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미래에서 온 편지
  • 한국건설신문
  • 승인 2015.11.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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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에 국내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 2’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는 브라운 박사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탐험에 나선다. 그리고 바로 지난 2015년 10월 21일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후의 미래로 도착하는 바로 그날이었다. 바로 ‘그 날’을 상기시켜 주는 기사들이 유독 올해에 많았다. 주로 당시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미래 기술에 관한 기사들이었다. 과연 그때 영화에서 예측했던 기술들이 지금은 정말 현실화 되었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많은 분들이 주인공 마티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공중부양을 하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도로는 물론 물 위까지 자유자재로 떠다니던 모습은 당시는 물론 지금 봐도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 기술은 가능할까? 설마 하는 생각이 들긴 하겠지만, 놀랍게도 지난해 미국 헨도(Hendo)사가 이미 호버보드(Hoverboard)라는 제품을 개발했다. 최근 렉서스에서도 실제로 지면에 닿지 않고 부상할 수 있는 렉서스 호버보드 개발에 성공했다.
앞으로 3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영국 플랜트업체 휴든(Hewden)은 호주 미래학자 이언 피어슨 박사(Dr Ian Pearson)와 함께 30년 후의 인간의 주거, 교통, 통신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연구해 소개했다. 피어슨 박사는 21세기 중반까지 건물이 개성을 가진 인공지능화되어 사람과 말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집과 사무실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으로 판단해 언제 수리가 필요하고 언제 난방을 틀어야 할지를 건물 스스로 결정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와 대화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주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최대한 높은 곳에서 우주로 출발하기 위해 지상 10km가 넘는 초고층 우주공항을 건설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들이 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나 피어슨 박사의 주장처럼 즐겁고 흥미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묵직한 주제를 던져주는 SF영화나 예측들도 상당히 많다. 거대한 정부, 감시당하고 통제받는 개인, 환경파괴, 윤리성을 상실한 거대기업, 인류를 지배하는 로봇, 유전자 조작, 계급갈등, 극단적인 빈부격차 같은 주제들이 그러한 예이다. 우리의 미래를 유토피아에 반대되는 개념인 디스토피아(Dystopia)로 그린 영화와 소설은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암울해질지도 모른다는 경고인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대성공한 ‘인터스텔라(Interstellar)’도 이런 영화 중 하나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전 지구적 규모의 식량난과 환경 변화에 의해서 인류가 멸망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자, 전직 우주조종사 겸 엔지니어가 먼 우주에서 새롭게 발견된 미개지로 임무수행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웜홀, 상대성이론, 시간여행 같은 어려운 물리학 개념들로 논란의 중심이 됐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블랙홀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도 큰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미래를 보는 암울한 시선은 다른 디스토피아 SF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거대한 모래 폭풍과 미세먼지는 인류멸망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다. 중국발 황사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세먼지와 모래폭풍은 영화에서는 우리가 이미 현실에서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GMO 옥수수 생산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다행히 영화는 스페이스 콜로니를 만들어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암울한 미래는 현실에 근거한 미래 인류멸망 시나리오인 셈이다. 실제로 우리의 미래가 이렇게 될 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나오는’ 평면 벽걸이 TV와 화상회의 모습, 그리고 태블릿PC, 지문인식 현관문 등의 모습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기술이 돼 있다. 동시에 ‘영화에서 보던’ 지구환경오염, 기후변화, GMO 관련 논쟁들도 역시 점점 더 체감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위협이 되고 있다. 영화에서 보던 신기한 세상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전지구적인 심각한 위기가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영화가 미래를 잘 예견한 것인지, 아니면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엔지니어들이 비슷한 기술을 개발한 것인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현재 도저히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도 미래에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아주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쿠퍼는 과거에 있는 딸 머피에게 서재의 책을 떨어뜨리고 시계의 초침을 조작해서 지구탈출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양자역학 관련 자료를 전송한다. 머피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해서 마침내 중력을 제어할 방법을 발견한다.
쿠퍼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우리에게도 미래에서 편지라도 좀 써 보내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우리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속 시원히 이야기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조경분야는 인접분야로부터 줄기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거창한 미래가 아니더라도 조경분야의 미래에 대해서라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미래는 현재의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전망하고 노력해야 한다. 조경분야 역시 미래를 위해 어떤 상상을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는 조경인 모두가 고민해야 할 201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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