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건축특집②> 무늬만 친환경 말고! 우리가 모르는 에코하우스의 “오류”
<녹색건축특집②> 무늬만 친환경 말고! 우리가 모르는 에코하우스의 “오류”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09.07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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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건축 전문가들이 범하는 대표적인 편견 4가지

<녹색건축특집②>
무늬만 친환경 말고! 우리가 모르는 에코하우스의 “오류” ... 친환경건축 전문가들이 종종 범하는 대표적인 편견 4가지

< 에코하우스의 오류 >
┗ 큰 창이 실내를 더 어둡게 느껴지도록 하는 이유는?
┗ 기밀하지 않은 건물은 난방을 하면할수록 추워진다!
┗ 기밀성능이 낮으면 환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 <해인사 장경판전>은 자연환기를 통해 실내 습도를 경판 보존에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건물의 배치, 담장, 창의 형태 및 배치가 이루어졌다. 장경판전에 숨어 있는 특별한 지혜 중 하나는 바로 창이다. 건물의 전면과 후면, 각 벽면의 상부와 하부 창의 크기를 작고 크게, 촘촘하거나 널직하게 지그재그로 배치해 바람의 양과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통풍을 유발하고 환기시킨다(사진= 필자 제공). - <편집자 주>

<오류1 > 단열과 기밀이 잘되면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날 수 있다?

▲ 송두삼 교수(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이어서> 먼저 ‘냉방’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번 여름 동안 우리 생활에서 가장 뜨거운 논의 사항은 ‘냉방’ 그리고 ‘누진세’였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후가 이제는 냉방 없이는 도저히 여름을 나기 어렵게 되었다.
패시브하우스의 근간, 충실한 단열과 외부공기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충분하게 기밀성능을 가지는 패시브하우스는 최소의 난방 또는 별도의 냉방시스템이 없이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패시브하우스 전문서적에 종종 소개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패시브하우스 또는 에코하우스는 별도의 냉방 없이 여름에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가?
패시브하우스는 원래 독일에서 주창된 개념이다. 여름철 독일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독일의 여름은 우리나라의 여름에 비해 그다지 가혹하지 않다. 그늘이 있는 공간에서 통풍만으로도 비교적 쾌적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나라인 것이다.
독일 기후에 맞게 제안된 패시브하우스 성능 기준을 국내에 그대로 구현해서는 국내 기후에서는 쾌적하지 않을 수도 또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수 도 있다.
즉 독일 기후에 맞게 제안된 패시브하우스는 난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주택에서 난방에너지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난방에너지 절감에는 많은 부분 기여할 수 있지만 가혹한 여름에 대비한 추가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친환경건축은 외국의 기준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적용하기보다는 국내 기후특성이나 문화,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
패시브하우스 전문가들이 간과하고 있는 또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냉방 시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외부의 일사나 온도의 영향을 배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내에서 발생하는 열을 적절히 배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최근 핵가족화, 저출산, 노령화의 영향으로 예전보다 주택의 세대당 거주인원은 줄었으나 사용하고 있는 가전기기의 종류나 용량은 증가했다. 냉방 입장에서 가전기기는 실내에서 사람과 더불어 열을 발생시키는 원인인 것이다.
예를 들면, 냉장고나 TV는 전기를 사용해서 고유의 기능을 하지만 부수적으로 만만치 않은 열을 발생하고 있다. 아무리 기밀과 단열성능이 우수한 패시브하우스라고 해도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적절하게 배출하지 않고서는 냉방 없이 여름을 지낼 수 없다.
그렇다면 건물에서 여름을 시원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바로 ‘맞통풍(cross ventilation)’이 가능한 개방적인 공간을 생각할 것이다. 즉 개방적인 공간으로 맞통풍이 잘되는 평면, 충분한 빛이 실내로 유입될 수 있는 넓은 창이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정석처럼 되어 있는 것이다.


<오류2 > 통풍은 시원하다?

