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조경 예술축제의 활성화 : 조경과 현대미술의 만남
환경조경 예술축제의 활성화 : 조경과 현대미술의 만남
  •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공동운
  • 승인 2016.03.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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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공간적 삶은 ‘머무름’과 ‘떠남’으로 양분되는 것 같다. 조경은 일상적 거주의 공간을 안정되고 건강하게 가꾸고 일상을 떠나서 방문하는 여행의 공간을 이색적이고 풍요롭게 연출해 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하면 한국의 미래 공간 수요는 인구통계학적으로 전자인 주거공간은 안정 내지 축소돼 가고 있는 것으로, 후자의 산업적 수요인 관광공간은 인구전반의 고령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조경의 미래수요는 이들 늘어나는 관광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관광자원의 발굴과 조성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판단되며 조경계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관광활동을 통해 일상생활과는 차원이 다른 축제적 체험을 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공동의 축제에는 두 가지의 형식이 있었다. 샤머니즘에 기반한 토속적인 대동굿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유교적 교리에 기반한 엄숙한 형식의 제의가 있다. 전자는 화려하고 떠들썩하며 구경거리가 많아 흥분을 유발하는 카오스적 엑스터시를 지향한다면, 후자는 보다 내성적, 성찰적이며 자제와 긴장을 통한 구도적 승화를 지향한다.
관광행위가 축제적 상황을 찾아가는 데 있어서도 앞서 축제의 두 가지 상반된 유형을 적용해 동적 유형과 정적 유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관광이벤트에 있어서 양자의 대표적 예로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조경이나 경관미학의 산물로 창출된 것이다. 양자 각각의 성격은 화려함과 고요함, 떠들썩한 즐거움과 쓸쓸한 성찰 등으로 대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모두 환경을 주제로 한 축제로 볼 수 있지만 공통점과 함께 대비점을 갖고 있어 앞서 굿과 제의의 대비와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다.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한국에서 행해진 역대 박람회 중 최고수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순천만 이전에도 이미 우리는 2002년 안면도와 2009년 꽃지에서 순천만과 동급의 국제정원박람회를 주관했고, 최근에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국내정원박람회도 경험해 다른 나라 못지않은 역량을 축적해 왔다. 이제는 우리의 경관문화, 조경문화를 창조적으로 융합해 세계를 감동시킬 만한 문화상품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단계이다. 차별성 있는 입지를 선정해 연계관광을 유도하고, 주제의 선정과 전개도 시대와 지역정신을 반영해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원박람회와 같은 떠들썩한 잔치도 중요하지만, 이와 대조적 성격의 차분하면서도 품격있는 본격 환경예술축제 또한 동시에 필요하다. 가까운 일본 시고쿠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세토내해국제예술제’는 3년마다 한 번씩 봄, 여름, 가을의 3계절 동안 세토내해 바다의 ‘나오시마’를 비롯한 7개의 섬에서 열리고 있다. 일본의 예와 같은 건축과 대지, 현대미술의 만남도 예술제의 좋은 형식이지만, 경관과 현대조경예술 그리고 현대미술의 만남을 통한 예술제도 가능할 것이다.
그간의 비약적인 조경발전을 통해 우리 조경가들 중에는 이미 예술가적 수준에 육박한 개인이나 회사들이 많이 축적돼 있다. 이미 정영선과 서안동료들이 선유도공원에서 보여준 예술적 역량을 비롯해, 최신현의 대지예술적 시도(북서울꿈의숲)와 디지털예술적 시도(서서울호수공원)의 성공 등을 볼 때 이미 한국현대조경은 현대미술에 필적할 수 있는 사고에 이르러 있다고 판단된다. 외적 여건만 주어진다면 주체적인 사업추진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환경조경예술축제’는 관광이벤트로서도 승산있을 뿐 아니라 조경 미래수요를 이끌어 낼 쇼케이스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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