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⑨>희망의 도시, 어떻게 이론화할 것인가(1)
<건설인문학⑨>희망의 도시, 어떻게 이론화할 것인가(1)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09.22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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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희망의 도시, 어떻게 이론화할 것인가_ (1)도시인의 소외와 정의로운 도시

‘도시적 소외’는 소외의 모든 형태를 담고 있으며 또 지속시킨다

▲pixabay.com

< 보편적 소외(universal alienation) >
└ 도시적 소외… <희망의 도시> 만들기 위한 기본 개념, 최근 새롭게 관심
└ 탈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사회적 소외현상’ 마치 완화된 것처럼 보여
└ 자연으로부터의 소외는 인간 본성으로부터의 소외, 도시화 과정에 내재


1. 도시인의 소외와 정의로운 도시: 서론

▲ 최병두 교수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오늘날 도시인들은 점점 더 깊어가는 소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적 경제 성장과 이에 따른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도시인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소원한 외적 힘에 의해 점점 더 강하게 압박감으로 느끼고 있다. 도시공간에서 우리는 이러한 압박에 대한 적대감으로 인해 유발되는 사회공간적 병리현상들을 점점 더 자주 목격하게 되었다.

현대 도시 공간에서 나타나는 소외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저임금 노동(실질임금의 저하)과 고용 불안(실업과 비정규직화), 세분화된 분업과 발전된 기술에 의한 통제, 점점 심화되는 소득ㆍ자산의 양극화, 상업광고와 대중매체들에 의해 강제되는 과시적 소비, 부채 급증과 투기적 부동산ㆍ금융자본의 횡포, 낯선 도시 경관과 인위적으로 조작된 도시 문화, 빈번한 재해와 자연으로부터 거리감, 이들 모두는 도시공간에서 다양한 유형의 소외를 유발하는 요소들이다.

도시적 소외를 유발하는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은 여러 원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겠지만, 가장 핵심적으로 자본축적 과정에 내재된 모순들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 도시가 직면한 위기의 한 면은 자본축적의 모순에 따른 위기라고 한다면, 도시 위기의 또 다른 면은 점점 심화되는 소외로 인해 도시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게 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소외에 관한 이론적 철학적 논의는 헤겔과 마르크스의 초기 저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Cox, 1998/2009, Musto, 2010/2011). 이들은 소외를 인간 노동과 관련된 보편적 현상으로 파악했지만, 후기 저술에서 마르크스는 소외의 개념 대신 상품의 물신성 개념을 강조했으며, 이 개념은 루카치의 사회적 물상화 개념에 반영되었다.

후기 마르크스와 루카치의 소외론은 기본적으로 임금노동에 의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외, 즉 경제적 측면의 소외에 초점을 두었다.

르페브르는 마르크스의 초기 저서와 하이데거의 후기 연구에서 제시된 소외의 개념을 결합시키고, 생산영역의 소외된 노동과 상품 물신화와 관련된 개념에서 인간의 존재론적 조건이며, 특히 일상생활의 모든 생활영역들로 확장된 개념으로 전환시키게 되었다.

프랑크푸르트 학파(특히 마르쿠제와 프롬)도 소외의 개념을 인간의 보편적 조건 또는 일반적 감정으로 이해했다는 점에서, 소외는 경제적 영역에서 사회 전체로 확대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개념사적 발달 과정을 거치면서 소외에 관한 논의는 1960~1970년대에 정점을 이루었지만 그 이후 철학자나 사회이론가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소외에 관한 학문적 관심이 사라진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Yuill, 2011),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사회적 소외 현상이 완화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론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소외는 자본축적에 내재된 모순과 위기의 심화로 인해 계속 확대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외 개념의 연구과정에서, 이 개념이 1970년대 이후 왜 학자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는가라는 의문과 더불어, 르페브르(Lefebvre, 2003)가 소외 현상이 자본주의 도시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유발된 것으로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의 도시적 양상이나 배경에 관한 논의, 즉 ‘도시적 소외’의 개념은 그 이후 왜 이어지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Fraser, 2015).

