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카니발인가
최순실 게이트, 카니발인가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10.3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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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김씨? 비선최씨?

 
2016년 9월 한겨레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에 관한 의혹을 보도하고 - 사실 tv조선이 보다 먼저 이 문제를 수면에 올리고…

올해 국정감사는 미르재단으로 도배가 되고, 학교 비리인줄로만 알았던 이화여대 사건은 진화되기는커녕 더욱 확산되고… 급기야 10월 24일 jtbc 뉴스룸은 ‘최순실 태블릿 PC 입수,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사실로 확인’ 보도로 특종을 터트리면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 그 이상의 지위를 획득한다.

10월 24일 이후 일주일. 겨우 7일이건만 혼돈의 역사로 빠진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물 만난 듯 정사를 돌보지 않고 있다. 국정이 마비됐다. 살림을 살지 않는다. 지금의 어느 누가 실물경제에 관심을 쏟고, 어느 누가 민생과 치안에 충실한가.

본디 ‘정치보도 과다성’은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게다가 뉴스의 증폭기능(공론화)을 생각할 때 원인제공자로서 언론의 책임은 진실보도의 의무만큼이나 막중하다.

jtbc 손석희 앵커가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란 평가에 이견이 없다 해도, 우상화에 버금가는 일련의 현상들은 비판적 수용력이 보이지 않는 미디어 프로슈머들의 문제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전 국민의 미디어화’, ‘네트워크’로 정의되는 초연결 시대이기에 확산의 속도도, 흥분의 고도도 겉잡을 수 없다.

마녀사냥 일촉즉발의 정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6일 mbn 김주하 앵커의 리포팅이 뭇매를 맞았다. VIP를 옹호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보기에는, 옹호라기보다 비난이 아니었고, 다수와 다른 측면의 접근이었다. 다른 의견은 물론 균형감 있는 시선조차도 타당하게 매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양성을 배척하려는 태도는 국민이 주체가 되든 공권력이 주체가 되든, 같은 폭력이다.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탄핵’이란 용어는 참여정부 이후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옐로우 카드(레드 카드 아님) 즈음이 되었다. 촛불과 탄핵, 이러한 말들이 처음 등장하던 10여년 전과 지금, 그 때의 촛불과 지금의 촛불, 그 때의 탄핵과 지금의 탄핵, 과연 같을까? 그 중간, 촛불도 탄핵도 그 무엇이라도 쥐죽은 듯 고요했던 5년간의 공백… 그 때는 그리고 그 이후에는 왜 집요하지 못했나? 4대강은 썩어 가는데.

우려한다. 정치ㆍ경제ㆍ사회, 전 방위적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던 국민들, 이 공동체의 ‘때를 만난’ 동요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성적이기를, 무엇을 위한 정의인지 판단하고 행동하기를. 이 국가 공동체가 탄핵을 감당할 만큼 정치적으로 성숙했는지 생각해보기를, 이 찰나를 카니발(Carnival, 사순절 직전 7일간 축제, 사육제)로 삼으려는 듯 도취하지 말기를.

본지와 무관할 듯한 사회비평을 이 자리를 빌려 적는 까닭이 독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안동김씨도 아니고, ‘비선최씨’ 스캔들에 올인한 대한민국, 내년에 이 나라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차장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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