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⑧> “도시권… 자신이 생산한 도시에 자신의 희망을 반영할 권리”
<건설인문학⑧> “도시권… 자신이 생산한 도시에 자신의 희망을 반영할 권리”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09.07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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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희망의 도시,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_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6)

“도시권… 내가 만든 도시에 나의 희망을 반영할 권리”

< 신자유주의가 부른 도시 공유재의 소멸 >
 ┗  민영화=국가 이익과 기업의 이익이 통합된 새로운 거버넌스 시스템
  ┗  잉여는 늘어나는데 도시 공유지(공유재)는 오히려 줄어들어
  ┗  도시에 대한 권리의 개념 ‘도시권’… 이에 바탕한 ‘도시운동’


4. 위기의 도시에서 희망의 도시로

2) 공유재로서 도시 잉여의 관리

■누가 잉여물(또는 잉여가치)을 통제하고 관리하는가

▲ 최병두 교수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보다 근본적인 대안은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전제로 한다.
경제 위기 나아가 도시 위기가 도시 공간의 형성과 재편을 통해 잉여가치를 생산하고 재투자하기 위한 자본의 순환과정에 내재된 모순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달리 말해 도시가 자본주의 경제에서 잉여가치를 생산하고 재흡수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 수단이라면, 대체 이 잉여가치는 누가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는가 즉, 누구의 것인가?
흔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잉여의 처분권’은 국가나 기업이 가지는 것으로 간주된다. 특히 시장경제의 복귀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잉여의 관리를 민영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오늘날 도시공간은 민간자본의 이윤 추구, 나아가 자본의 확대 재생산(잉여가치의 생산과 재투자)의 지속을 위해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도시 공간에 산재해 있던 공적 공간은 파괴되고 공유재들은 사유화되며, 이와 더불어 도시 서민들이 소유하던 소규모 주택들과 영세 가게들은 철거되고, 그 토지는 민간자본에 의해 탈취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재창출된 도시의 잉여는 자본과 도시 상위계급에게 편향적으로 배분되고 관리되며, 이로 인해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화된다.
고대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사회적 잉여(물 또는 가치)의 존재, 도시공간에 잉여의 누적 그 자체는 부정되기보다 오히려 생활의 질 향상과 도시 발전에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의 잉여물, 그것은 누가 생산한 것이며 누가 관리해야 하는 것인가?

■도시의 잉여가치는 ‘공유재’로 관리되어야 한다

오늘날 잉여가치는 자본축적 과정에서, 특히 자본주의적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ㆍ누적된 것이며 또한 경제적, 도시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분명 도시 서민들, 정확히 말해 ‘도시 노동자’에 의해 생산된 것이며 따라서 이들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
도시의 건조환경에 물질적으로 체현될 뿐만 아니라 그 경관에 부여된 문화적 상징자본을 포함하여 ‘도시의 잉여가치’는 사회적으로 생산된 것이고 따라서 도시의 잉여가치는 공유재로 인식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그 동안 도시 공간을 통한 잉여가치의 생산과 재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도시의 잉여가 누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공유재는 확대되기보다는 오히려 축소되어 왔다.
왜냐하면, 이렇게 누적적으로 증가한 도시 공유재가 오늘날 자본주의적(신자유주의적) 도시화 과정에서 파괴ㆍ소멸되면서 사적으로 전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도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도시 공유재에 대한 대안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조되고 있다.

■공유재는 원칙적으로 ‘누구에게나’ 개방되어야 한다

데이비드 하비(D. Harvey)는 “지난 30여년간 기승을 부린 신자유주의적 프로젝트는 잉여관리를 민영화하는 방향으로 촉진했으며, 국가 이익과 기업 이익을 통합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시스템을 창출하여 이를 정당화시켰다”고 말한다.
하비는 “이들(국가 이익과 기업 이익을 통합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시스템)은 화폐 권력(금융자본)과 국가기구를 동원하여 도시화 과정에서 창출된 ‘잉여가치의 관리권’을 점차 사적 또는 준사적 이익집단이 장악하도록 했다. 그러나 도시의 잉여는 도시인들이 생산한 공유재로, 도시의 공유재를 사용할 권리는 공유재를 생산한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사한 맥락에서,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와 그의 제자 마이클 하트(Michael Hardt)는 과거 공장에서 이루어졌던 잉여가치의 생산이 오늘날에는 도시 전체로 확장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특히 기술과 정보, 지식의 생산에서부터 도시경관의 스펙터클과 이미지의 생산에 이르는 다양한 유형의 비물질적 생산과 소비는 오늘날 메트로폴리스가 거대한 공통재의 생산과 소비의 공간이 되도록 했다고 서술한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도시의 문화 공유재는 “노동의 산물임과 동시에 미래를 생산하는 수단이며, 이러한 공유재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구축된 것으로 원칙적으로 누구에게나 개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유재의 관리-‘분권적 자치’와 ‘다중심적 거버넌스’

