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⑥> ‘창조적 파괴’… 도시재생을 통한 자본 흡수의 또 다른 얼굴
<건설인문학⑥> ‘창조적 파괴’… 도시재생을 통한 자본 흡수의 또 다른 얼굴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08.19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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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희망의 도시,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_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4)

‘창조적 파괴’… 도시재생을 통한 자본 흡수의 또다른 얼굴

<정책적 도시재생…‘젠트리피케이션’ㆍ‘도시 인클로저’ 초래>
  ┗ 도시공간의 독점적 사유화와 자산이득의 배타적 전유 촉진
  ┗ 공동체를 위한 장소는 파괴되고 도시 공간에서 서민 배제


▲ 최병두 교수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지난호에 이어>  도시의 주택ㆍ토지시장은 흔히 수요의 변동성과 공급의 비탄력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고 불균형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금융대출과 여타 방식으로 투입된 금융자본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통제 또는 조작되며, 정부는 여러 수단을 동원하여 부동산 수요를 자극하고 공급을 확대시키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되고 가격이 상승한다고 할지라도, 실제 부동산 개발과 실수요의 한계로 부동산시장 및 이와 연계된 금융시장은 붕괴를 맞을 수 있다.

국가와 자본은 부동산ㆍ금융 시장의 붕괴 또는 국제 금융자본의 공격 등으로 초래되는 금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잉여가치를 재투자하지 않고 ‘외환보유고’ 또는 ‘잉여금 사내보유’ 등의 형태로 내부에 누적시킨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채(즉 ‘의제적 자본’)를 동원해 자본순환을 촉진한다.

이로 인해 국가와 기업의 부채는 점점 더 누적되고, 실물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가계 대출 규제도 완화되지만 결국 모든 경제주체들이 부채의 덧에 빠지는 위기를 맞게 된다.  이와 같이 ‘사회적(국가 및 기업) 잉여의 누적’과 ‘부채의 누적적 증대’라는 모순은 자본축적의 한계와 이로 인한 다양한 위기 특히, 도시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 <데이비드 하비의 자본순환론>= 자본의 순환과정에 관한 새로운 ‘시공간적 이해’로서 위기이론과 결합했다. ‘단계적 자본이전 이론’ 모델로 자본의 3차순환 과정인 ‘과학기술’ 및 ‘사회적 지출’에 대한 연구는 보완되어야 하지만 도시 건조환경을 통한 자본순환과 지역 불균등발전(공간적 조정)을 분석했다.

■(국가ㆍ기업) 막대한 이익잉여금 누적과 동시에 부채 늘려 자본 순환

한국 경제의 경우 2000년대 이후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의 증가율은 심각하게 둔화되었고 이에 따라 실물경제는 크게 위축되었다<그림5>

반면 이러한 상황에도 수출을 주도했던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총이익잉여금은 2001년 48.4조원에서 2010년 674조원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기업 내 유보율은 2001년 4.6%에서 2007년 26.7%로 급증했으며, 2008년 금융위기로 다소 줄었지만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6>.

기업이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올리면서 사내에 누적시키는 것은 한편으로 일정한 이윤율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 영역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 앞으로 언제든지 찾아올 금융위기(특히 유동성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결국 실질임금의 저하와 더불어 실물경제에서 자본 순환을 더욱 위축시키게 된다.
한편, 대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사회적 잉여를 내적으로 누적시켜 왔다. 그 예로, IMF 경제위기 이후 국가의 외환보유액을 살펴보자.

1997년 89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국제수지의 흑자 등에 힘입어 2007년 2천622억 달러로 증가했고 2008년 2천12억 달러로 줄었으나 그 이후 계속 증가하여 2013년 3천465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렇듯 기업과 국가는 막대한 잉여금을 누적시키는 동시에 엄청난 부채를 증가시켜 왔다.

 

■(가계) 2000년 이후 지속적인 실질임금 위축→주택담보대출로 생활자금 대체

2000년대 이후 노동생산성 및 실질임금이 저하됐다.
그러나 국가와 기업은 막대한 잉여를 누적시키면서도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결국 자본 순환의 전반적 정체가 초래되었고, 이러한 국면에서 각 경제주체들은 부채를 통해 자신들의 경제활동을 촉진시키려는 성향을 보이게 되었다.

즉 가계는 소비를, 기업은 생산을, 정부는 재정 지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부채에 의존했다. 이로 인해, 2003년에서 2013년 10년 사이 정부(중앙 및 지방정부, 공기업) 부채는 276조원에서 908조원(3.3배)로, 민간기업의 부채는 860조원에서 1천652조원(1.9배)로, 가계 부채는 559조원에서 1천223조원(2.2배)로 급증했다.

