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요즘 애들은... 그런데 당신은?
[조경칼럼] 요즘 애들은... 그런데 당신은?
  •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 승인 2016.09.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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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의 애정어린 시선

▲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운영위원
“요즘 애들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소장들의 대화 중 많은 부분이 직원들에 대한 것이다. 젊은 친구들과의 거리에 대해 토로하면서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위로도 받고, 풀지 못하는 문제에서 잠시나마 벗어난다. 물론 대화는 현재만을 이야기하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사로운 잡담이라도 대안 없이는 허전한 법. 대부분은 “세대가 달라. 그냥 인정해야 해”라는 뻔한 결론을 낸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비전을 찾지 못하는 건 기성세대의 잘못이라는 반성으로 대화의 기승전결을 완성한다. 그런 대화 속에서 드는 생각?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렇다 치면 우리는? 우리는 안녕한가?

후배들을, 선배들을 탓하는 게 불편해졌다. ‘요즘 애들은....’이라고 시작하는 말을 뱉어놓고 찜찜한 건 단지 꼰대 같아서만은 아니다. 그 시간에서 그리 멀리 와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선배들을 탓하려니 그들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없다. 미래가 기대되거나 두려운 때도 지났고 과거를 회상하기에는 눈앞의 현실이 벅차다. 현재를 살게 되었고, 타인을 향하던 손가락이 나에게로 향하게 되었다. 어쩌다 어른이 되었고, 어쩌다 중년이 됐다. 누군가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어른이 되었냐?’고 물어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신에게 일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그리고 당신은 안녕한가?

설계사무실을 운영하는 그녀
그녀는 말한다. 조경설계는 돈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조경 설계를 좋아하고 이 분야에 대한  자존감이 필요하다고. 그렇지 않으면 자칫 용역업체의 직원, 하도급을 받는 업체의 직원이 되고 만다고. 그래서 직원들한테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이 결합된 직업이 그리 많지 않다고, 공적인 공간을 많이 다루는 조경은 누구에게나 좋은, 지구에도 좋은 유익한 직업이지 않겠냐고 말해준단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바라는 것은 자신의 회사가 나름의 색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10년 뒤 다른 누군가에게 이 회사를 물려주고 싶다고 한다. 그녀가 선배로부터 이 회사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그 누군가가 바닥부터가 아닌, 그녀의 선배와 그녀가 쌓아온 시간 위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럼 당신은 10년 뒤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조경분야를 떠나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조경과 관련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단다. 현재 그녀가 조경 분야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일은 신입사원을 뽑는 것이란다. 자신의 사무실에 오래 머물지 않더라도 조경을 시작할 계기를 주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소신이다.

설계사무실을 운영하는 그
그는 “사명감? 글쎄”라고 말한다. 대신 디자인 자체의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 단가 높고 좋은 프로젝트가 많지 않은 이 때, 각자가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를 만난 건 토요일 오후 그의 사무실이었는데 그는 홀로 설계를 하고 있었고, 그 시간처럼 혼자 사무실에 앉아 연필을 사각거리며 디자인 할 때가 즐겁다고 한다.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즐거움. 그래서 그가 직원들한테 조언하는 건 스스로의 포트폴리오를 차근차근 만들어가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회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각자의 포트폴리오는 지속되지 않겠냐고 한다. 실시설계를 오랫동안 하다보면 계획 일을 하고 싶었고 아파트 단지설계만 이어서 하다보면 다른 공간을 설계하고 싶었던 적은 있었지만, 조경을 그만두려 한 적은 없다는 그. 그런 그는 자기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있겠냐고? 조경이 그래서 좋다고 한다.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보기 때문에 방학마다 인턴을 꼭 받는다고 한다. 
 
설계사무실을 운영하는 또 다른 그
그는 “이 일이 좋은가?”라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급히 “재미있다”라고 답했지만 “무엇이?”라는 질문에 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촌 누나가 조경학과 출신이라, 고등학생 때부터 조경이라는 분야에 대해 알았고 하고 싶었다고 한다. 마냥 조경설계가 좋은 그는 ‘어떻게 하면 좋은 공간이 될지?’, ‘사람들이 좋아할지?’ 상상하는 게 재미있다고 한다. 그런 그도 생활인인지라 “돈 걱정 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것”이 현재의 바람이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친구들과 먼 훗날 설계사무실을 함께 꾸리자고 약속을 했었듯이, 지금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설계에 중심을 두고 있지만 시공, 관리 등등 다차원적으로 일을 하고 싶단다. 그렇다면 조경의 미래는? 그는 조경이라는 분야가 스스로의 역량으로 성장해온 건 아니지 않겠냐고 한다. 개발의 시대 사회적으로 조경의 역할이 필요했기에 발전해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조경분야 스스로 역량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자신을 위해, 조경 분야를 위해 그가 작게나마 실천하려는 것은 야근을 하지 않는 것, 이를 위해 설계 단가를 높이려는 것이란다.

건축 설계회사에서 조경 업무를 책임지는 그녀
그녀는 나쁜 거 빼놓고 다 좋다고 한다. 나쁜 거는 뭐냐고 하니 같이 일하는 발주처의 지시가 합리적이지 않을 때, 마인드가 올바르지 않을 때, 사업성만을 고려할 때라고 한다. 그녀에게 조경 설계는 최고의 직업이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초록’을 만드는 것이 좋단다. 식물을 사람들과 관계 짓게 하는 일,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직업. 10년 뒤에는 생계형 일은 그만 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단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지만 필요한 일, 조경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 후배들에게 ‘간 보지 말고 일 자체에 몰두하면서 스스로 나름의 의미를 찾아라’라고 권한다는 그녀가 전망하는 미래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용역비는 낮아지고 있고 디자인 가치에 대한 존중도 낮아지고 있다. 그리고 정보는 보편화되고 있어서 조경을 배우고 익힌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심도 있는 기술력으로 그(혹은 그녀) 아니면 안 되록 할 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단다. 그녀는 이를 위한 첫 단계를 실력에 걸맞은 일을 하고 인정받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불어 개발시대 조경 분야의 역할은 한정적이었지만 지금은 조경이라는 분야를 배경으로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지 않겠냐고 긍정한다.

그들은 안녕했다.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들은 조경 설계를 좋아했고 조경가를 좋은 직업이라고 여겼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고, 미래를 향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경분야에 대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었고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찾고 있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그래도 안녕했다.

P.S.
네 명을 인터뷰하면서 나의 질문들이 참으로 미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질문은 한 발 한 발 꾹꾹 누르며 제 갈 길을 걷고 있는 어른들한테 할 질문은 아니었다. 누군가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선수끼리 왜 이래?’라고 핀잔을 줄 것 같다.
그럼에도 성실히 응해준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조경에 대한 애정으로 조경의 미래를 가꾸고 있는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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