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제해성 소장
[인터뷰]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제해성 소장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5.07.29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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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사회문화적 복합체, 사업성+a의 경쟁력 찾아야”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육성플랜 <3부>
건축은 사회문화적 복합체, 사업성+a의 경쟁력 찾아야”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시행(2014.6.5) 1주년을 맞았다. 최근 건축 분야는 제도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 2007년 제정된 건축기본법에 근간을 둔 두 기관,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위원장 김석철)와 국무총리실 산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소장 제해성, AURI)의 역할이 컸다. 건축정책연구를 선도하는 건축도시공간연구소 3대 소장으로서 3년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는 제해성 소장을 만났다. 오피니언 리더로서 ‘한국 건축의 세계화’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산업이자 문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제언을 들어보기 위함이다. / 이오주은 기자 yo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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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제해성 소장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정책기여도’ 높이는데 최선!”


▲ 제해성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 소장


- 엔지니어링 업계는 해외시장에 진출해 살아남기 위해 정부가 발주권한을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MC의 도입인데, 건축에서 유효한 논리인가? 설득력이 있는지?

최근 엔지니어링 업계의 해외진출 역량을 강화히기 위한 방안으로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ancy)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

일일 생산량이나 교통량 같이 성능(performance)이 중요한 플랜트, 터널, 항만 등은 그 사업의 특성상 당연히 PM 개념으로 가야할 것이다. 

해외 정부들이 PM에게 발주권한을 이양함으로써 성능 위주의 사업이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것은 국민을 대신하는 정부의 본질적 역할이 축소돼서가 아니라 변화한 것이다.

이처럼 성능이 명확히 제시될 수 있는 사업은 PM방식으로 수행해야겠지만, 사회문화적인 측면과 상징성이 강한 건축을 성능 위주로 그대로 환산해, Project Management 기법에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특히 공공건축은 경제적 타당성과 사회문화적 타당성이 모두 반영돼야 한다.
사업성과 더불어 또 하나의 변수로 건축의 품질과 품격, 주변과의 조화, 상징성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은 여러 주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국민의 염원은 무엇인지, 발주처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수준은 무엇인지 모두 고려해서 발주하고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건축은 기본적으로 엔지니어링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러므로 산업부 T/F를 중심으로 한 엔지니어링 육성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필요에 따라 벤치마킹 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건축이 단순한 엔지니어링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문화적 측면을 고려한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로마 시대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가 건축의 3대 요소를 ‘구조’ ‘기능’ ‘미’라고 정의 했듯이, 건축의 형태와 감성적이고 심미적인 측면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품격 놓고 품질 좋은 공공건축문화 정착시키려면,
건축 전문가가 타당성분석과 기획단계에 참여해야 한다
” 


- 공공부문은 민간시장의 모델이 되곤 된다. 이런 점에서 공공건축의 품질 향상과 선진화는 더욱 중요할 것 같다. 우리나라 공공건축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
가?

공공건축물의 프로그램과 규모, 사업부지, 그리고 건축방향에 대한 고려가 사업 타당성과 사업예산이 결정되는 사업초기 단계, 다시 말해 기본설계 이전 단계에서 함께 고려돼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건축의 조성단계를 고려했을 때 현 여건에서는 사업방향과 예산이 거의 확정되는 예비타당성조사 단계 또는 타당성조사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전문가가 참여해 보다 현실적인 사업예산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총사업비관리지침’ 대상 사업을 구분해, 예비타당성조사, 타당성조사, 기본계획 수립, 기본설계, 실시설계, 발주 및 계약, 시공 단계에 이르는 과정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도록 되어 있다.

기재부 총사업비관리제도는 ‘국가재정법’ 제50조에 따라 국가의 예산 또는 기금으로 시행하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건축사업의 경우에는 200억원 이상)에 대해 총 사업비를 사업추진 단계별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제도이다.

원칙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나 타당성조사에서 장해진 사업 방향과 예산은 다음 단계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업내용이나 예산 변경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러나 해외의 사례를 보면, 미국 연방정부의 공공건축물을 담당하는 조달청 산하 PBS(Public Building Service)에서는 사업 준비를 2개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사전기획(Preplanning) 단계는 사업추진 승인을 받기 위한 계획단계로 시설수급 계획을 포함한 시설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단계이다.

이를 바탕으로 부지획득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수요조사와 시설의 필수요건, 기초적 대안을 포함하는 타당성조사(Feasibility Study)를 실시하고, 이를 보다 발전시켜 구체적인 시설프로그램과 규모, 건축적 성능 등을 규정한 프로그램 개발(Program Development Study)을 시행해 공사기금을 조성하게 되며, 이 단계에서 건축전문가가 참여하게 된다.

이제는 양보다는 질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공공건축의 품질과 품격을 제고할 시점이다.
친환경·안전성 등 성능을 담보하고 심미적으로도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기획 초기단계에서 공공건축물이 지향해야 할 가치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전문가의 참여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가 제시한 ‘좋은 공공건축’ 프로세스와 5대 요소.


-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로 지정된 지 1년이다. 공공건축지원센터가 건축 분야에서 피맥(PIMAC)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언급이 시사하는 바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대형 공공사업은 ‘국가재정법’과 ‘지방재정법’에 따라 각각 PIMAC과 LIMAC에서 시행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와 타당성조사로 전체 19.9%에 해당하는 사업예산을 관리해 왔다.

