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⑬> 도시공간의 금융화, 도시토지의 상품화… 탈취의 도시
<건설인문학⑬> 도시공간의 금융화, 도시토지의 상품화… 탈취의 도시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10.31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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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희망의 도시, 어떻게 이론화할 것인가_ (1)도시인의 소외와 정의로운 도시

도시공간의 금융화, 도시토지의 상품화
… 탈취의 도시 … 

▲ 사진=픽사베이
 

■ 소외의 본질적 유발요인, ‘탈취에 의한 축적’

▲ 최병두 교수
   (대구대 지리교육과)
<지난호에 이어> - 과거의 “물질적 생산”(그리고 소외된 노동)이 ‘공장’(작업장)에 한정되었다면, 오늘날의 “비물질적 생산과 소비”는 공장을 벗어나 ‘가정’(사적 공간)이나 ‘거리’(공적 공간)를 막론한다.

심지어 ‘사이버공간’을 포함해 도시공간 전체로 확장됐다. 도시공간에서 생산ㆍ유통ㆍ소비의 구분이 어렵게 됨으로써,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 전체가 소외되었다.

도시공간에서 비물질적 이미지의 생산은, 엄격히 말해 이미지의 재현과 소비는 시공간에 의해 분리되지 않고 즉각적으로 결합한다. 거리의 전자 광고판은 상징적 언어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그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바로 유통되며 소비된다. “비물질적 생산과 소비”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 없이 무작위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물신화의 극치를 이룬다.

도시경관의 상징성, 심미성, 역사성 그리고 언어ㆍ이미지ㆍ지식ㆍ정동(情動, affect)ㆍ코드ㆍ습관ㆍ관행 등은 사회적 생산물이고 인공적인 공통재이다. 그래서 이들이 작동하는 공간은 누구나 참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적공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본축적 과정에 포섭되어 사적으로 전유되면서 도시인들은 소외되고 있다.

이렇듯 “비물질적 생산과 소비”를 통한 경제활동은 물질은 물론 문화적ㆍ상징적 영역 모두를 상품화시키고, 자본의 순환과정에 편입시킨다. 도시공간 전체를 자본의 축적 과정에 실질적으로 포섭한다.

후기 자본주의에서 자본은 ▷도시의 건조환경을 통한 자본순환 경로의 확장과 ▷이와 관련된 금융자본의 발달 및 ▷도시공간의 금융화를 통한 축적 등, 하비가 지칭한 ‘탈취에 의한 축적’을 통해 축적을 지속시키고자 한다.

‘탈취에 의한 축적’은, “▷도시민들을 그들의 보금자리로부터 추방되도록 유도하는 ‘도시토지의 상품화’, ▷자연자원과 토지 및 공적 서비스와 관련 기관을 포함한 ‘공적 자산의 민영화와 상품화’, ▷소유권의 전환, ▷국가 부채와 신용체계의 이용 즉, 노동과 토지의 장기적 탈취의 수단으로서 금융화, ▷토착적 생산[그리고 생활]형태의 억압, ▷교환의 화폐화[즉 사용가치에 대한 교환가치의 지배]”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Bayirbag and Penpecioglu, 2015; Harvey, 2005). 이와 같은 ‘건조환경을 통한 자본의 순환’, ‘탈취에 의한 축적을 위한 도시공간의 재편’은 ‘생산에서 도시공간의 소외’와 ‘건조환경의 물상화’를 더욱 심화시킨다(Amaral, 2015).

도시 재개발과정은 토지 이용의 집약화뿐 아니라 토지 소유권의 전환과 건조환경을 통한 자본축적을 촉진시키고자 하지만, 동시에 도시민과 영세 상인들의 토지 소유와 이용을 박탈하고 이들을 생산 및 생활수단으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소외를 심화시킨다.

기존 토지 소유 및 이용관계를 해체하고 토지를 사유화하고 자본축적 과정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이러한 ‘인클로저’는, 자본주의 초기 단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지구적 규모로 전개되면서 지구화된 경제에서 도시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김용창, 2015).

건조환경을 통한 자본축적은 도시인들로 하여금 자신이 소유 또는 이용하던 토지나 공적 공간으로부터 축출되어 소외되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만들어 낸 도시 건조환경과 경관이, 자본의 통제 하에 물상화되어 자신들을 억압하는 외적 조건으로 되돌아 온다.

이러한 점에서, 하비는 “자본의 실현 영역에서 도시는, ‘탈취에 의한 축적’에 시달리며 누적된 불만이 끓어 넘친다. 자유는 지배가 되고, 노예의 삶이 자유를 대신한다”고 서술한다(Harvey, 2014, 389). 오늘날 도시공간에서 소외의 본질적 유발요인은 바로 이러한 ‘탈취에 의한 축적’이라고 할 수 있다.
 

