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9개 건축사회 불공정 행위 12억원 과징
공정위, 9개 건축사회 불공정 행위 12억원 과징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5.12.0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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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3보) 8일 국회 법사위서 ‘소규모 건축물 설계·감리 분리’ 심사
공정위, 설계자의 감리업 진입 차단하고 감리비 기준 강요한 불법행위 적발

▲ 소규모 건축물 공사 현장(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 사진제공= 한국건축가연합)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공정위가 건축법 및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9개 지역 건축사 단체를 적발, 12억여원을 과징하고 검찰 고발조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는 지난 4일 9개 시‧도 건축감리협의회가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 ▷설계를 담당한 건축사는 해당 건축물의 감리를 함께 수행하지 못하도록 회원들의 사업 활동을 제한한 행위와 ▷협회가 감리비의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회원들에게 기준가격을 바탕으로 건축주와 감리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요한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총 12억 2천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건축사 단체는 ▷부산 건축감리협의회(회원수 751명, 설립일 2012.4.10) ▷대구 건축공사감리운영협의회(679명, 2011.5.1) ▷광주 건축공사감리협의회(259명, 2012.7.25) ▷대전 건축공사감리위원회(322명, 2012.5.2) ▷울산 건축감리협의회(153명, 2013.9.25) ▷충청북도 건축공사감리위원회(216명, 2013.1.1) ▷대한건축사협회 충청남도건축사회(337명, 1965.7.6) ▷전라북도 건축공사감리업무 운영위원회(320명, 2014.1.1) ▷창원시 건축공사감리운영협의회(238명, 2013.5.14) 등 9개 시‧도 지역 건축사회 소속 건축감리협회다. 

건축감리협회란 소규모 건축물 감리업을 통해 건축사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사업자단체다. 건축사법에 따라 설립된 건축사회와 달리 이들 감리협회(감리운영회)는 회원 자율의사에 따라 조직됐다. 지역별 건축사협회 산하 단체라 해도 무방하다. 단, 적발된 단체 중 충남지역은 별도의 협회창립 없이 충남건축사회가 감리협회 행위의 주체를 겸하고 있다.

과징금 규모는 ▷부산 1억원 ▷대구 6억2천4백만원 ▷광주 3천9백만원 ▷대전 5천6백만원 ▷울산 5천4백만원 ▷충북 7천3백만원 ▷충남 1억3천3백만원 ▷전북 7천4백만원 ▷창원 6천7백만원 등 합계 12억2천만원이다. 특히 대구지역 감리운영협의회는 6억원 이상의 무거운 과징금을 받았으며, 2012년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검찰에 고발 조치됐다.

 

<적발내용>
① 건축물 설계한 건축사는 감리업무 수행 못하도록 사업활동 제한
② 협회가 정한 감리비 기준가격에 따라 감리계약 체결하도록 강요

■소규모 건축물 설계·감리 분리…건축계의 고질적인 ‘20년 갈등’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국회 계류 중인 건축법 일부개정안의 쟁점인 ‘소규모 건축물 설계·감리 분리’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소규모 건축물이란 감리자가 공사현장에 상주할 법적 의무가 없는 비상주감리 건축물(건축법상 연면적 5천㎡ 미만 등)이다. 민간부문 일반건축물 감리는 감리자의 공사현장 상주 여부에 따라 ‘상주감리’와 ‘비상주감리’로 나뉜다.

현행법에 따르면 200억원 이상 공공공사 및 5천㎡ 이상 일반건축물과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등 민간건축물은 감리전문회사가 책임감리를 하도록 되어 있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민간 건축물은 건축주가 감리자를 선정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300세대 미만 20세대 이상 구간에서도 입찰로 감리자를 선정한다. 따라서 설계자가 참여는 할 수 있지만 다른 감리자가 선정될 수 있는 경쟁구도다.

이에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P대표는 “건축사 자신이 설계한 건축을 감리할 수 있는 범위는 결국 20세대 미만 공동주택과 660㎡ 미만(다세대‧다가구 기준)의  소규모 건축물 뿐이다”라며, “현 수준에서도 설계‧감리 업무는 충분히 분리돼 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어린이집, 유치원 같은  ‘소규모 건축물’은 물론 오피스텔, 상가와 같은 ‘분양 건축물’까지 모든 건축에서 설계자는 감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이번에 적발한 9개 시‧도 건축감리협회는, 일반건축물 중 비상주감리 대상 건축물에 대해 ‘건축법 제25조’에서는 설계‧감리 분리에 대한 규정이 없음에도 설계자의 감리 업무 수행을 제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조치를 받은 것이다.

■연내 국회 통과 vs 강경 저지

소규모 건축물 설계·감리 분리제도는 부실시공 방지 명목으로 과거 1983년부터 약 10년간 일시적으로 시행됐다. 소규모 건축물에서 설계자는 건축주가 선정하고 공사감리자는 관할구청이 감리건축사들 가운데 등록순번대로 지정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부실시공 시 설계자와 감리자 간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부실시공 방지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이유로 1994년 1월부로 폐지된 제도가 바로 ‘소규모 건축물 설계‧감리 분리’이다.

