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건설현장은 보통 늦어진 공기를 맞추기 위해 휴가도 잊은 채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올 여름 건설현장은 장마나 폭염이 아닌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타워크레인, 굴삭기, 믹서트럭 등 건설기계장비 근로자의 파업으로 건설현장이 멈춰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콘크리트 믹서트럭 운전자가 ‘8·5근무제’ 투쟁을 7개월째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결국 레미콘 공급이 중단됐다.
타워크레인의 파업도 3주째에 접어들어 전국 970개 현장 중 87%가 가동을 멈춰 섰다.
굴삭기도 지난주 1만5천여명이 ‘굴삭기 수급조절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건설현장마다 대책마련에 나서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어 초비상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공기가 길어져 공사비가 늘어날 뿐 아니라 아파트 현장은 입주차질로 대란이 발생한다.
타워크레인의 경우 기본급 19.8% 인상과 상여금 250%, 구속된 노조 간부 구제 등을 내세우고 있다. 수차례에 걸쳐 노사간 교섭을 벌여 임금 7.3%, 상여금 50% 인상으로 141개 업체 중 44개(31%)만이 합의 했지만 아직도 현장은 스톱상태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임금인상안을 19.8%에서 7.3%로 낮췄지만 200여명의 크레인 기사의 정규직화와 구속된 노조간부들의 구제를 위한 탄원서까지 요구하고 있어 입장차이가 크다.
또한 레미콘믹서트럭 운전자들은 운반비 20% 인상과 주 40시간(8·5제) 근무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천안·아산지역 레미콘사들은 무리한 요구라며 공장가동을 멈추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해마다 운반비 인상요구를 매번 들어줬지만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20% 요구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레미콘 업계는 3~5% 인상의 절충안을 제시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초강수를 두고 있다.
한편 굴삭기 운전자들은 그동안 제조업체가 굴삭기를 과잉 공급해 생계가 어려워졌다며 정부가 생산량을 통제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왔다. 굴삭기 등록은 13만7천500대로 최근 5년간 연평균 3%씩 증가하고 있는 반면 가동률은 5년전 58%에서 현재 47%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굴삭기 수급은 정부부처에서도 의견이 갈라는 문제로 수급조절 문제가 그동안 난항을 겪고 있다.
국토부는 굴삭기 공급과잉을 인정, 국내 판매를 제한하려 한다. 지난해 국토부 산하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1년 뒤인 올해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산업자원부는 굴삭기를 제조하는 국가들이 통상마찰로 무역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반대에 나서고 있다.
결국 국토연구원의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산자부와 국토부가 협의해 29일에 열리는 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지만 쉽지 않다.
더구나 굴삭기 임대업자와 제조사의 이해타산과 입장차이가 첨예해 원만한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올 여름 현장은 건설기계 3중 복병으로 장기간 멈춰서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파업이 쉽게 해결책을 못 찾고 장기간 간다면 그 피해는 건설사, 장비회사뿐 아니라 현장근로자 생계까지도 위협받고, 결국 입주차질로 국민이 떠안게 된다.
모두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로 현장만은 돌아가야겠다. 다른 문제는 그러면서 해결해 나가도 늦지 않다.
한국건설신문 양기방 편집국장 = kocons@coslo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