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범죄예방 환경조성 사업을 위한 제언
지속적인 범죄예방 환경조성 사업을 위한 제언
  • 손동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16.04.1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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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동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 (auri 범죄예방환경연구센터장)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범죄로 인해 주민들이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대검찰청의 ‘2015 범죄분석’에 따르면, 2005년 강력범죄(흉악)의 인구 10만 명당 발생건수는 40.0건(1만9천496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4년에는 66.5건(3만4천126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지역에 범죄가 발생하면, 범죄 피해자의 재산이나 신체상 피해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사이에도 불안감이 확산된다. 이는 유무형의 사회경제적 비용손실을 유도해 지역을 쇠퇴시키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따라서 범죄예방은 지역 차원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범죄에 대한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범죄가 발생한 후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경찰활동으로는 사건 및 사고를 줄이기에 역부족이다. 따라서 지역 차원에서 여러 기관들이 협력해 범죄예방에 힘써야 하며,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는 법적근거를 마련해 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의 범죄와 무질서법(Crime and Disorder Act)은 제 5조, 6조, 17조에서 범죄 예방 및 관리의 책임이 경찰만의 책무가 아니라 지방정부 및 공동체가 함께 대처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지방정부는 해당 지역 내 범죄 감사(Crime Audit)를 통해 범죄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범죄와 무질서에 대한 지역전략을 3년 단위로 수립해야 한다. 또한 범죄와 무질서 감축을 위한 지역의 협력체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법ㆍ제도적 근거가 아직 갖추어져 있지 않아 지역사회의 안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범죄 기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일명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사업 혹은 범죄예방환경 조성사업이라고 불린다. 주변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사업을 말하는데,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물리적인 공간의 영역성을 강화하고 방어적인 공간으로 바꾸기도 하지만,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긍정적인 행동방식을 확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은 골목길이 구불구불하고 어두워서 밤이 되면 주민들도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지역이었다. 서울시는 범죄심리학자, CPTED 분야 전문가, 경찰청 관계자 등 총 10인의 ‘범죄예방디자인위원회’를 구성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이 지역을 바꾸기 시작했고, 성공사례로서 소금길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셉테드 사업은 더욱 확산됐다.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범죄예방환경 조성사업은 약 250여 개에 달한다. 법무부, 국민안전처 등 중앙부처를 비롯해 서울시, 부산시 등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사업이 시행된 지역에서 주민의 만족도는 높아졌고 범죄불안감은 감소했다.

2014년 법무부가 시행한 범죄예방 환경개선사업 대상지의 관할 지구대별 범죄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강간과 절도범죄가 평균 10% 이상 줄었고, 지역주민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범죄로부터 안전감과 지역 환경인식도가 평균 1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다양한 부처와 지자체에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한계도 존재한다.
일단 체계적으로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주체가 없고, 1년 단위의 한정된 사업기간과 적은 예산으로 인해 지역의 특성과 범죄유형에 대한 분석을 고려하기보다는 벽화, CCTV 설치 등과 같이 쉽게 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개선에 치중하는 경향도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범죄 자료를 구득하지 못해 지역의 범죄현황을 분석하지 못한 채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고, 사업을 완료한 후에도 실제로 범죄가 감소했는지 효과를 검증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지관리가 잘 되지 않아 사업을 시작한지 수개월이 지나면 흉물로 변화하는 사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는 2016년 1월 1일부터 범죄예방환경연구센터(CPTED Research Center)를 출범하고 정책지원 연구사업을 본격 착수했다.

범죄예방과 건축ㆍ도시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범죄예방 환경조성 정책과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지속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의 범죄예방 환경조성 방향을 제시하고자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봄바람처럼 유행하다가 사라진 많은 사업들이 있다. 범죄예방 환경조성 사업이 한 때의 유행으로 지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빠르게 확산 중인 범죄예방환경조성 정책과 관련 사업의 올바른 정착을 통해 범죄예방을 위한 지역 협력체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민·관이 공조해야 할 것이다. 
 

-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 범죄예방환경연구센터장  손동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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