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⑫> 물신화된 스펙터클의 소비를 자랑하는 ‘포스트모던의 도시들’
<건설인문학⑫> 물신화된 스펙터클의 소비를 자랑하는 ‘포스트모던의 도시들’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10.19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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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희망의 도시, 어떻게 이론화할 것인가_ (1)도시인의 소외와 정의로운 도시

▲ 사진= 픽사베이

물신화된 스펙터클의 소비를 자랑하는
‘포스트모던의 도시들’


<포스트모던, 이미지, 기호 그리고 스펙터클>
└ 과거 산업사회는 물질적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억압과 소외 발생
└ 비물질적 상품과 소비의 등장… 대상과 괴리된 기호가 주도하는 소외
└ 이미지와 기호가 난무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황폐화된 도시 공간


▲ 최병두 교수
(대구대 지리교육과)
<지난호에 이어> -  소외란 단순히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느끼는 소원함은 아니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 간의 물리적 거리의 확장은 상품의 기능적 관계를 강화시킴으로써 사회적 관계가 상품 간의 관계로 치환되는 것을 촉진시켰다.

하비(Harvey, 2014, 196)가 서술한 것처럼,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매일 아침식사를 차리기 위해 멀리 떨어져 있는 낯선 이들에게 이렇게도 깊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직접 지배한다는 느낌을 갖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주변도시들 간의 포섭 관계와 세계도시체계, 지구적 분업

자본주의 경제의 지구-지방화 과정에서, 사회공간적 분업은 작업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세세한 분업에서부터 지역들 간 분업, 국가 간, 국제적, 지구적 분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로 발전하게 되었다.

특히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시공간적 압축은, 상품 생산의 각 과정을 담당하는 공장들을 세계 어느 곳이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입지한 분공장 또는 다공장체제는 지역경제와 지역 노동자들과는 무관하게 역외 초국적기업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제3세계의 분공장 노동자들은 자신의 임금이 얼마인지에 관심을 가질 뿐이고, 자신의 노동과정과 생산품이 누구에 의해 통제되고 관리되는지를 더욱 알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자본주의 경제의 지구-지방화 과정은 세계도시체계의 발달, 또는 지구적-도시화 또는 ‘행성적 도시화’를 동반했다. 중심-준주변-주변도시들 간의 포섭관계를 나타내는 세계도시체계는 오늘날 대도시들이 인접한 주변도시들보다는 세계적으로 더 큰 규모의 대도시들과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지구적-도시화란, 오늘날 도시화가 도시 주민들에 의한 내생적 발전이 아니라 지구적 자본과 권력(초국적기업, 국제금융자본, IMF, 세계은행 등)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행성적 도시화란, “지구적 규모의 광대한 영역들이 도시적 공간 편성의 확장을 통해 지구적 노동 분업 속으로 재설계되고 통합되는 과정”을 의미한다(Merrifield, 2013).

이러한 도시체계의 발달이나 도시화 과정은 세계가 단일의 도시경제로 통합되거나 고밀도로 모든 것을 집중시키는 초메가시티로 발전하거나, 또는 대도시의 정체성이 세계시민주의로 재구축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의 모든 도시들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초국적자본(이들의 분공장이나 금융자본)의해 통제되고, 노동자들은 고용기회와 임금에 따라 낯선 환경으로 이주하게 되었으며, 이들의 의식은 단절화, 파편화되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행성적 차원에서 소외되게 되었음 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시적 소비 경쟁과 개인주의… 사회적 연대와 결속력 해체

후기 자본주의에서 도시적 소외는 자본주의적 생산체계 그리고 ‘생산-소비’ 관계의 지구적 (외연적) 확장뿐만 아니라, 자본에 의한 소비 영역의 지배와, 생산 영역에서 물질적 생산, 그리고 비물질적 생산의 (내포적) 포섭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자본에 의한 소비 영역의 지배’는 잉여가치의 생산에 기본적으로 근원을 두었던 소외가, 잉여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소비의 촉진과 여가생활 자체의 상품화를 통한 일상생활의 소외를 동반하게 되었다.

대도시에서의 소비는 개인의 물질적 필요 충족에서 나아가 서로 차별화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과시적 소비의 경향을 띠게 되었다.

오늘날 유행하는 명품 소비심리는, 자본이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사용가치가 동일하거나 더 적지만 값은 오히려 더 비싼 상품에 대한 욕구를 만들어냈다.

▲ 사진=픽사베이
자본은 다양한 방식의 광고와 마케팅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특정 상품의 구매가 사치스러움과 여유, 행복감과 신분감을 높여 준다고 인식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충동소비 또는 과시적 소비는 인간의 필요나 욕구의 충족과는 관계가 없고, 이러한 상품은 보상심리 해소용 상품에 불과하다.

