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⑦> 자본과 국가권력을 재현하는 ‘상징적 스펙터클’… 메가시티
<건설인문학⑦> 자본과 국가권력을 재현하는 ‘상징적 스펙터클’… 메가시티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08.30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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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희망의 도시,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_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5)

도시경관, 자본과 국가의 상징적 이미지를 재현하는 ‘지배 권력의 스펙터클’

< 경제위기와 도시위기를 모두 해소할 정책 대안 >
  ┗ ‘실질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시장 실물경제 활성화
  ┗ 실수요에 조응하는 도시 건조환경 개발과 공적 운영
  ┗ 비물질적 재화와 서비스의 탈상품화와 ‘접근성 증대’

 

4. 위기의 도시에서 희망의 도시로

1) 도시 위기 대응 전략과 한계


■부동산 시장의 만성적 위기를 초래하는 도시 정책

▲ 최병두 교수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오늘날 도시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자본의 축적 과정에 도시의 건조환경이 형식적, 실질적 그리고 금융적으로 포섭되고 이에 따라 도시공간이 재편됨에 따라 발생한 것이다.

특히 도시공간은 실물생산 자본의 집중뿐 아니라 새롭게 급부상한 부동산자본과 금융자본이 작동하는 무대이며 수단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도시공간은 자본축적을 위해 잉여가치를 생산하고 또 이를 재흡수해야 할 주요한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다.

오늘날 도시공간은 자본에 의해 점점 더 장악되었고, 국가는 공공성이라는 명분으로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도시공간은 이러한 전략들에 의해 실제 개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이익 즉, 미래의 개발을 전제로 한 지대 수취를 노리는 투기의 장이 되었다.

기존의 건조환경과 공적 경관은 새로운 건설과 공간 조성을 위한 창조적 파괴로 사라졌고, 새로운 도시 경관들은 자본과 국가 권력의 상징적 이미지들을 재현하는 스펙터클로 변모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도시 건조환경은 잉여가치 창출의 주요 수단’이고, ▷‘유휴화된 자본과 노동이 재투입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지배 권력의 스펙터클로 전환’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오늘날 가속적으로 촉진되고 놀라울 정도로 규모를 확대시켰으며, 선진국뿐 아니라 제3세계 국가들에서도 웅장한 건조환경을 자랑하는 ‘메가시티’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었다. 도시 건조환경을 통한 자본축적과 도시공간의 재편과정은 처음에는 실물경제에서 발생한 과잉자본을 흡수해서 위기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잉자본을 흡수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도시 재개발을 통해 추진된 도시공간의 재편과 더불어 이러한 도시 건조환경의 재구축을 위해 촉진된 규제완화 전략은 결국 도시 부동산시장의 만성적 위기를 초래했다.

도시 재개발로 외형적인 경관은 확대되고 정비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 공간의 지나친 고밀화와 난개발이 촉진되었고 나머지 도시 지역이나 주변지역은 노후화 및 황폐화되면서 개발로부터 소외되었다.
또한, 도시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사업들은 국가의 재정 부족과 운영의 비효율성 등을 명분으로 민영화되면서 공적 공간에 대한 민간자본의 유치와 이에 의한 민간 운영이 당연시되고 있다.

도시 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국가와 기업의 금융 운영과 가계에 대한 부동산 금융대출의 확대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부채위기 속에 빠지도록 했다. 이렇듯 도시 건조환경을 통한 잉여가치의 창출과 재투자 과정은 결국 도시 부동산시장의 만성적 위기를 초래하게 되었고, 도시 서민들의 사회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편, 도시는 잉여가치의 창출과 재투자의 장인 동시에 이를 둘러싼 저항의 장소가 되고 있다.

도시 서민들은 실물생산 영역에서 실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주변화 될 뿐만 아니라, 도시공간의 개발ㆍ관리ㆍ운영으로부터 배제됨에 따라 사회에 대한 소외감과 적대감이 점점 더 확대되면서, 극히 개인적이고 부정적인 방법에서부터 연대적이고 공감적인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으로 사회에 대한 저항적 행동을 보이게 되었다.

그렇다고 경제위기가 도시위기로 전환되면서 중첩 또는 심화되고 있다고 할지라도 자본축적 과정 자체가 바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지배 권력의 스펙터클… 도시 위기에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

◇임금 압박과 비정규직 확대= 오히려 국가와 기업은 경제의 저성장(즉 “이윤율의 하락”) 경향과 도시의 공간적, 사회적 위기 노정에 대응하고 조정하기 위하여,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것처럼 우선 ‘노동 개혁’과 ‘산업구조 조정’을 명분으로 해고와 실업을 더욱 유연화하고, 이를 통해 임금 압박과 비정규직 확대 등을 강화시킨다.