친환경건축 설계에서 최고로 중시되는 것은 ‘통풍(通風)’이다. 건축 평면, 단면도 위에 춤추는 화려한 ‘바람(기류)의 선(線)’은 이미 기본이다. 건축가가 애용하는 내부칸막이가 최소화된 개방적인 공간도 ‘통풍을 위해서’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통풍은 시원한 것일까?
통풍의 목적은 주로 다음의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공기의 움직임(氣流)으로 인체로부터의 방열(放熱)을 촉진한다’, 둘째 ‘실내에 정체된 열을 배출해 실내 온도를 낮춘다’.
첫째, 기류를 통해 사람의 피부에서 열을 방출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풍속(風速)이 필요하며 통풍 즉 자연풍으로 부족하다면 선풍기를 사용해도 좋다. 여기서 사람들이 시원하다고 느끼는 것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주변 공기온도의 문제라기보다는 피부온도가 어떠한가 즉, 열적으로 쾌적한 정도의 피부온도를 유지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체 주변온도를 낮추는 것과 더불어 피부에서 열이 잘 방출될 수 있도록 적당한 기류가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여름철 ‘실내에 정체된 열을 배출해 실내 온도를 낮춘다’의 효과는 가전 등의 내부발열이 증가하고 있는 최근 주택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통풍만으로는 기껏해야 ‘실내온도=외부 공기온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즉 ‘외부에 시원한 공기’가 없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여름철 건물에서 통풍을 통해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첫째, “맑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 주변에 녹지가 충분히 조성돼 있을 경우 맑고 시원한 바람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도로 및 주차장이 있는 경우 공기가 가열·오염되기 쉽다.
둘째, “바람 불어오는 방향의 인동간격이 넓다” - 바람이 불어오는 방행의 인동간격이 좁으면 외부풍은 급격히 약해진다. 충분한 바람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셋째 “주변이 조용하다” - 창을 열었을 때 소음이 신경 쓰이지 않아야 한다. 에어컨 실외기 등 소음·발열의 원인이 되는 설비는 설치 위치에 주의해야 한다. 넷째, “방범상 문제가 없다” - 창을 열어도 안전ㆍ안심할 수 있어서 취침 시에도 창을 열 수 있다면 낮은 온도의 외기를 도입할 수 있어 냉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상, ‘여름철 통풍을 위해 전제돼야 할 조건’에 따르면 특히 도시에서는 여름철 통풍을 통해서 쾌적하게 지낼 수 없다는 결론이다. 결국 에어컨을 설치해야 한다.
에어컨을 설치해야 한다면 어떻게 에너지를 절감하면 좋은가? 에어컨을 설치해서 냉방을 한다는 것은 실내 공기가 보유하고 있는 열을 사람이 쾌적하게 느끼는 수준까지 제거하는 것이다. 즉 냉방해야 할 공간의 체적이 크면 클수록 냉방에 소요되는 에너지는 많아진다. 그러므로 여름철 불가피하게 냉방을 해야 한다면 최소한의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냉방에너지를 절감하는 방안이다. 

▲ 에어컨 냉방이 정말로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오류3 > 창은 클수록, 빛은 많이 받을수록 좋다?