이러한 주장들과 관련하여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에 관한 해결 방안, 나아가 공유재 관리를 둘러싼 광범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1968년 하딘(Hardin)이 제안했던 ‘공유지의 비극’에 관한 논의는 한정된 규모의 공동목장에 가축을 과잉 방목함으로써 결국 공동목장 전체가 황폐화될 것임을 전제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자본주의(신자유주의)적 방안은 공유지를 사유화하여 독점적으로 통제하는 것으로 즉, 도시 공유재의 소멸을 전제로 한다. 자유주의(제도주의)적 방안은 공유지를 사용규칙에 따라 분권적 자치를 통해 관리하는 것으로, 공유지 사용자들 간 사용규칙 제정과 합의 준수를 전제로 한다.
반면 근본주의(사회주의)적 방법은 가축(생산물 또는 잉여가치)을 공유화하고 공유지(생산수단)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사적 소유의 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보다 체계적이고 학술적인 논의에서,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롬(Ostrom, 1990)은 공유재의 관리를 위한 일반원칙으로 ‘분권적 제도’와 ‘다중심적 거버넌스’를 제안하며, 사회생태주의자 북친(Bookchin, 1992)은 ‘직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자치제의 연합네트워크’를 제시한다.
하비(Harvey, 2012)는 오스트롬의 제안을 일부 인정하고(공유재 관리를 위한 다양한 수단들의 조합과 국가 인정 부분), 또한 북친의 도시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도시 공유재의 비상품적 재생산과 질의 확대를 위한 전유와 이용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진보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도시권’

최근 진보적 학계 및 사회운동 전반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도시에 대한 권리’의 개념은 바로 이러한 도시 공유재(또는 잉여)의 생산과 이용의 민주적 관리에 대한 실천적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하비(Harvey, 2012, 148)에 의하면, 도시화는 “도시 공유재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사적 이익집단이 도시 공유재를 끊임없이 전유하고 파괴하는 과정”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도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도시를 생산한 집단적 노동자가 도시권을 요구할 근거”를 가진다.
하비가 강조하는 도시권 개념은 사실 르페브르(Lefebvre)가 1968년에 처음 제시한 것으로, 당시 프랑스를 휩쓸었던 사회ㆍ학생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물론 도시권 개념은 아직 체계적인 의미를 갖추지 못했으며, 또한 자본과 상위계급이 일반 도시 서민들보다 더 강하게 도시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시권에 관하여 보다 진보적 입장에서 이론적이고 규범적인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예로, Mitchell, 2005; 강현수, 2010 등 참조).
그러나 도시권의 개념을 충족시키기 위해 반드시 르페브르(그리고 하비)에게 의존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도시권 사상은 [도시의] 거리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형성된 것”이며, 억압과 소외로 “절망하는 사람들의 도와달라는 절규”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Harvey, 2012).
이러한 의미에서 도시권에 바탕을 둔 도시운동은 도시의 공적 공간이 더 이상 사적으로 전유되지 않도록 실천적으로 점거하고자 하며, 바로 이러한 개념에 근거하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과 그 후 서구 도시들에서 ‘도시의 공적공간 점유운동’이 전개될 수 있었다(Vasudevan, 2014).

 
도시권의 개념과 이에 기반을 둔 도시운동은 도시 서민들이 도시의 잉여를 생산하는 조건(즉 노동조건)과 더불어, 생산된 잉여의 이용과 재투자에 대한 민주적 관리를 주장한다. 도시 노동자들이 도시 공유재에 대한 권리를 요구함으로써 자신이 생산한 잉여의 생산과 분배를 사회화하고 누구나 이용가능한 공동의 부를 확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시민들은 도시의 잉여가 자신들의 노동의 결과물이며, 따라서 이에 대한 정당한 분배를 요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도시공간에 재투입하는 과정에 대한 민주적 참여 즉, 자신의 희망에 따라 도시를 재창조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도시권은 도시에 산재한 공적 자원에 대한 접근 권리 또는 자원의 분배적 정의에 대한 단순한 요구와 실현을 넘어선다. 즉 도시권은 자신이 창출한 도시로부터 소외된 시민들이 자신의 희망에 따라 도시를 재창출하려는 ‘생산적 정의’의 실현을 함의한다.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최근 일어난 강남역 화장실 사건(2016.5)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2016.6)은 평범한 일상의 생활공간에서 시민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위기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를 보며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자신의 일로 받아들인 시민들은 열정적이지만 소리 없는 ‘포스트잇’ 추모로 그 안타까움을 표현했으며, “Big Change, Small Action”의 새로운 상을 보여주었다(사진제공= 한국공간환경학회).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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