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⑤> 도시는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공간적으로 표현하는 매체
<건설인문학⑤> 도시는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공간적으로 표현하는 매체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08.10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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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희망의 도시,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_위기의 도시 희망의 도시(3)

도시는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공간적으로 표현하는 매체

< 실물생산 과잉 축적과 유휴자본의 순환 경로 >
  ┗ 유동성 강화 및 신용체계(신용카드, 채권, 주택담보대출) 활성화
  ┗ 경기활성화 정책-부동산규제 완화, 정보통신기술 투자 등
  ┗ 일시적인 건설부문 투자 증대와 부동산 가격 상승 효과
  ┗ 실제 개발수요 뒷받침 안되면 ‘부동산ㆍ금융 위기’로 확대


■(행성적 도시화) 도시재생을 통한 자본축적 과정

▲ 최병두 교수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지난호에 이어> - 도시의 건조환경은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서 그 자체가 자본 순환의 기본적 대상이며 경제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작동하지만, 동시에 자본주의 경제 위기를 공간적으로 표현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심화시키는 결정적 매체라고 할 수 있다.

‘근대적 의미의 도시화 과정’에서 도시공간의 편성과정은 ‘자본주의적 산업화’와 동시에 진행되었다면, 오늘날 ‘탈산업화 과정’에서는 ▷첨단기술경제 ▷지식기반경제 ▷창조경제 등 ‘비물질적 생산부문’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자본축적 과정은 아직도 상당히 도시공간의 재편 과정에 의존하고 있다. 

도시 재생 또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등을 통한 새로운 도시화과정은 서구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제3세계 국가들에서도 붐을 일으키면서 지구적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행성적 도시화’(planetary urbanization) 또는 ‘행성적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Merri-field, 2013; Lees et al., 2016).

이러한 도시화 과정은 그 동안 자본축적 과정에서 사회적 부를 누적시키면서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는 주요한 근원이 되었다. 

하지만 도시 건조환경에의 투자 붐은 결국 과잉투자ㆍ과잉공급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유발하고, 나아가 전세 및 월세 급등으로 인한 주거위기와 난개발에 따른 환경위기 등을 초래하면서 직ㆍ간접적 피해를 고스란히 도시 서민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3. 경제의 위기에서 도시의 위기로

■(실물경제 위기의 1차 국면) 신용체계 구축, 금융과 부동산의 투기성향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는 단순히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 또는 경기순환 과정에서 반복되는 불황이나 침체 국면이 아니라 자본축적 과정에 내재된 구조적 모순의 표출로 설명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제 위기는 우선 직접 생산영역에서 과잉축적의 위기로 나타나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자본과 국가의 전략으로 일시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즉 실물생산에서 과잉축적의 위기는 신용체계의 발달과 더불어 자본의 흐름을 다른 부문으로 전이시킴으로써 어느 정도 완화되지만, 또 다른 위기들, 특히 금융위기, 부동산위기를 유발하게 된다.
실물생산 영역에서 과잉생산과 이로 인한 시장의 포화가 발생하게 되면, 과잉축적의 위기, 또는 하비가 ‘위기의 제1차 국면’이라고 부른 상황이 발생한다. 과잉축적의 위기는 ▷상품 재고의 누적 ▷생산설비의 불완전한 가동 ▷과잉 화폐자본 ▷노동력의 유휴화 등으로 나타나고, 실질이윤율 저하를 초래한다.
그러면 이러한 1차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즉, 소비를 촉진하여 (잉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신용체계’가 발달하게 된다. ‘신용체계’는 미래에 발생할 수입을 앞당겨 지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제적 자본’을 작동시키는 과정이다.
이러한 ‘신용체계’의 구축과 발달은 노동시간, 상품의 생산 및 유통 기간, 자본의 회전기간 등을 결정하며, 자본축적에 필수적인 계기가 된다. ‘신용체계’에 기반을 둔 금융자본의 발달은 실물생산 부문에서 자본축적을 지원하고, 과잉축적의 위기 상황에서 완충 역할을 담당한다.
금융자본은 생산자본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필연적으로 ‘의제적 성격을 띤 자본’(▷신용카드 ▷국가와 기업의 채권 ▷주택담보대출 등)이며 일정한 투자기회를 확보하지 못한 순전히 과잉 또는 유휴화된 자본의 성격을 가진다.
특히 금융자본의 자기 증식과정은 결국 생산자본과 괴리되어 부동산 및 금융 시장에서 투기적 성향을 보이게 되며, 특히 미래의 생산이 불확실한 상황(즉 경제침체 또는 저성장)에서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해져, 결국 금융시장이 붕괴하는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
이와 같이 과잉축적으로 유휴화된 자본은 신용체계의 발달에 의존하여 부분적으로 일반상품 생산으로 재투입되지만, 또한 다른 영역으로 경로를 바꾸게 된다.