▲ 편집자주

■ 금융자본과 국가가 뒷받침하는 ‘탈취의 도시공간’

한편, ‘도시 건조환경을 둘러싼 자본축적’ 즉, ‘탈취에 의한 축적 과정’은 건설 및 부동산자본에 의해서만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자본’과 특히 ‘국가의 개입’에 의해 뒷받침 된다.

도로나 철도 기타 인프라 등 도시 건조환경의 구축과 운영은 기본적으로 공공적 목적을 전제로 하며, 투자의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그 성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산업자본주의에서는 주로 국가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 건조환경은 금융자본이 뒷받침하는 건설ㆍ부동산자본에 의해 조성ㆍ운영되고 있다(최병두, 2012). 금융기관은 건설회사에 자금을 대출하고, 건설회사는 이를 투입하여 토지를 구입ㆍ개발하여 주택을 건설ㆍ공급한다.

금융기관은 또한 구매자들에게도 자금을 대출해 주고, 구매자들은 이 대출금으로 주택을 구입한다. 주택 구매자는 실수요자일 수 있지만 또한 주택가격의 상승을 기대하는 투기자일 수도 있다. 어떠한 경우일지라도 주택가격이 침체ㆍ하락하는 경우 자신의 수입으로 대출금의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한다.

그러므로 금융대출에 의존한 주택 구매자들은 자신의 미래 수입 일부에 대해 통제권을 상실하게 된다. 특히 부동산경기가 하락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주택 구매자는 대출금이 주택가격을 능가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 구매자는 자신의 미래 수입에 대한 통제권의 상실뿐만 아니라 주택에 대한 소유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와 같이 도시 건조환경에서 작동하는 금융자본은, 기본적으로 대출한 원금에 이자가 붙어 환수되기를 기대하고 투입되는 ‘의제적 자본’(fictitious capital, 일명 가상자본)이다. 의제자본의 순환은 부동산 가치의 생산과 실현 과정을 완결시키는데 필수적이지만, 원칙적으로 미래의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매우 취약하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막대한 양의 의제자본이 주택금융으로 유입되어 주택의 공급과 수요를 부추겼지만, 실물경제에서 실질임금에 의해 대출금(원금+이자) 상환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도시 부동산시장에서 작동하는 금융자본은 물론, 단지 은행(대출) 자본뿐만 아니라 부동산펀드ㆍ리츠ㆍ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되지만, 공통적으로 투기성이 매우 높은 의제자본이다.

의제자본의 작동은 신용체계의 발달에 기반을 둔다. 창출된 잉여가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신용체계의 발달이 필수적이다.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를 사용해 내구성 소비재나 고가의 과시적 소비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신용체계에 바탕을 둔 소비는 창출된 잉여가치의 실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지속시킨다.

 
그러나 의제자본의 순환과정은 어떤 가치를 창출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아무런 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주택 구매자에게 대출된 자금은 이자가 붙어 자본으로 환수되지만, 여기서 이자는 실물생산에서 얻어진 수익의 일부를 전유했을 뿐이다.

의제적 자본의 순환과 이를 뒷받침하는 신용체계의 발달은, 상품 세계의 물신화를 촉진하고 도시인들의 소외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까지 고조시킨다. 따라서 이러한 가상자본은 실물생산과 괴리된, 이에 기생하는 것이다.

도시 부동산시장에서 작동하는 각종 금융자본의 유통뿐만 아니라 각종 선물시장에서 작동하는 금융자본과 파생상품들은 이러한 화폐의 물신성을 엄청나게 확장시킨다.

화폐의 물신성이란 “화폐는 다른 모든 상품의 겉모양을 벗겨낸 것이자 보편적 소외의 산물”임을 의미한다(Marx, 1976. 205).

화폐의 물신성으로 인해 화폐의 거대한 힘은 마치 그 자체로 자연적 속성과 같이 작동한다. 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자본주의적 물신숭배의 두드러진 사례이며, 그 절정은 ‘이자 낳은 자본 즉 의제적 자본’이다(콕스, 2009).

이러한 금융자본의 물신성이 오늘날 자본축적의 지속에서 중요한 모멘트로 작동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곳들로 침투하고 있다. 주택구입에서부터 학자금 대출이나 생계유지를 위해 가속적으로 증가한 도시민들의 부채는 이런저런 형태의 비참한 문제들을 유발하고, 결국 인간 노동과 생존의 조건을 억압한다.

이렇듯 “생산과 소비의 ‘현재 영역’을 넘어서 ‘미래 삶의 조건’으로까지 확대되는 자본주의적 소외와 물신성,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모순 해결과 ‘희망의 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한 가장 핵심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다음 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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