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유인재 국민안전처 안전감찰관
<특별기고> 유인재 국민안전처 안전감찰관
  • 한국건설신문
  • 승인 2016.07.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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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 안전관리의 관점을 바꾸자!

최근의 안전사고 ‘복합화·대형화’
‘안전분야’ SOC로 분류해 체계적 투자 필요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 칠산대교 붕괴사건 등 최근 연이은 각종 안전사고는 우리들이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위험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유형의 안전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하지만 동일유형의 안전사고들이 주로 반복되고 있는 점이다.
마치 나심 탈레브가 <블랙 스완>에서 언급한 미래에 대한 아무런 걱정없이 안심하고 있다가 추수감사절이 되는 천 하루째 주인에게 잡아먹히는 ‘천일의 칠면조’처럼 안전사고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안전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고 안전에 대한 투자를 불필요한 비용이나 낭비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안전사고가 과거와 다른 점은 안전사고가 점점 복합화, 대형화, 일상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주체인 조직이나 회사는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거나 공중분해되고 국가나 사회에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전가한다.
이는 한국경제연구원이 추산한 메르스로 인한 국내총생산 손실액이 20조여 원에 달한다는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안전관리를 하여야 할 것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것은 새로운 장소나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안전관리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선, 불확실한 위험사회에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급증하고 있는 기존 노후 시설물(10년 후 국가주요 1,2종 SOC시설물 중 30년 이상 비율은 2016년 11,3% 대비 21.6%로 증가 예상)들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유형의 안전관리 영역을 찾아내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1755년 11월 1일 오전 9시 40분, 규모 8.5~9.0의 대지진이 리스본을 3분간 강타하였다. 도시의 85%가 파괴되고 인구의 1/4이 사망했다.
모든 성인을 기리는 만성절, 교회에 모였던 신도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
당시 세계 최고의 부국이었던 포르투갈과 종교 이데올르기가 종언을 고하고 자연과학과 계몽주의가 꽃피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재난이었다.
2016년 7월 5일 오후 8시 33분 규모 5.0의 지진이 울산지역을 뒤흔들었다.
피해는 경미했지만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지진안전대책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지진으로 판단된다.
금년 6월 국민안전처는 내진설계대상 범위를 500㎡ 이하 1~2층 건물까지 확대하는 등의 지진방재개선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전국 건축물 698만 6천913동 중 내진확보가 된 건물은 47만 5천335동으로 6.8%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기존건축물에 대한 지진안전대책은 아직 요원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도심지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각종 전력 및 통신선 등을 지중화할 필요가 있는데 전력선의 지중화율은 16.8%에 불과한 372㎞에 불과하다.
아울러 싱크 홀의 주요 원인이 되는 매설된 지 20년이 넘는 노후 상·하수관로는 전체 관로의 30%인 9만㎞에 달하고 있는 등 새로운 관점에서 안전관리가 필요한 시설물들이 산재해 있다.
다음으로 이와 같이 지진 등 새롭게 제기되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예산과 재원이 안전분야에 투자돼야 한다.
그러나 안전분야는 정부예산분류체계상 대규모 예산확보가 가능한 SOC가 아닌 ‘공공질서 및 안전분야’로 분류돼 있다.
그 결과 2016년 국민안전처의 예산은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0.7% 수준인 3조 2114억여 원에 불과할 정도로 예산확보가 용이하지 않다.
더군다나 SOC관련 예산조차도 ’16년 예산은 23.3조원으로 ’15년 대비 6% 감액 되는 등 최근 3년 동안 해마다 3% 이상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안전사고시 국민들의 경제 활동이나 일상생활 자체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다면 안전분야를 SOC로 분류하여 체계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각종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과 사업성을 추정할 수 기법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각종 안전사고로 인한 발생한 사회경제적 피해규모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우선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러한 신뢰할 만한 분석결과가 거의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점 심화되고 있는 소득양극화 현상으로 사회적갈등이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구의역 안전사고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사회적 약자들이 안전사고의 가장 큰 희생자로 노출되고 있다.
울리히 백은 <위험사회>에서 “부는 상층에 축척되지만, 위험은 하층에 축척된다”고 했다.
또한 지그문트 바우만은 <평준화의 맹점>에서 “다리의 수송력은 여러 교각이 지닌 힘의 평균값이 아니라 가장 약한 교각의 힘에 좌우된다. 어떤 사회의 건강도 국민총생산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되고 가장 가난한 계층의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안전분야를 사회복지정책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안전분야는 사회적 약자들의 진입이 용이한 일자리들이 풍부한 건설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안전관리정책과 복지정책을 효과적으로 연계한다면 생산적 복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안전서비스와 제품을 포함한 세계안전산업 규모는 2011년 기준 2천530억 달러이나 2021년까지 연평균 6.9%씩 증가하여 4천94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우리나라는 50억에서 106억 달러로 증가).
이와 같이 급증하고 있는 안전사고로 인한 피해규모 증가와 국내외 안전수요 확대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안전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국민안전처는 재난안전산업의 육성을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작업 중이다.
따라서 건설업계 역시 쇄퇴기 들어서고 있는 신규건설시장은 신기술·신공법 및 경영효율화로 대응하는 한편 안전관련 산업과 사업에서는 신성장 동력을 찾는 전략으로 어려운 현실을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안전관리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대형사고 발생→즉흥적·단발성 대책마련→무관심·관리소홀→대형사고 발생”의 반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안전관리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통해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조속히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대형안전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옛날 어느 임금이 신하들에게 “세상의 진리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라”고 명했다.
‘한 줄로 응축된 세상의 진리’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였다.
결국 어느 정도의 재원을 안전관리에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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