오늘날 도시인들은 “소비주의적 도시공간에서 길을 잃고, 넘쳐 나는 보상심리 해소용 상품 속에서 허우적댄다”(Harvey, 2014, 398).

이러한 점에서 자본에게 더 필요한 것은 도시인들의 필요(사용가치로 파악되는)의 충족이라기보다, 필요(교환가치로 비교되는)의 새로운 창출이다.

도시인들은 자본에 의해 창출된 이러한 필요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충족시키고자 한다.

소외된 소비를 위하여 즉, 자신의 필요에서 소외된 도시인들은, 과도한 장시간 노동도 마다하지 않지만, 반면 금전적 보상이 없는 활동은 더 이상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과시적 소비는 소비상품에 대한 경쟁을 통해 개인주의를 부추김으로써 사회적 연대와 결속력을 해체하는데도 기여한다.

■비물질적 생산과 이미지 소비, 스펙터클을 통한 물신숭배

그러나 이러한 소비주의는 ‘과잉생산에 따른 상품시장의 포화’와 더불어 ‘임금 억제로 인한 유효수요의 저하’나 ‘기술에 의한 노동의 대체로 인한 대규모 실업의 발생에 따른 잉여가치 실현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에 불과하다. 이러한 점에서, 드보르는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업무시간이 끝나면, 노동자는 갑자기 생산의 조직과 감시의 모든 측면에서 그토록 노골적으로 가해지던 총체적 멸시로부터 벗어나,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지극히 공손하게 어른 취급을 받게 된다. 바로 이 순간 상품의 휴머니즘은 노동자의 ‘여가와 인간성’을 책임지는데, 그 이유는 단지 정치ㆍ경제가 이제 이러한 영역들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지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 드보르(Debord, 2002, 13; 무스토, 2011, 98 재인용)

드보르의 서술과 같이, 이러한 소비 자본주의의 발달로 인한 소외의 심화는 물질적으로 생산된 상품의 소비뿐만 아니라 특히 비물질적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의 소외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한다.

드보르는 이미지들에 의해 매개되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를 ‘스펙타클’로 개념화했다. “스펙터클의 사회적 기능은 구체적인 소외 생산이며, 스펙터클을 통해 상품의 물신숭배는 … 궁극적으로 실현된다”고 주장한다(Debord, 2002, 11-12).

이러한 상황에서의 소외란, 자본에 의해 창출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지배적인 이미지들과 동일시’ 하도록 함으로써, 개인들이 실제 자신의 존재와, 자신의 실제 필요를 충족하는 소비로부터 멀어지도록 한다.

■서비스경제와 인공지능, 문화산업… 기호(코드)만 남은 소비

보드리야르도 드보르와 유사하게 소외의 개념에 초점을 두고 후기 자본주의의 소비사회를 비판한다(김남희, 2002 참조).

보드리야르는 오늘날 도시사회에서 일상적 삶은, 상품의 생산보다 기호 또는 코드의 법칙에 의해 ‘틀’ 지어지며, 상품의 교환가치가 사용가치로부터 분리됨에 따라 소외를 유발한 것처럼, 특정한 기호가 그 지시대상으로부터 분리됨에 따라 소외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즉 산업 자본주의에서 상품의 교환가치적 질서에 의해 착취와 억압 그리고 소외가 주도되었다면,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들은 기여에 부여된 이데올로기 즉, 지시대상과 괴리된 기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지시대상(물질적 상품)과 괴리된 기호가치(코드)에 의해 발생하는 소외의 개념은 ▷언어나 지식 ▷문화와 습관 ▷관행과 제도 등 다양한 비물질적 요소들의 생산과 소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오늘날 경제활동은 물질적 생산에서 비물질적 생산들, 그 예로 ▷새로운 아이디어의 개발이나 ▷새로운 디자인과 이미지 창출, ▷컴퓨터와 인공두뇌의 활용, ▷암묵적 지식과 공동학습, ▷상호협력과 사회적 자본 등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전반에서 물질적 재화의 생산과 소비보다 소비자 및 생산자에게 비물질적 재화를 제공되는 서비스경제, 이를테면 ▷교육과 의료, ▷연구개발, ▷금융ㆍ보험, ▷법률ㆍ경영 자문, ▷광고와 시장조사 등이 중심을 이루게 되었다.

또 ▷축제와 관광, ▷스포츠 경기, ▷다양한 전시 및 예술 활동 등의 문화산업 또한 새로운 경제활동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비물질적 생산과 소비의 급속한 팽창은 도시 생활과 공간의 재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조정환, 2011, 255-271; 하트와 네그리, 2014).

산업도시들에서 자본축적이 대규모 생산설비와 거대한 사회간접시설 등에 물적 기반을 두었다면, 후기 자본주의의 포스트모던 도시들은 상징적 가치들이 도시공간을 황폐하게 뒤덮은, 물신화된 스펙터클의 생산과 소비를 자랑한다. - <다음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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