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프라망 개발 위해 매년 약1천420억 달러 필요
한국건설신문 주선영 기자 =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중남미 건설시장’. 하지만 중남미 건설시장은 국내 건설업계가 지리적인 여건 등으로 시장 진출이 수월하지 않았던 곳이다.
최근 중남미 시장 진출에 있어 수월한 길이 열렸다. 중남미 종주국인 스페인과 우리나라 건설사가 ‘중남미 건설 및 프로젝트 시장 진출확대’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
이를 위해 KOTRA와 스페인건설협회는 지난달 말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공동으로 ‘한-스페인 건설협력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현대건설, 대창이엔지 등 건설관련 대·중·소 5개사가, 스페인에서는 세계 1위 건설사인 ACS를 비롯한 주요 8개사가 참가했다. 이 행사는 한국과 스페인의 건설사들이 세계 건설시장, 특히 제 3지역에 삼각협력으로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국은 사업기반이 견고한 지역에서 상대국의 시장 개척을 위해 적극 협력키로 했다. 스페인 건설사가 27.7%로 시장 점유율 1위인 중남미의 유망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건설사를 적극 참여시키고, 반대로 우리 건설사는 프로젝트 정보와 파이낸싱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동, 동남아 시장에서 스페인 건설사를 적극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건설사 입장에서는 중남미 건설, 프로젝트 시장에서 스페인 건설사의 많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했다.
한편 한국CM협회도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스페인과의 협업을 강조하며, 최근 ‘CM Herald’를 통해, 스페인 건설 시장 및 기업에 대한 소개를 했다. 이에 본지가 동향을 정리했다.
■글로벌 건설시장 현황
전 세계 건설업체의 해외 수주 매출규모는 2014년 기준 5천215억 달러(약 597.3조원)로 전년대비 4.1% 소폭 감소했으나, 지난 5년간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전체 수주 중 교통·석유·건축 관련 프로젝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6.0%, 24.0%, 22.4%로 가장 높았다. 건설 수주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아시아·호주, 유럽, 중동 순으로, 전체 매출의 각각 26.3%, 19.1%, 15.2%를 차지했다.
중남미 지역 건설 수주 매출액은 2014년 기준 502억 달러로, 전체의 약 10%에 해당한다.
■스페인 기업, 중남미 시장 장악
태평양 동맹국은 지역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유지 중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중남미 지역 경제는 2015년 0.08% 하락했으며, 2016년에도 0.5%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이다.
그러나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페루로 구성된 태평양 동맹국은 개방적인 무역정책과 경제 다각화를 통해 국가 경제 체질을 개선 중이다. 또한, 인근 국가에 비해 외국인 투자에 대한 법적 환경이 우호적이며 정치가 안정돼 있어 중남미 지역에서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손꼽힌다.
유럽이나 기타 선진국에 비해 기간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향후 중남미 지역 내 인프라 건설 수요 확대 가능성 높다. 미주개발은행(BID)에 따르면, 현재 중남미 지역에서 식수와 전력 공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인구 수가 각각 3천100만명, 2천400만명에 달한다.
스페인 주요 일간지인 El Pais는 중남미 지역의 사회 인프라망 개발 및 확충을 위해 매년 약 1천42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스페인 건설기업들은 중남미 건설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활약 중으로, 브라질이나 기타 북미·중남미 현지기업보다 매출 실적이 우수하다. 2014년 중남미 지역 건설 수주 중 32%를 스페인 기업이 차지해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브라질 기업(19%)과 북미·중남미 기업(17%), 중국 기업(15%)이 뒤를 따랐다.
■한국-스페인 건설사 비교 분석
한국은 연간 해외건설 매출 371억 달러(2014년)로 중국,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이다. 그동안 한국 건설기업의 해외수주 중 절반 이상은 중동지역에 집중돼 있었으나, 2015년에는 건설 수요가 크게 늘어난 아시아 지역에서 197억 달러를 수주해 42.7%의 비중을 차지했다. 중동 지역 수주는 165억 달러로 2위로 밀려났다.
