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의 조경은 ‘대박’인가?
통일시대의 조경은 ‘대박’인가?
  • 주선영 기자
  • 승인 2015.09.23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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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생태 연구 등 통일 로드맵 준비

2013년 초,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짐 로저스(Jim Rogers)는 ‘한반도는 곧 통일이 될 것이고 통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통일이 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말해 전 세계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론’을 주장하고, 이어 올 9월3일에는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통일 후 한국은 어떨까? 현대경제연구원은 통일한국은 인구 7천400만을 보유한 강국으로 부상하고 2050년엔 1인당 국민소득은 8만6천 달러에 이르러 영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통일을 위해 감내해야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은 한반도의 통일 비용이 최소 2천340조에서 최대 5천850조원이 들어간다고 예측한다. 우리나라 1년 건설공사총액(약 250조)의 열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런 막대한 투자비용은 특히 건설 분야에서 로또와 같은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도로, 철도, 항만 등 교통 인프라 분야에만 향후 50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북한의 에너지·전력 분야에는 20조원 이상의 투자가 예상된다.
통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근 분야의 준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경원선복구를 시작으로 남북 SOC 연결 사업을 추진하고 ‘한반도 국토개발 마스터플랜’ 수립, 용산공원 통일 상징공간조성 등 실질적인 통일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건설업계도 지난해 4월 ‘통일위원회’를 꾸려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사업, TCR(중국횡단철도)를 활용한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통일시대를 대비한 인프라투자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산림청은 ‘2015년 남북한의 숲’ 위성영상자료를 기반으로 북한 산림현황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북한 산림복구사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통일에 대한 우리 조경 분야의 기대는 어떠할까? 우리 조경 분야도 조경설계물량 확대는 물론, 조경수목과 조경시설물자재의 생산, 유통, 조경 기술교육 훈련 등에서 새로운 시장과 고용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조경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러한 조경시장 확대의 부가가치는 고스란히 국내 조경 업체에게 발생한다. 조경수는 해외에서 수입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을 남한에서 재배된 수목으로 공급해야하고 조경시설물과 자재 또한 이미 국내업체들이 세계적인 품질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북한의 노동력을 동시에 활용한다면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크게 염려할게 없을 것이다. 경험이 많은 남한의 조경전문가들은 설계, 감리, 교육 등에 참여하고, 저임금의 수많은 북한 노동자들을 활용하면 조경회사들의 경제적 부가가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통일은 우리 조경 분야에도 분명한 기회가 될 것이다.
조경 인접분야의 통일 준비가 점차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우리 조경 분야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무한한 기회와 가능성이 있음에도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인접 분야의 조경시장 잠식 현상과 같이 우리가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다면 강 건너 불구경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조경 분야도 더 늦기 전에 통일시대에 대비해야한다. 조경단체들은 통일 후 새로운 조경 시장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 차근차근 준비하고, 학회는 북한의 관련기관과 접촉을 추진하고 북한지역의 생태 등 관련 연구를 시작해야한다. 조경설계분야는 더 이상 북한 지역의 개발이 회색 인프라 우선이 아니라 경관과 생태가 중심이 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개념의 녹색 인프라 개발이 될 수 있도록 통일 한반도 마스터플랜 계획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조경식재 분야에서도 북한의 기후에 맞는 수종을 미리 연구하고 재배할 수 있는 플랜을 짜야한다. 북한지역의 식재공사는 물론이고 북한의 저임금 근로자들을 활용해 북한지역에 대규모 농장을 만들고 아직까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더 넓은 중국대륙에 우리의 조경수를 수출할 가능성도 있다. 조경시설물 분야는 북한지역의 개발에 따른 수요를 넘어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다. 바다를 건너 유럽시장까지 자재를 수출하려면 통상 2개월 남짓 걸리지만 시베리아를 철길로 달리면 일주일이면 갈 수 있다.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통일이 국가성장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축, 토목 등 인근 분야에서 발 빠르게 시작한 통일 준비에 우리 조경분야도 더 이상 남의 집안일처럼 구경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사전대비 없이 최근에 조경 분야가 겪어왔던 일련의 사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통일 시대에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주선영 기자 rot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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