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진검승부… 난개발 경계령
도시재생 진검승부… 난개발 경계령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06.08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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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인천시 B구에 무슨 일이?

 
도시재생이란 이름으로 소규모 단위개발이 실현되면서 오랫동안 발이 묶여 있던 재개발/재건축 지역 인근으로 난개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규제개선이라는 명분 하에 기존 건축법의 빗장이 와르르 풀리면서(도로사선제한 폐지 등 건축규제 완화는 현재진행형) 그 형세는 더욱 가관이다.

자동차 양방향 통행도 불가능한 6M 골목에 4~5층 규모의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에 느닷없이 15층짜리 아파트가 동시다발적으로 건설 중인 인천광역시 B구.

영화 <배트맨>의 고담시를 방불케 하며 순식간에 공사현장이 되어버린 조용했던 주택가의 주민들은… 지금 안팔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에 제값도 받지 못하고 떠나거나, 남아 있다해도 사방 코라도 베어갈 듯 가까운 거리에서 레미콘차 같은 중장비들이 사시장철 그것도 매우 위협적으로 돌아가는 최악의 환경에 고립되어 있다. 

이들이 재개발보다 심각한 이유는, 일정 지역에 신축 계획된 총량은 수천 세대일지라도 각각은 개별 건축행위라서 조합원 동의도 필요 없고, 기부할 부담도 없으며, 달랑 건축허가만 받아 공사할 수 있다는 것.

건축주는 기존의 단독이나 다가구 2~3채를 사서 헐고 여기에 해당 구청에서 정해준 최대 층수(인천시 B구는 15층)의 아파트 1~2개동(약 100 세대 미만 규모)을 지어 분양한다. 그리고 이윤을 챙겨 떠나면 그만이거나 같은 방식의 사업을 고 옆 필지를 사서 또 하거나 둘 중 하나다.

따라서 한 집 건너 하나씩 땅을 파헤치고 공사 중이라 해도 증가하는 입주 총량에 대한 대비는 없다. 마땅히 수반되어야 할 도로폭 확장이나 구획정리는 이뤄지지 않으며 교통ㆍ전기ㆍ수도ㆍ가스 등 사용량 폭주가 예견되는 어떤 인프라도 공공의 차원에서 계획ㆍ제공되지 않는다.

인동간격이 확보되지 않아 일조권과 조망권이 무너졌다.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집안 내부가 스캐닝하듯 노출돼 낮 밤 가리지 않고 일상생활 전반에 제약을 받게 되었다. 강력범죄 증가로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와중에 이는 사생활 보호 이상의 대책을 요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조량이 급격하게 떨어져 위생과 건강을 저해하고 밤에는 반대로 취침을 할 수 없다. 소등을 해도 야구장 라이트만큼 밝은 불빛에 잠을 이룰 수 없는 것. 이렇듯 인간의 기본적인 거주권, 생존권이 전적으로 무시된 행위가 가능한 허가의 배경에 대해 주민들은 당혹스러움뿐  아니라 의혹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 집값의 수직 상승에 수도권으로 빠져나온 유동인구를 타깃으로, 교통이 좋은 경인선 라인 등을 중심으로 하여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 난개발 현상이다. 이미 도시재생을 미니재개발이라고 꼬집었던 언론보도들이 있었듯이 지자체 조례가 허술한 지역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올해 모 경제지가 ‘도시재생엑스포’라는 행사를 기획했다. 내년에 국제행사를 치루겠다며 몇달전 참여업체 모집설명회를 하길래 가보았다. 그랬더니 놀라운 것은 부동산 투자유치 설명회와 똑같은 꼴로 이름만 도시재생으로 갈아 끼워 놓았다는 것이다.

기자는 도시재생을 간판으로 삼아 난개발과 부동산 투자에 나선 바람잡이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그 현장을 고발하기에 앞서 전문가의 분석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도시재생은 공기업과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연구단을 꾸려 다년간 준비해 온 정책사업이다. 그런데 도시재생특별법 제정 불과 2년 만에, 시범사업은 이제 막 착수했을 뿐인데, 변죽부터 울리는 이 기형적인 현상은 무엇인지, 본질이 뿌리도 내리기 전에 도용부터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시재생전문가 김정후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각을 모아보자.

그는 역설한다,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도시재생은 얼마나 잘 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덜 실패한 것이냐의 문제라고. 그는 말한다, 한국적인 각종 상황들과 모순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도시재생의 진검승부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라고.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차장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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