한편, 플랜트 건설 수주액은 265억 달러로 약 60%의 비중을 기록했으며, 토목(18.4%)과 건축(15.4%)이 뒤를 이었다.
스페인은 연간 해외건설 매출이 684억 달러(2014년)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스페인 건설업체는 과거 국내 건설시장에만 주력했으나 경제위기로 현지 시장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그동안 축적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했다.
2016년 5월 말 기준, 스페인 건설업체들이 전 세계 85개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규모는 약 400억 유로(452억 달러)로, 전체 건설부문 매출 중 82%를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얻었다.
스페인 건설업체는 교통(항공·항구·도로·철도) 인프라 건설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스페인 건설업체협회는 스페인 기업이 전 세계 대형 교통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중 약 40%를 주도하거나 참여 중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스페인 ACS 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해외건설 부문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거두는 기업으로, 연간 매출액이 2014년 387억 달러에 달한다.
◇스페인 vs 한국 건설기업 비교= 전 세계 TOP250 해외 건설기업 중 스페인 기업과 한국 기업수는 각각 11개, 12개로 비슷한 수준이다. 스페인 기업과 한국 기업의 연간 매출규모는 2014년 기준 각각 684억 달러, 370억 달러로 약 2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스페인 vs 한국 건설기업의 지역별 시장 점유 판도= 스페인은 ACS그룹이 아시아, 미국, 중남미, 캐나다 건설시장서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다. FERROVIAL, ABEINSA, OHL, ISOLUX CORSAN 등과 같은 기업도 유럽 및 중남미 지역에서 시장점유율 10위권 안에 포함돼 있다.
한국은 삼성C&T, 현대엔지니어링, 대림산업, GS엔지니어링 등이 아시아 및 중동 지역에서 시장점유율 TOP10 안에 랭크돼 있다.
◇스페인 vs 한국 건설기업의 산업별 시장 점유 판도= 스페인은 ACS, FERROVIAL, TECNICAS REUNIDAS 등과 같은 기업이 교통, 석유, 건축, 에너지, 수처리,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위 10위권에 랭크된다.
한국은 GS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삼성C&T, 포스코 등이 석유, 에너지, 산업공정, 제조 분야에서 상위 10위권에 랭크됐다.
■전망 및 시사점
스페인 기업과 한국 기업은 모두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주력 산업이나 지역이 달라 상호 보완할 수 있는 관계에 있어 전략적 제휴 관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페인 기업들은 교통이나 수처리, 폐기물처리, 통신 인프라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에너지 플랜트나 산업공정기반, 제조시설 건설 부문에서의 경쟁력이 우수하다.
또한, 스페인 기업들은 중남미 건설시장에서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한국 기업은 전통적으로 중동지역에서의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다.
특히 한-스페인-중남미 삼각협력 플랫폼 구축은 중남미지역에 사업기반이 견고한 스페인과 협력을 통한 국내기업의 신시장 개척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스페인 건설협회 후안 뉴녜스(Juan Nunez) 회장은 “중남미 시장에서 스페인 기업이 27.7%를 차지한데에 비해 한국은 4.0%에 그쳤고, 반대로 중동에서는 한국 기업이 17.3%를 차지한 반면 스페인 기업은 4.5%에 머물렀다”고 지적하면서, “두 나라가 힘을 합친다면 점유율 20.2%의 세계시장 1위가 되는데, 이는 중국(17.2%), 미국(11.4%)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혁종 KOTRA 유럽지역본부장도 “치열한 세계 건설시장에서 한국과 스페인 양국이 경쟁이 아닌 상호협력의 시너지를 택해 뜻 깊다”면서 “주력시장이 달라 상호 보완의 여지가 높은 만큼, 건설 외 다양한 분야에서도 양국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