강 제품에 대해서는 2015년 7월부터 5년간 반덤핑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입량이 크게 축소된 상태이다.
결론적으로 건설현장의 표지판에 건설자재의 원산지 표기 등과 같이 인위적으로 수입을 억제하는 정책은 불합리하다. 염가(廉價)이면서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활용하는 것이 소비자 후생(厚生)을 증대시키고, 국가 재정의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오히려 철근이나 형강 등의 수급과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국내 총 수요의 15~20% 수준에서 안정적인 수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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