물론 여러 철학자 및 사회이론가들이 제시한 소외 개념이나 이론들은 암묵적으로 도시를 전제로 하거나 도시 공간에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고, 소외 연구가 정점을 이루었던 1970년대에는 명시적으로 ‘도시 소외’를 다룬 논문들이 발표되기도 했다(Seeman, 1971; Fischer, 1973 참조).

그러나 당시 도시 소외에 관한 연구는 소외 현상들이 도시(인)에서 집중적으로 드러날 뿐 아니라 도시 그 자체가 소외를 유발하는 결정적 매체가 된다는 점을 적절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산업 자본주의 및 탈산업(후기) 자본주의의 도시에서 나타나고 또한 매개되는 다양한 소외 양상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소외 현상과 이에 관한 개념이 새롭게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편으로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가 더욱 심화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으며 또한 새로운 유형의 소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하비(Harvey, 2012, 104)는 ‘보편적 소외’(universal alienation)라고 주장했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문명이 직접 빚어낸 야만에 넌더리를 내며 외면함에 따라 보편적인 소외감이 훨씬 위협적인 수준으로 증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비가 소외에 관심을 가지는 더 중요한 점은 자본축적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즉 “위기의 도시에서 희망의 도시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어떤 기본 개념을 중심으로 정치적 주체성이 결집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기본 개념으로 가장 절적한 것이 소외의 개념”이라는 점이다(Harvey, 2014, 387).

물론 소외 개념을 중심으로 정치적 주체성이 결집하는 것은 (특히 도시적) 소외를 극복하고 탈소외된 노동과 도시 공간 나아가 세계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희망의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탈소외된 도시가 어떻게 정의로운 도시로서 전망될 수 있는가를 논의하고자 한다.

2. 근대 도시의 발달과 소외의 근원

인간의 역사에서 도시는 기본적으로 자연 속에서 인간의 집단적 거주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르페브르(Lefebvre, 1991b, 234-252)가 서술한 것처럼 고대의 도시 공간은 자연과 대립하여 구축된 인간의 거주지라기보다 자연을 신성시하는 상징적 건축물들의 입지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공간은 잉여물의 전유를 위해 점차 그 주변 공간(즉 농촌 공간)과 갈등에 들어가고 계급사회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도시와 시골 간의 갈등은 봉건제 하에서 다소 완화되었지만, 자본주의의 등장과 더불어 근대 도시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도시 주변에서 나아가 전체 사회 공간을 도시화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도시는 생태적 손상을 우선적으로 그리고 가장 심각하게 입은 장소일 뿐만 아니라 잉여가치를 추출하기 위한 활동이 가장 먼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이러한 도시의 발달은 인간과 자연 간 신진대사적 상호행위를 혼란시켰다.

물리적 측면에서, 도시인의 필요를 위한 농산물의 생산이 가속적으로 증가하여 도시로 이동했지만, 도시인들이 소비한 폐기물들은 자연으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도시 노동자들의 노동 및 주거 환경의 악화와 더불어 농촌 노동자들의 경작 양식의 변화와 자연의 파괴가 초래되었다(Marx, 1976, 637; 최병두, 2009, 254-255).

그러나 근대 도시의 발달은 단지 자연의 순환과정과 이로 인한 인간의 생산 및 생활 조건을 물리적으로 악화시키는 것만이 아니었다.

인간의 본성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이며 또한 동시에 ‘자연적’이다. “인간의 물리적, 정신적 활동이 자연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은 간단히 “인간은 자연 일부”라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자연과의 상호관계에서 인간은 다른 종들과는 달리 능동적이며, 노동은 인간이 능동적으로 자연과 관계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본성을 (재)생산하고, 사회를 (재)구성ㆍ발전시키게 된다.

인간은 대상적 세계, 즉 자연에 대한 그의 노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유적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근대 자본주의 도시의 발달은 인간의 생활과 생산 활동을 자연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함으로서, 유적 존재로서 자아실현의 기회를 점점 더 박탈하게 되었다.

근대 도시에서 자연으로부터의 소외는 단지 자연으로부터 멀어짐 즉 거리감 그 자체라기보다는 자연으로부터 인간 본성의 괴리에 따른 것이다. 근대 도시화 과정에 내재되어 있는 자연으로부터의 소외는 인간본성으로부터의 소외이다. - <다음 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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