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게임은 이제 그만
의자게임은 이제 그만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02.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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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과 경칩 사이, 겨울잠에서 깨면

 
겨울잠은 동물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란 생각을 가끔 한다.

… 대개 11월이면 한 해 살림살이를 마무리한다. 12월부터는 1년을 경주한 숨가쁨을 송년이란 의식으로서, 새해에는 마음가짐을 가다듬는 신년이란 의식으로서… 그러고 나면 훌쩍 두 달이 흐른다. 게다가 아시아 문화권은 음력설까지 지내니 그야말로 ‘해를 보내고 부르는 데’에만 족히 석 달, 어느새 봄이 목전에 와 있다.

그 사이 조용한 칼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인사와 조직개편이라는 양날검, 이 무거운 칼을 품에 안고 북극에서 내려온 한파를 뚫으며 여기까지 오기 위해 실은 전력을 다했다.

동면(冬眠, hibernation) 상태에서는 자의에 따라 각성상태로 돌아올 수 없다. 본디 겨울잠은 잠이 아니라 극한의 겨울을 나기 위한 변온동물의 불가피한 생리현상이다. 해서 동면에서 깨어나면 잠을 자고 난 후처럼 충전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고갈되어 있다. 살아남기 위해 조용히 전력을 다했던 것이다. 

바로 그런 겨울잠에서 깨어나려는 시기… ‘입춘과  경칩 사이’.

어찌 되었든 모두 여기까지 오는 데 노고가 깊었고 수고가 많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올해의 생존 전략’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미션이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 경주의 출발선 앞에 선 것과도 같다, 지금은.

발주가 시작되고 물량이 풀리고, 공개된 먹거리를 겨냥한 경쟁과 미개척지 선점을 위한 또 다른 경쟁, 기타등등 기타등등… 치열한 포성이 울리기 직전 동면을 깬 고요 속에서 한번즘 생각해보고 싶다.

올해는 어떤 1년을 만들 것인지, 의자 수를 줄이는 제로섬 게임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의자 수를 늘리는 즉, 총량의 증가를 추구할 것인지.

언제나 경기는 나빴다. 현재진행형 안에서 “지금은 정말 호황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는 한 국가사회에서 단 한 번의 도약기에나 가능한 이야기, 이후에는 언제나 한결같이  ‘경기는 나쁘다’. 그러나 위기감의 만연은 생존을 도모하는 방법으로써 많은 이들이 의자 게임을 선택하도록 이끈다.

모두 한 번씩 해 보았을 추억의 의자 게임.

여럿이 손을 잡고 둥글게 돌다가 호각 소리가 나면 재빨리 앞에 놓인 의자에 앉는 게임이다. 처음에는 사람 수와 의자 수가 같지만 게임이 거듭될수록 의자 수는 줄어들고 내가 먼저 의자를 차지하지 못하면 탈락된다. 하다가하다가 모든 사람이 사라지고 남은 두 명에 의자 하나, 그렇게 설계된 게임…. 

그러나 최후의 한 명이 되어 의자를 차지한들, 생존자는 나 뿐이요 같이 손뼉치면서 승리를 만끽할 동료도 없고, 살아남아 얻은 것은 꼴랑 의자 한 개 뿐 승부욕만 존재하고 승자는 없다. 시작과 끝이 분명해서 순환할 수 없는 게임…. 물론 어릴 때는 뭣 모르고 재미있게 했었다, 꺄르륵 웃으며.

‘올해는 전년보다 더 나쁜’ 이라는 상황 묘사가 어찌 보면 관용적 표현은 아닌지…, 앵커의 고조된 목소리로 보도되는 매일의 위기감이 실은 평균치라는 역발상을 해 볼 수 있다면… 마치 호각 소리처럼.

생존은 의자 게임을 부추긴다. 그러나 의자 게임은 프러스 마이너스(+/-) 제로, 실제로는 ‘궁극의 마이너스’ 뿐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처럼 총량의 감소라는 위기감을 확산시켜 경쟁자가 스스로 개체 수를 줄여 나가는 상사(相死)의 방식보다는, ‘분배의 재정립’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모두가 죽지 않는 생존법을 과감히 선택할 수 있는 2016년 한국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상생(相生)을 꾀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치적 수식어가 된 이 단어는 피하려 한다. 다만… 거듭되는 경쟁 속에서 의자 게임을 선택한 것은 불가피한 생존 본능이 아니라 ‘쉬운 길’이었던 것 아니었냐고 묻는 것이다.

… 지표라는 것이 편리에 따라 해석의 편차가 큰 탓에, 경제 성장률이나 경기 예측도 종종 지표 도구로 쓰인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데이타보다는 사람의 의지, 어떤 노선을 가겠다고 결정하고 자신의 선택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더 실체적이지 않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한국건설신문 편집국 취재부 차장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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