실물생산 부문의 과잉축적과 그로 인한 이윤율 하락에 직면한 기업들에게 이러한 방법 즉, 임금과 고용의 유연화를 통해 일시적으로는 위기를 해소할 수 있겠지만 결국 구매력 감소를 촉진하고 가계의 부채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민영화와 민간자본 유치= 아울러 정부와 기업은 그 동안 위기 국면에 직면할 때마다 흔히 그렇게 해 온 것처럼, 도시 건조환경의 추가 개발을 지속ㆍ확대시키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부동산자본의 금융화, 민영화 전략을 강화하면서, 부동산시장을 관리ㆍ조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계속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도시 건조환경의 실질적 수요에 대한 한계에 봉착하여 부동산 거품의 붕괴 또는 ‘의제적 자본’(부채)의 가치 실현 불능으로 인한 부동산과 금융위기를 심화시킨다.

◇과학기술과 정보기술 투자= 또 다른 방법으로, 정부와 기업은 과잉자본을 과학기술 및 사회문화 영역으로 투입하여, 비물질적 생산 부문을 확대하고 상품화를 촉진할 수 있다.

이른바 탈산업사회로의 전환 이후, 기업들은 ‘기술’ㆍ‘지식’ㆍ‘정보’ㆍ‘디자인’ㆍ‘문화’ 등, 방송과 영상 이미지에서부터 지역 축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비물질적 생산을 통해 새로운 자본축적의 계기들을 마련하게 되었다. 국가는 ▷지식경제 ▷문화경제 ▷창조경제 등의 이름으로 이를 촉진하고자 한다.

사실 오늘날 대도시들에서 생산의 기초가 되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얻은 토지나 다양한 천연자원 등 물질적 요소라기보다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언어, 이미지, 지식, 코드, 습관, 관행 등 비물질적인 것들이다.

이에 따라 대도시들은 이러한 비물질적 요소들의 생산과 소비를 위해 화려한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면서, 도시의 건조환경에 새로운 상징적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비물질적 생산 영역을 통한 자본축적 역시 실수요를 전제로 하지만 실물생산이 위축된 상황에서 생산된 잉여가치가 실현되기 어렵다. 또한 그 자체로써도 인간의 창의성, 언어와 기호, 지식과 문화까지 상품화시키기 때문에 인간 사회의 황폐화를 초래하게 된다.


■저항의 장소로서 도시… 자본 순환의 경로에 대한 비평적 대안

이상의 세 가지 대응 방법들은 사실 자본 순환의 세 가지 경로와 관련된다. 만약 정부와 기업이 진실로 경제위기와 도시위기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를 유지ㆍ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면, 이 방법들을 재검토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개선된 방법을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질임금 인상과 구매력 향상= 즉 정부와 기업은 실질임금의 인상을 통해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한편 구매력을 향상시켜서 국내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비록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에 봉착했다고 할지라도 국내 실물경제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민의 실수요에 조응한 개발= 또한 과잉축적된 자본의 일부를 도시 건조환경의 개발에 투입하여 미래의 생산(인프라)과 도시인들의 생활(주택)에 필요한 물적 토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자본의 과다한 금융화 억제= 물론 이 경우, 실질적 수요에 조응할 수 있도록 개발을 통제해야 할 것이며, 도시 건조환경으로 유입되는 투기적 자본을 차단하고, 부동산자본의 과다한 금융화를 억제함으로써 부동산ㆍ금융위기가 초래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정보재의 사용료 인하 및 접근성 증대= 그리고 과학기술 및 사회문화 영역으로 과잉자본을 투입함으로써 비물질적 생산과 소비를 촉진할 수 있지만, 이 부문의 생산방식의 특성(지적재산권에 근거한 정보재의 초과이윤 또는 독점지대)을 고려하여 사용료 인하 또는 무료 개방 등으로 접근성을 증대시켜 나가야 한다.

 
이와 같이 당면한 경제위기 및 도시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개선 방안으로, 세 가지 정책 즉 ▷실질임금 인상과 ▷내수시장의 실물경제 활성화, ▷실수요에 조응하는 도시 건조환경의 개발과 공적 운영, ▷비물질적 재화 및 서비스의 탈상품화와 접근성 증대 정책 등이 제안될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은 자본축적의 메커니즘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경제적 위기와 도시의 사회공간적 위기를 해소하면서 자본축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점, 즉 자본축적의 메커니즘에 단기적으로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실제 그러하다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는 이 방안들을 기피되게 된다. 또한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방안들은 자본축적의 기본 논리, 즉 ‘축적을 위한 축적’을 무시한 채 자본주의 경제의 지속성에 기여하게 되는 “개량주의적 대안”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 <다음 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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