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리츠사업과 조경산업
LH 리츠사업과 조경산업
  • 정주현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 승인 2015.09.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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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균형발전이란 명분으로 시작된 공공기관들의 지방 이전이 속속 이행되는 가운데 저 멀리 진주로 내려간 LH라는 거대 공기업이 있다.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비슷하지만 공기업 부채 부동의 1위인 LH도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사정에 처해 있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올해 6월말 기준 LH의 자산규모는 약 170조원이며 부채는 약 136조원으로 이 중에 이자를 부담하는 금융부채는 약 94.7조원에 이르고 있어 부채비율 390%, 금융부채비율은 272% 수준이다.
2014년부터 부채를 감소시켜 가고 있지만 올 5월 정부의 공공기관 3개 분야 기능 조정 추진안 발표에 의하면 LH는 기존의 수익사업이 축소, 폐지되고 주거복지 및 도시재생 위주로 기능이 전환되어 가고 있으며 따라서 부채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경영개선과 업무 효율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최근에 발생한 이상한 낌새(?)가 있다고 들었다. 소위 통합발주라는 형식을 빌려 업무 간소화 내지는 나름의 업무 효율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데, 도무지 전문분야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고사하고 너무나 일방적이고 기존의 방식을 뒤엎는 비상식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LH의 주 업무 중에 하나인 공공임대주택을 ‘리츠’라는 미명하에 민간 건설사에게 일괄 위임하는 방식의 내부적 경영개선책으로 제시한 작태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누구를 위한 LH의 경영개선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고 항의하지 않을 수 없으며 탄원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가뜩이나 현행의 공동주택 건설 사업은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주택건설사의 이익 창출에 초점)으로 정책을 펴고 있는 마당에 건설경기의 어려움에 처해있는 대형 건설사들을 보호하는 차원인지는 몰라도 눌러서 더 퍼 담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으로 비치기까지 한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아파트 사업으로 대별되는 공동주택 시장에서 그 상품가치의 상당부분은 외부공간의 조경에 의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값싸게 짓는 서민용 공동임대주택의 경우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아파트형 주택 주거구조에서 공동의 외부 옥외공간은 이제 공공정원의 모습을 띄고 있다.
따라서 모든 건설사들이 자기네들의 건설사 이름은 떼어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로 경쟁하며 외부공간의 조경특화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고 차별화에 목숨 걸고 있는 현실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LH공사의 리츠 사업은 기존의 분리되어 발주되는 건축 공사, 기계설비 공사, 정보통신 공사, 조경 공사 등을 건축 공사 하나로 통합해 발주하는 형식으로 변경, 시행 추진하려는 것이다.
LH의 기능 조정으로 임대주택 및 주거복지사업 등으로 향후 주요 공적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사업방식의 다각화, 민간자본의 활용 등으로 민간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려는 추세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정책 변화는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올 수 있으며 그 또한 충분히 검토하고 배려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특히, 조경공사는 건축과 통합발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99마리의 양을 가진 부자가 1마리의 양을 가진 가난한 농부의 몫까지 가지려는 얄팍하고 야비한 속성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조경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분류하는 5대 건설업의 하나로서 건축과 토목, 설비 등과 분명히 구분돼 있는 독립된 공종이며 공정이다. 즉, 비록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토목이나 건축의 아류나 부대공, 하도급 공종이 아니라는 말이다.
현행 공동주택의 경우 토목의 공종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그 이유는 건축법의 교묘한 활용으로 아파트 부지의 80~90% 가량을 지하주차장으로 채우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토양을 다 들어내어 버리고 콘크리트 건축구조로 꽉 채워버렸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실제로 공동주택의 공종은 외형적으론 90% 이상이 건축 포지션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그나마 별도의 기능을 아직 가지고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분야가 외부공간의 조경만 남아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작금의 현실은 사회전반적인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건설 분야의 경기침체는 독립된 분야이지만 가장 마이너한 조경 산업의 몰락을 재촉할 지경이 이르렀다.
건설시장의 5% 비중을 넘어갈 것 같던 조경분야는 다시 3%대로 추락하여가고 있다.
국가공인 기술 인력만 8만 명이 넘고 건설업 시공등록업체 역시 8천개 가까이 되었으며 연간 8조원 가까운 시장규모가 4조원대로 반 토막이 나버린 상황에서, 20만 명 가량의 조경업 관련 종사자들의 앞길은 캄캄하기만 하다. 건설경기를 살아나게 하기 위해 애꿎은 조경시장은 각종 규제완화 차원으로 다루어 죽어가고 있다.
미래사회에 친환경, 생태적 환경 분야로서의 무지개빛 전망은 현실에선 먹구름에 가리어있다.
차제에 LH공사가 추진하는 비록 공공임대주택에 국한한다손 치더라도 건축공사의 부대공으로 전락시키고, 불 보듯 뻔 한 하도급 공정으로 조경분야의 그 위상이 또 다시 추락할 리츠 사업에 대한 재고와 철회를 강력이 요구하는 바이다.
본 (재)환경조경발전재단은 조경관련 7개 주요 단체들의 연합체로서 학회를 위시해 설계와 감리, 시공과 유지관리, 소재와 자재, 환경 생태 관련 전 업역을 망라해 출자된 조직이다.
이번 LH공사의 건축공사에 조경공사를 통합 발주하려는 기조를 분쇄하기 위한 조경계의 총력전을 기대해도 좋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을 너무나 많이 경험한 조경계이기에 이번의 사태는 묵과하지 않고 분연히 궐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올해는 40여년 조경분야에서 처음으로 조경이란 이름이 들어간 ‘조경진흥법’이 만들어진 해인데 하나라도 법 테두리에서 시행된 것은 없는 상황에서 실제로 정부의 정책은 ‘조경말살법’으로 끌고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못해 처참할 뿐이다.
이게 무슨 허울 좋은 창조경제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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