그 후 20여년간 대한건축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건축사들은 설계‧감리 분리제도를 부활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도모해 왔다. 이에 한국건축가협회(일부 제외)와 새건축사협의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 건축설계교수협의회, 젊은건축가포럼 등 반대편 건축사들은 건축사협회의 설계‧감리분리 입법 운동을 지속적으로 저지해 왔다.

특히 2012년 11월 김태흠 의원의 발의로 갈등이 재점화 된 지난 3년은 양 측의 공방전이 치열하고 집요했다. 그 결과 지나 11월 13일 ‘허가권자의 공사감리자 지정 및 계약’과 ‘감리예치금 제도 도입’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축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건축사협회가 승기를 쥔 셈이다.

이번에 국토위는 ‘공사감리자 예치금 제도’ 대신 건축주의 계약 의무사항을 두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건축주는 착공신고 시 감리비용이 명시된 감리계약서를 허가권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또 사용승인 신청 시까지 감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허가권자는 감리비용 지불 여부를 확인 후에 사용승인을 해주게 된다.

한편, 감리제도 개선을 골자로 한 건축법 일부개정안은 8일로 연기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건축사협회는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달성한다는 방침이고, 반대 건축사들은 법사위에서 저지해 본회의 진입을 막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생계형 건축사들에게 저당 잡힌 건축주의 재산권

새건협 관계자는 “설계·감리 분리는 건축주의 사유재산에 대한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감리비용에 대한 적정기준도 없는 상황”이라며, “법안은 ‘허가권자’로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업무대행을 맡고 있는 건축사협회에서 감리자 선정과 감리비용에 관한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J대표는, “개정안대로라면 감리자가 건물의 완성도와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감리는 원천 봉쇄됐던 설계자가 최종 사용승인 서류에는 서명을 해야 한다. 어떻게 시공했는지 전혀 감독은 못하게 해 놓고 책임은 지라는 것”이라며, “결국 이 모순된 제도를 계속 관철시키겠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이나 건축물의 품질을 담보하기 위함이 아니라 설계 업무를 수주하지 못하는 생계형 건축사들이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라고 주장했다.

새건협은 “대구 지역 감리운영협의회가 2012년에 받은 공정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검찰 고발조치 당한 사실로도 알 수 있듯이, 건축감리협회에 대한 공정위 적발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만큼 지역건축사회의 감리 카르텔은 고질적인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건축사협회가 이 법안에 집착하는 이유는 제도화‧양성화을 통해서 회원사들이 합법적으로 먹거리를 보장받게 하려는 취지이다. 건설‧건축업의 불황이 깊어질수록 그 집착은 반대급부로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설계와 감리가 분리되면 건축물을 설계한 당사자가 그 건물의 시공 과정에 전혀 개입할 수 없다. 원저작자를 배제한다는 것은 그 결과물의 정당성을 누구도 담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라며, “이는 (사협회 주장대로) 국내 건축사 면허가 없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려는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라, 건축물을 제대로 짓기 위한 전문가들의 최소한의 양심이자 도덕적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공정위 적발 조치로 설계 감리 분리제도의 폐단이 드러난 만큼, 19대 국회뿐 아니라 추후에도 설계‧감리분리제도가 재론되지 않도록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정 3보) 12.8일 법사위서 1차 방어전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1천300건이 넘는다. 또 올해 정기국회(9월 1일~12월 9일) 마지막이 될 8일 오전 10시 법사위 전체회의에는 250건이 상정된다. 한 건당 1분 이내 ‘벼락치기’로 진행하면서 하루 종일 처리해도 다 못할 만큼 병목현상이 심각하다.

국회 관계자는 “특정 직업군과 관련된 법안은 내년 총선 지지자를 확보할 목적이 크다. 의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법안이 부실해도 적당히 심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배경이 이러하니 이익이 충돌하는 단체 간의 로비전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19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 폐기될 법안은 더욱 그럴 것이다.

‘소규모 건축물 설계‧감리 분리’ 를 골자로 한 건축법 일부개정안… 통과 여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8일 법사위를 통과하고 9일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20년이 넘는 건축사협회의 숙원이 이루어진다. 반대 건축사들이 8일 법사위를 최종 방어선으로 삼은 이유다. 그러나 이미 국토위가 뚫린 마당에 물량으로도 수적으로도 열세인 반대 측이 법사위를 사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또 저지에 성공한다 해도 새누리당이 12월 임시국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자칫하면 2차 방어전을 준비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7일 청와대 회동을 마친 새누리당은 정기국회 종료 직후인 10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하자는 요구서를 단독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연내 노동개혁 5대법안 입법을 마무리하기 위한 압박이다. 상황이 이러하니만큼,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방어전이 성공할 지 여부는 며칠 더 두고보아야 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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