* PIMAC(Public and Private Infrastructure Investment Management Center)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 LIMAC(Local Investment Management Center)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이다. - <편집자 주>

여기에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가 지난해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을 근거한 ‘사업계획 사전검토’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50억~500억 구간의 사업관리를 통해 전체 공공건축 예산의 42.4%를 추가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말했듯이 공공건축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전체 조성 프로세스 중에서도 기획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공공건축 사업의 목표와 방향, 예산, 발주방식 등이 결정된다. 그러나 대부분 공공건축의 기획과정을 살펴보면 건축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발주 경험이 없는 공무원이 단순 행정업무로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출범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분야가 ‘공공건축의 효율화와 품격향상’인만큼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를 통해 ‘사업계획 사전검토’ 제도를 도입한 것은 분명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예산과 방향이 확정된 다음에 ‘사전검토’가 진행되고 있어 부지선정이나 적정 예산을 반영하는 데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검토의견서 반영에 대한 구속력이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공공건축 품격 향상에 근본적인 장애물이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건축지원센터는 ‘사업계획 사전검토’에 대한 모니터링과 성과분석을 토대로 국토부와 지속적인 개선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경제적 타당성 분석 및 기획 단계에서 건축 전문가가 참여해야 궁극적으로 공공건축의 품질 향상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여러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공공건축지원센터가 건축분야의 PIMAC이 되어야 한다는 비유는 이러한 측면에서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사업대상의 범위는 명백히 다르다.
PIMAC과 LIMAC은 500억 이상인데 반해 공공건축지원센터는 50억 이상 500억 미만으로 중복되지 않는다. 특히 대형공사에 비해 품질 수준이 낮은 구간이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 국가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건축서비스법 시행1주년…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과제도 도출됐다. 특히 ‘건축진흥원’은 설립이냐 지정이냐 갈등 국면의 조짐마저 보인다. 건축진흥원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건축진흥원’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건축의 질적 수준을 높여 대국민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나아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건축계가 핵심적으로 주장한 것이 ‘건축진흥원’의 설립이었다. 하지만 관련 부처 검토과정에서 “진흥원 설립 시에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치도록” 으로 규정되면서 법 시행과 함께 진흥원 설립이 곧바로 추진되지 못했다.

사실 ‘건축진흥원 지정이냐 설립이냐’는 갈등의 주제가 아니다. 건축계 종사자 대부분이 지정보다는 설립을 원할 것이다. 다만, 진흥원을 설립하기 이전에 특정 기관을 먼저 지정하면 향후에 진흥원 설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일단 설립하고 보자’는 단순한 접근만으로 정부, 업계,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 것이다. 진흥원을 설립하면 어떠한 측면에서 국민 삶의 질이 향상되고 국가 이미지 및 경쟁력이 증진되는지 설득해야 한다. 공공기관으로서 ‘건축진흥원’의 명확한 역할 정립과 체계적이고 치밀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축진흥원의 기본적인 역할은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제25조에 명시돼 있다.
▷건축서비스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및 제도의 연구ㆍ조사ㆍ기획 ▷건축서비스산업의 실태조사 ▷정보체계 구축사업 ▷건축서비스 표준화 연구 및 보급 지원 ▷건축서비스산업 관련 창업지원 ▷출판 및 홍보 사업 ▷교육ㆍ연수 사업 ▷국제 교류ㆍ협력 사업 ▷그 밖에 건축서비스산업의 진흥을 위한 사업 등 9가지 항목이다.

이중에서도 ‘건축서비스 표준화 및 보급’이 중요한 기능이다. 기본적으로 건축진흥원은 9가지 법정기능에 충실해야 하며, 만약 부가적인 기능을 추가ㆍ제안할 경우에는 기존의 기관 및 단체와 중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 3대 소장으로서 임기 동안 AURI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어 왔다. 그간의 성과는? 앞으로 더욱 국민에 봉사하고 건축 발전에 기여하는 국책연구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는?

 
지난 3년간 AURI를 경영함에 있어 핵심키워드는 바로 ‘정책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서 건축도시공간연구소만의 특성을 살린 연구를 통해 사회 현안과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정부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한옥 등 건축자산 진흥에 관한 법률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다수의 건축관련 법률이 제정됐다.

이를 근거로 ▷각종 실태조사 ▷정보체계 구축 ▷기본계획 수립 ▷전담지원기구 설립ㆍ운영 ▷전문인력 양성 등 민간 부문에서 실행할 수 없는 정책적 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AURI가 ▷국가한옥센터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 ▷도시재생지원기구 ▷녹색건축센터 등 법정지원기구로 지정 받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의미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건축은 도시환경의 품질을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는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장과 보전, 변화의 과정을 신중하게 고려해 계획된 결과물이다. 가로, 광장, 공원, 수변 등 다양한 공간과 건축물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고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적 토대로서 장소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도시공간은 개인의 사적영역이 아닌 공공의 책임과 의무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적인 영역으로서 건축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 변화에 발맞추고 선도할 수 있도록 AURI는 정책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다. 짧은 시간 안에 이와 같은 사회여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한 것은 분명 고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더욱 중요하다. 단시간에 이룩한 전례 없는 건축정책들이 일시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 국민 삶의 질을 디자인한다는 진정성 측면에서, 지속성을 유지하며 정착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AURI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서로 소통과 협업하고, 공공과 민간, 이해관계자 간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도록 새롭고 참신한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연구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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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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