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건축물 설계·감리 분리 “20년만에 부활하나”
소규모 건축물 설계·감리 분리 “20년만에 부활하나”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5.12.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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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권자의 공사감리자 지정’ 등 건축법 개정안 법사위 회부
공정위, 9개 시‧도 건축감리협회 적발·고발…절묘한 타이밍
▲ 법사위에 수북한 법안 (사진=뉴시스).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소규모 건축물 설계·감리 분리’ 를 쟁점으로 하는 건축법 일부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2소위에 회부됐다.

지난 8일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는 무려 246건의 법안이 몰렸다. 건축법 개정안은 35번째 심사에 올라 일찌감치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 행이 결정됐다.

이날 오전 회의에 처리된 법안은 246건 중 45건. 법안심사소위로 넘기지 않고 본회의에 곧바로 부의키로 한 안건이 40여건이다.
따라서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진입은 실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여년 간 설계·감리 분리를 두고 찬반 논쟁을 벌여온 양 측의 표정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찬성 측은 10일 임시국회가 소집될 것이라고 낙관하며 이 기간에 본회의 통과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반대 측은 1차 방어선으로 삼았던 8일 법사위 사수로 한 숨 돌렸지만, 임시국회 여부에 따라 2차 방어전을 준비할 수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규모 건축물과 분양 건축물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축법 및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9개 시·도 건축감리협회를 적발하고 과징금 및 시정명령 조치했다. 부산, 광주, 대전, 대구, 울산, 충북, 충남, 전북, 창원 등 지역 건축사 단체로, 협회가 정한 감리비 기준가격을 회원들에게 강요하고 설계 담당 건축사의 공사감리 활동을 제한한 행위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특히 2012년 같은 명목으로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대구건축공사감리운영협의회는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그러나 당초 7일(월)로 예정됐던 법사위 전체회의 직전인 주말에 이번 공정위 조치가 발표된 것에 대해 절묘한 타이밍이 우연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어찌되었든 건축사협회는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로만 여겨왔던 공정위의 호된 조치에 당혹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9개 지역 건축사회에 총 12억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된 것이다.

<감리제도 개선 vs 불법 독점행위>
찬성 - 12월 임시회의 소집 기대, ‘연내 통과 목표’
반대 - ‘1차 방어전 성공’… 국회 본회의 상정 저지

이에 반대 측 건축사들은 “공정위의 조치로 다시 한번 설계·감리 분리 제도의 폐단이 드러난 만큼 19대 국회뿐 아니라 추후에도 재론되지 않도록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찬성 측 건축사들은 감리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며 입법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공정위의 조치와 건축법 일부개정안의 쟁점인 ‘소규모 건축물 설계·감리 분리’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12월 임시국회다.

7일 청와대 회동을 마친 새누리당은 정기국회 종료 직후인 10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하자는 요구서를 단독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연내 노동개혁 5대법안 입법을 마무리하기 위한 압박이다. 그러나 임시국회가 소집된다 해도 건축법 개정안이 다뤄질지는 알 수 없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1천건이 넘는다. 한 건당 1분 이내로 ‘벼락치기’ 해도 19대 국회 막바지에 몰린 쟁점 법안의 병목현상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 논의된다 해도 법안심사소위, 법사위 전체회의, 본회의 등의 3단계를 통과해야 하니 녹록하지 않다.

그러나 국회 관계자들은 “특정 직업군과 관련된 법안은 내년 총선 지지자를 확보할 목적이 크다. 의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법안이 부실해도 적당히 심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배경이 이러하니 이익이 충돌하는 단체 간의 로비전이 치열하다. 특히 19대 국회와 함께 자동 폐기될 법안은 더 그러하며, 건축법 개정안의 경우 이해관계에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각의 예측이다.

아울러, 이미 국토위가 뚫린 마당에 물량으로도 수적으로도 열세인 반대 측 건축사들이 2차 방어전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난 6월 3단체 합의 결렬로 무산 직전에 놓였던 개정안을 정부가 수정발의로 지원사격해 11월 국토위 통과를 이뤄낸 배경을 의식한 분석이다.

상황이 이런만큼 ‘소규모 건축물 설계·감리 분리’ 법안의 향방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일단 12월 임시국회 소집 여부에 따라 재결전이냐 무산이냐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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