국가의 총부채는 1천379조원에서 3천783조원으로 엄청나게 증가했고, GDP와 대비하면 209%에서 265%로 증가했다. 2013년 경제주체별 부채를 GDP 대비로 보면, 정부는 40.1%, 가계는 91.6%, 기업은 158%로,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정부 부채를 제외하고 가계와 기업의 부채는 이미 임계치를 능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Cechett et al.(2011)가 OECD 18개국에 대해 1980~ 2010년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GDP 대비 부채수준이 가계는 85%, 기업 90%, 정부 85%를 초과하면 GDP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부채 수준이 임계치를 초과한 것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점은 그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고 회복되기 어려운 여건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 위기’는 도시 재개발을 통한 자본축적에 내재된 모순의 발로

각 경제주체들의 부채 증가는 도시 위기를 가중시킨다.
정부의 부채는 금융안정화(외환매입기금 등)에서 이자 및 원금 상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주요 원인들 중 하나는 ▷뉴타운 ▷고속철도 건설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공공사업이었다.

기업의 부채는 은행 대출금, 장단기 기업채 등으로 구성되며 이미 2000년대 초에 임계치를 초과했지만, 특히 건설업체들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가장 높고 빠르게 증가하여 2007년 14.7%에서 2012년 205%에 달했다.

가계부채의 경우 예금은행 대출은 2005년 305.5조원에서 2015년 563.7조원으로 10년 사이 84.5%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2005년 68.1%를 차지했고, 2008년 다소 줄었지만 2013년 이후 다시 크게 증가하여 2015년에는 71.3%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가계대출의 증가,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은 도시의 서민들에게 주택 구입을 유도함으로써 건설업체들이 자금 대출을 받아 건설ㆍ공급한 주택들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주택담보대출이라고 할지라도 주택 구입용도가 아닌 생활자금 목적으로 지출될 수도 있다.

특히 2013년 주택시장 금융규제 완화 이후 생활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증가했는데, 2013년 9월 전환대출의 19.7%, 추가대출의 17.8%에서 2014년 9월에는 각각 25.3%, 26.3%에 달했다(한국일보, 2014년 12월 1일). 이는 도시 서민들이 실질임금의 위축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로 생활자금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생계가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각 경제주체들의 부채 위기는 도시의 건조환경과 공간 재편을 통한 자본축적 과정에 내재된 모순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즉 도시의 건조환경은 과잉자본의 흡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도시 공간을 끊임없이 재편시키고 있다.

 

■도시공간 재편은 ‘사회적 약자의 배제’와 ‘공적공간의 탈취’를 전제

이러한 과정은 그동안 도시 공간을 재구조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 1970~80년대의 도시재개발이나 도시정비사업에서부터 2000년대 이후 뉴타운과 도시르네상스, 경제자유구역 건설이나 특구 개발, 그리고 도시재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추진되어 왔다.

이에 따라 ▷거대한 아파트단지 재개발뿐 아니라 ▷초국적 기업의 연구개발센터, ▷유통자본의 대형쇼핑몰, ▷재벌기업의 오피스빌딩(‘타운’에 버금가는 - 편집자 주), 그리고 ▷거대한 ‘경기장’이나 ‘전시관’과 같은 공공시설이 조성되었고, 특히 공익사업을 명분으로 토지는 강제 매수되면서 서민들의 주거지와 생계형 상가(가게ㆍ점포)들은 철거되었다.

 

도시공간의 재편과정은 항상 사회적 약자의 배제와 공적 공간의 탈취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도시 재개발은 도시 공간이 자본의 지속적 축적과 자본주의의 재생산을 위해 필수적이며, 특히 과잉축적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는 핵심적 수단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그림_하비의 자본순환론 참조>

한편, 도시 재개발을 통한 자본 흡수의 또 다른 측면은 이른바 ‘창조적 파괴’라고 할 수 있다.
도시 젠트리피케이션, 도시 인클로저 등은 한편으로 도시 건조환경의 창출을 통해 도시 공간의 독점적 사유화와 이를 통한 자산 이득의 배타적 전유를 가능하게 했고, 다른 한편으로 공동체적 도시 장소의 파괴와 도시 서민들의 사회공간적 배제를 초래했다.

이와 같이 자본축적과정에서 발생한 경제적 위기는 도시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드러날 뿐만 아니라 도시 건조환경을 통한 자본축적의 위기 그리고 이로 인해 피해와 희생을 강요받는 ‘도시 서민들의 사회적 위기’, 요컨대 ‘도시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 <다음 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그림5> 노동생산성 및 실질임금 증감 추이 (자료: 통계청, KOSIS)  
<그림6> 기업의 이익잉여금과 사내 유보율(자료: 한국은행 기업경영보고서)  
<그림7> 경제주체별 부채 증감 추이(자료: 한국은행)  
<그림8> 가계부채와 주택담보대출 현황(자료: 통계청, K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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