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화문로·삼일대로·익선~낙원·서순라길 등 마중물 사업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창덕궁앞 일대(율곡로~삼일대로~종로~서순라길)가 ‘역사인문재생’이란 방식을 도입해 새롭게 태어난다.
서울시는 창덕궁앞 일대를 시대별 역사의 켜에 따라 4개 길로 구분하고 그 마중물 사업으로 ‘창덕궁앞 역사인문재생계획’을 추진한다고 26일 발표했다.
4개의 길은 ▷①돈화문로(조선시대) ▷②삼일대로(근대전환기) ▷③익선~낙원(근ㆍ현대) ▷④서순라길(현대)이다.
시는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400여 년 서울의 다양한 역사가 압축돼 있는 지역인 만큼, ‘역사인문재생’이라는 개념의 접근방식을 새롭게 도입해,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역사성과 주민의 삶을 연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억원 투자… 2018년까지 단계적 추진
이 지역은 정치ㆍ역사ㆍ문화ㆍ공간적으로 한양도성 한복판이란 중요한 위상을 지니고 있고, 4대문 안 전체까지 도심의 활력을 확산할 수 있는 결절공간이지만, 현재 낙후되고 정체성이 약화된 지역이다.
공간적 단절은 1928년 일제에 의해 창덕궁앞으로 율곡로가 개설되면서 시작됐다. 1967년에는 강남과의 연결을 위해 삼일대로가 확장되면서 인사동과의 단절이 불가피해졌다. 1968년 낙원빌딩이 들어서면서 단절이 심화돼 현재에 이르고 있지만, 그동안 역사적 정체성 강화를 위해 1990년대부터 다수의 계획이 수립됐지만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다.
이에 시는 이 지역을 지난해 11월 말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한 이후, 역사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 활성화 사업 중 역사재생관련 사업들을 통합하고, 주민면담(36회), 민관협력회의(7회), 설문면담조사(57회) 등 주민 의견을 수렴해 계획을 수립했다.
‘창덕궁앞 역사인문재생계획’은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총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세부계획 수립부터 실행, 평가 전 단계에 주민 거버넌스와 함께 추진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재생방식이 기대된다.
■돈화문로= 궁 전면도로 가로정비, 민요박물관 건립
조선시대 전국 도로망의 기점이었던 돈화문로는 ‘왕이 백성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 ‘시민이 함께 궁궐로 가는 길’로 변신한다.
현재는 안국역을 이용해 창덕궁을 가지만, 앞으로는 돈화문로를 거쳐 가고 싶을 정도로 흥미거리 넘치는 보행중심길로 만든다는 목표.
돈화문로는 임금이 궁을 나와 행차할 때 백성과 소통하는 장소이자 연희장소였다. 이를 위해 우선 차 중심도로를 걷고 싶은 보행중심도로로 단계별로 조성한다.
1단계로 차와 사람이 공존하는 공유도로로, 2단계로 보행전용거리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돈화문로에서 창덕궁으로 경관축을 개선하기 위해 가로수 정비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창덕궁 전면에 지난 9월 초 개관한 돈화문 국악당에 이어 민요박물관(2019년 10월 예정)과 한복체험관 등을 조성하고 역사문화체험도 활성화한다.
■삼일대로= 3ㆍ1운동 100주년 기념공간 조성
삼일대로(근대전환기)는 대한민국 탄생의 기초가 된 3ㆍ1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3ㆍ1운동 기념 대표공간으로 조성한다.
독립선언서가 낭독됐던 3ㆍ1운동의 거점 탑골공원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원형복원을 검토한다. 또, 독립선언문이 기록된 장소이자 3ㆍ1운동의 자금조달 및 각종 집회가 열렸던 천도교 중앙대교당 수운회관과 공개공지를 활용, 시민들이 3ㆍ1운동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기념공간을 조성한다.
시는 이 계획들을 3ㆍ1운동 100주년인 2019년 가시화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한다.
■낙원~익선= 익선동 도시한옥ㆍ낙원상가 등 신흥문화 재창조
익선~낙원 지역(근ㆍ현대기)은 낙원상가~돈화문로~서순라길을 잇는 구간으로, 저자로 나온 궁중문화가 시민 삶 속에서 이어지도록 의식주락(衣食住樂) 신흥문화를 재창조하는 것이 콘셉트다.
이 지역은 일제에 의해 조선왕조의 궁궐이 해체되던 당시, 궁궐에 있던 기녀들이 저자로 나와 궁중요리, 한복, 음악 등 다양한 궁중문화를 일반인들에게 알린 대중문화의 중심지였다.
현재 젊은 창업인들을 중심으로 자생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100년 한옥마을 익선동이 선도적인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주민공동체 활동을 지원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는 동시에,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도시한옥의 특성과 지역성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2008년 철거계획이 검토됐지만 현재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낙원상가에는 옥상공원 및 열린 무대를 만들고, 어두침침한 하부공간을 개선해 보행 연결성을 높인다.
또, 낙원상가 하부와 연결되는 돈화문로11길은 낙원상가의 대중음악 역사를 확산시켜 자유롭게 버스킹이 열리는 대표적 음악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순라길= 융ㆍ복합 귀금속 공예창작거리 조성
서순라길(현대)은 현재 종묘를 에두르며 형성돼 있는 귀금속타운의 잠재력과 청년 공예인들의 창의적 성장동력을 결합, 공예와 문화, 사람이 함께하는 공예창작거리로 조성한다.
이를 위해 순라길변에 자리 잡고 있는 한옥들의 개보수와 신축을 지원하고 도로포장을 개선해 ‘한옥공방특화길’을 조성하고, 귀금속 상가 밀집지역에는 ‘가꿈가게 지원’과 ‘경관사업’ 등을 통해 거리환경을 개선한다.
기존 사업과 창의적 아이디어의 융ㆍ복합 지원 거점을 마련하고, 젊은 금속 공예인과 기존 귀금속 자원이 어우러지는 전통과 창의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의 기회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