전면 유리로 마감한 건물이 유행하고 있다. ‘건축은 빛의 예술이다. 빛을 좀 더 많이, 창을 좀 더 크게’가 최근 건축설계 경향이다.
건물에서 창이라는 요소는 조망권을 제공하고 외부의 자연환경과 실내환경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단열의 측면에서 유리로 마감된 창은 벽 구조체에 비해 취약하다.
실내의 많은 열이 창을 통해 손실되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한다. 건물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창은 최적화 또는 최소화돼야 하는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건축, 건물에너지 절약에 대한 요구가 지배적인 가운데에서도 전면 유리마감의 건물은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
미적인 측면, 상업적인 측면에서 건물의 가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건물(축)주의 요구가 있기도 하지만, 심지어 ‘충분한 자연채광을 통해 조명에너지 절감’이라는 건축디자이너의 확신(변명)이 있기 때문이다.
열적인 측면은 차치하더라도 정말로 창을 크게 해 실내로 빛을 많이 받아들이면 조명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의 눈은 태양의 빛에 맞춰서 진화해왔다. 즉 인간의 눈은 태양광 아래에서 물체가 가장 자연스럽게, 좋게 보이는 것이다.
한편 실내 밝기는 ‘(책상면)조도’와 더불어 빛환경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로써 ‘휘도’를 사용한다. ‘휘도’는 사람의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분포)의 크기이다.
실내 공간 전체에 대한 빛환경의 평가는 이 ‘휘도분포’가 사용된다.
사람의 눈은 공간의 빛을 인식할 때, 우선적으로 그 공간에서 가장 밝은, 즉 ‘휘도가 높은’ 부분에 맞춰서 동공을 축소시킨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곳도 ‘축소된 눈’으로 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창을 크게 하면 사람의 동공이 밝은 창에 맞춰져서 실내공간은 어둡게 느껴지는 것이다.


<오류4 > 기밀 성능이 높아지면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

건물의 실내 공기를 청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청정한 공기를 실내로 유입시키는 환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냉방과 난방 측면에서 외기는 실내 공기보다 더 덥거나 차가운 공기이다.
환기를 할 경우 냉방이나 난방에너지는 더 많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건물에는 환기와 더불어 환영받지 못하는 공기가 들어오거나 나가게 되는데 이것을 침기 또는 누기라고 한다.
침기(누기)량이 많아지면 환기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냉방, 난방에너지가 요구된다. 따라서 건물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열과 더불어 침기 되지 않도록 기밀하게 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실내 공기질 전문가나 건축디자이너들은 기밀성능 향상은 실내 공기질 악화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절반은 맞기도 틀리기도 한 이야기이다. 일부 맞는 것은 예전 건물은 기밀하지 못해서 비교적 신선한 외기가 실내로 대량 유입돼 실내 공기질은 청정하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량 유입된 외기는 실내 온도를 떨어뜨려서 난방을 해도 실내 온도가 상승하지 않는 문제를 야기한다.
심지어는 난방을 하면 할수록 따뜻한 공기가 실내 상부의 틈새를 통해 모두 빠져나가고 그 만큼의 차가운 공기가 실내로 유입돼 ‘난방을 하면 할수록 추워진다’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한편, 국내에서도 주거공간의 실내 공기질 향상을 위해 신축 공동주택 100세대 이상의 경우에는 환기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환기설비가 설치된 경우에 건물이 기밀하지 않으면 설령 환기설비를 가동한다고 해도 실내 공기는 신선한 외기로 치환되지 못하고 환기설비 주변 틈새에서 유입된 외기만 환기설비를 통해 배출되게 되게 된다.
즉 건물의 기밀성능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환기설비를 가동해도 실내 오염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진실 > 거주하는 사람들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어야 진정한 친환경건축이다

지금까지 친환경건축 전문가들이 범하는 대표적인 오류에 대해 다루었다.
그렇다면 결국 무늬만 친환경이 아닌 실제적으로 건물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진정한 친환경건축을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정부는 선언적인 친환경건축의 시범사업에만 치중하지 말고 근본적으로 국내에서 제로에너지빌딩, 패시브빌딩이 경제성을 가지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고성능의 건축자재, 시스템을 개발에도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관련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국내 친환경건축 제품, 기술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하루 속히 전문가를 양성해 정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로 국내 건설시장에서도 제로에너지빌딩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건축 종사자들은 외국의 친환경건축, 패시브빌딩 설계기준을 답습하기 보다는 그 본질을 이해해 국내 기후나 생활방식에 적합한 기준과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건물이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설계기준을 외워서 요소기술을 조합하기 보다는 건축물을 둘러싼 열, 빛, 음, 공기라는 물리적인 현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밸런스 있게 실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친환경건축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패시브하우스의 요소 기술(한국패시브건축협회 제공).
▲ 건축 디자이너가 선호하는 작품(주택)의 설계 어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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