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건설=무인 건설?’ 누구를 위한 가치창조인가
‘스마트건설=무인 건설?’ 누구를 위한 가치창조인가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04.18 18: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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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마트건설 패러다임을 통해 건설산업도 가치창조형 첨단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 - ‘2016년 토목의 날’ 기념식에서 국토교통부 강호인 장관.

강호인 장관은 이날 “건설분야도 인공지능(AI)을 융합해 무인 건설장비의 확산 등 기술 고도화를 모색하고, 지능형 로봇 등 미래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핵심 기술들을 건설분야에 적극 활용하자”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달에는 알파고와 대전하느라 수고했다며 미래부 장관이 바둑계 인사들을 초청해 밥 한 끼 대접했다는 기사를 읽고 기자는 웃어 넘겼다.

알파고 파문 직후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코딩을~”이라는 제목의 이슈성 기사부터 정책 입안자에 이르기까지. 행정부 수장들이 더 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촉구하고 있다(3차 혁명도 아직 무르익지 않았는데). ‘인더스트리 4.0’으로 불리는 차세대 산업혁명의 4대 천왕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3D프린팅, 드론이다.

사석에서 모 업체 대표가 모 건설사 임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BIM(빌딩정보모델링)을 도입하면 인력의 20~30%를 감축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자에게 있어 BIM이란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력이었지 인력 감축 솔루션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이 대목이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다(하기야 장관이 나서서 무인 건설체제로 가자고 촉구하는데 이정도 즈음이야…). 

기자는 상상했었다. ‘BIM이 상용화 되면 월화수목금금금… 매일 새벽별 보고 출근해서 달밤에 귀가하는 건설사와 설계사무소의 측은한 월급쟁이들에게 드디어 칼퇴근이 하사되겠구나’ 라고. 이번에 그것이 아주 커다란 착각이었음을 실감했지만.

얼마 전 건축계 전문가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유사한 주제가 거론됐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AI와 로봇산업에 뒤쳐지지 않게 빨리 기술을 개발해서 건축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러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렇듯 낙관적이지는 않더라도 “이미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으니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기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안된다. 정책적으로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그 소수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내 몸에 흥선대원군이 빙의한 것 같아 당황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스마트(smart)한 폰 때문에 인간이 스튜피드(stupid) 해지지” 라며 건망증을 두고 가볍게 나눴던 농담들 앞에서 숙연해졌다.

하나만 묻고 싶다. “무인산업? 인력감축? 누구를 위한 경쟁력 향상인가?” 하나만 강조하고 싶다. “메가트렌드라고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차장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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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종 2016-04-20 03:07:11
좋은글 감사합니다. 세상은 변해도 아파트건설 중심산업이 점차 플랜트 위주의 산업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변화의 큰흐름을 알게 되었읍니다 ksjpsj@lycos.co.kr

박승훈 2016-04-18 22:14:55
메가 트랜드를 무시하면 안 되죠. 인력 감축되는 기술이라고 등한시하였다가는 미국 등 선진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이 됩니다. 국내 기업이 죽어 버리거든요. 그들을 능가하기는 커녕,, 국내 기업이 망가질 테니, 그야말로 그늘에서 해방되려면,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더욱이 인구마저 절벽이라 할 정도로 감소하니, 따라가는 게 불가능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