■(실물경제 위기의 2차 국면) 도시 건조환경, 대규모 인프라와 주택건설

유휴자본이 흘러가는 2차 순환경로는 ▷도시의 건조환경 영역 즉, ▷물질적 고정자본과 ▷내구성 소비재 영역이다. ‘도시 건조환경’ 부문에의 투자는 물론 경제성장 과정 전반에서 진행되지만, 특히 실물경제의 위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또한 ‘고정자본’(공단과 공장, 기계 등과 같은 ‘설비투자’와 물리적 인프라 등 ‘건설투자’)과 ‘내구성 소비재’(주택, 자동차, 여타 가전제품 등)에의 투자는 장기적으로 생산 및 소비에 바탕이 되지만, 자본의 투자 규모가 크고 회전기간이 길기 때문에, 금융자본과 국가 정책의 지원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금융자본은 도시의 건조환경(건축물과 대규모 인프라와 같은 고정자본과 주택과 같은 내구성 소비재)을 통한 자본순환 과정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시의 부동산 자본은 미래의 지대에서 파생되는 의제적 자본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신용체계의 발달과 금융자본의 기능을 통해 팽창한다.
또한 금융자본은 내적으로 부동산 증권화(부동산펀드, 리츠,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를 통해 미래에 발생할 수입(개발)을 전제로 투기적 자본과 모험적 건설자본 간 연결고리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에서 실질적인 개발과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결국 부동산자본과 금융자본은 더 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즉 실물경제에서 과잉축적의 위기는 신용체계의 발달과 도시 건조환경 부문으로 자본 흐름의 전이로 일시적으로 완화되지만, 결국 도시 부동산ㆍ금융의 위기로 확대된다.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 신용체계 활성화, 건설투자 증대, 부동산가격 상승

물론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의 지구화과정에서 한 국가의 경제적 위기는 단지 국가에서 내적으로 진행되는 자본축적 과정과 이에 내재된 모순의 발현에 한정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7년 국제 금융자본의 투기적 작동으로 IMF(외환) 위기를 맞았으며, 이로 인해 실물경제 시장이 붕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의 확대재생산을 위한 고정자본에의 투자가 크게 둔화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는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신용체계의 구축과 ▷통화량의 증대 및 ▷여타 금융자본의 확충을 통해 ‘유동성 강화’를 꾀하는 한편, ‘경기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부동산정책을 시행하고 또한 ▷정보통신기술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자본의 순환 경로를 전반적으로 활성화시키고자 했다.
자본의 유동성 증가를 위한 신용체계의 활성화는 건설부문의 투자 증대와 더불어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좌우했다.

 
<그림 3>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IMF 위기에 따라 1998년 경제지표들이 급락한 후 1999년 다시 전반적인 반등 양상을 보였으며, 특히 통화량(M1 기존)이 대폭 확대되고, 건축허가면적도 급증하면서 서로 비슷한 변동성을 보였다.
그 후에도 통화량의 증감은 건축허가면적 증감율을 1~2년 정도 시차를 두고 선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 이후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 시기에는 특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토목사업 등으로 건축허가면적은 증대하지만 실제 주택매매가격의 큰 상승은 없었다. 오히려 2013~14년 통화량의 증가와 더불어 건축허가면적이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신용체계의 정비, 특히 금융자본의 발달이 부동산 시장 및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물론 좀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부동산시장에 투입되는 금융자본으로 부동산펀드와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자산의 급증 추세에서 그 일면을 확인해 볼 수 있다<그림 4>.

 
우리나라의 리츠 총자산은 2004년 1.4조원에서 2014년에는 15조원으로, 부동산 펀드는 0.9조원에서 29.7조원으로 각각 15배에서 30배 정도 급증했다는 사실은 이 시기 부동산 관련 금융과 투자가 얼마나 확장되었으며, 국가의 제도적, 체계적 지원 하에서 얼마나 민영화 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 <다음 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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