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독식의 LH 공공임대 리츠사업
강자독식의 LH 공공임대 리츠사업
  • 김부식 한국조경신문 회장
  • 승인 2015.09.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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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공사는 법률 제9706호 한국토지공사업법에 의거 토지의 취득·개발·비축·공급, 도시의 개발·정비, 주택의 건설·공급·관리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국민주거생활의 향상 및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 전국에 주공아파트를 필두로 LH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중소형 공동주택을 비롯해 산업단지, 공공단지 등이 조성됐다. 이렇게 국가 정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다보니 LH공사의 부채가 많이 늘어나서 경영개선과 업무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LH공사는 AMC(자산관리회사)와 함께 공공임대 리츠사업에 대해 외주 발주 정책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공공임대 리츠사업 공사는 지금까지는 건축공사, 기계설비공사, 정보통신공사, 조경공사 등의 입찰 방식을 각 공종별로 별도 발주하여 시행해 왔는데 이제는 모든 공사를 건축공사 하나로 통합발주 형식으로 변경하여 시행하려 하고 있다.
공공주택 리츠사업 건설공사를 통합발주해서 원가절감과 업무 간소화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그 부작용에 대한 국가적 손실은 계산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건설업법에 정해진 일반공사업인 조경공사와 기계설비업 등이 건축공사의 하도급 업으로 전락된다면 해당 공사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건축공사업체가 통합수주를 하게 되면 자신들이 낙찰 받은 공사금액에서 조경공사와 기계설비공사에 해당하는 부분에 자사의 이윤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으로 하도급 발주를 하게 되므로 건축공사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형국이 된다. 당초 공사비에서 공사금액보다 20% 이상 적어진 공사금액으로 재하도급이 되고, 이는 시공품질의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부실공사도 우려된다. 이 같은 일이 지속된다면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일반건설업체 중 순수조경업체와 기계설비업체는 입찰 참여 기회를 갖지 못해 회사 존립에 중대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조경과 기계설비는 별도의 설계 디자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창의적인 공종으로 시공 또한 종합적인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공사업으로 구분되어 있다. 전문공사업의 조적공사나 미장공사 등의 공종은 별도의 자체 설계가 없다. 이같이 전문공사와 일반공사의 격은 엄연히 구분되는 것인데 조경공사와 기계설비공사를 조적공사나 미장공사 등과 동일 시 하는 것은 업무 효율화가 아니다. 여러 개로 나누어 분리 발주하던 것을 통합발주로 바꾸면 업무간소화는 될지 모른다. 하지만 공기업은 중소업체들의 일거리 창출과 업역의 균형을 위해 분리발주 정도의 수고는 해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금 시행 중인 공공임대 리츠사업인 하남 미사지구와 김포 한강지구, 평택 소사발지구, 화성 동탄지구의 4호 16개 단지 공공임대 리츠사업에 대한 공사를 당초에는 별도 발주 방법으로 시작하였으나 기존 건축공사업체에게 조경공사 등을 설계변경 형식으로 추가 계약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의 건축공사업체는 수십억 내지는 수백억 원이 되는 공사를 사실상 수의계약 형태로 가져가는 셈이 된다. 이는 건축공사업체에게는 특혜가 되는 것이며 16개 단지의 1천억 원 규모로 예상되는 조경공사 발주를 고대하던 조경공사업체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 된다. LH공사 공동주택 사업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공공임대 리츠사업의 발주형식을 통합발주로 시행한다면 조경공사업과 기계설비공사업에 종사하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기술자들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대형업체만 살리는 이런 발주 방식이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통합발주를 점점 확대하는 빈도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고 타 공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벌써 SH공사에서 LH공사의 발주 형식을 따라 하려한다는 소식인데 심히 우려스럽다.
강자독식으로 건설시장이 치우친다면 건설시장 구조가 튼튼하기는커녕 불안정상태를 낳게 된다. 큰 건설사가 부도가 나면 그 밑의 하도급업체들이 줄도산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국민의 세금으로 쌓인 정부출자금 30조 원을 자본금으로 세운 LH공사가 강자만을 보살피는 것은 공사 설립목적인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국가 산업 시스템의 불균형과 파괴를 초래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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