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건설산업 블루칩 ‘방재산업’ <3>
“SOC, 건강하게 나이 들어 가고 있는가?”
한국건설신문 박상익 기자 = 지난 2012년 12월 2일 오전 일본에서는 수도인 도쿄와 서부를 잇는 중앙고속도로의 사사코 터널에서 천장 붕괴가 발생해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에 앞서 2007년 8월 1일에는 미국 미네소타 주 I-35W 교량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2013년 4월 12일 경북 경주 안강읍의 산대저수지에서는 누수 현상 지속으로 인해 제체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2월에는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로 총 10명이 사망했다.
이렇듯 최근 국내·외에서 발생한 일련의 시설물 붕괴사고는 성수대교 붕괴 후 21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그렇다면 우리 다음 세대에 이런 위협요소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인지해야 하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첫째, 사람이 노후를 대비하듯 우리 사회기반시설물(이하 시설물)들이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해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시설물들은 1960~70년대 경제성장기에 집중 건설되었다. 사람으로 치면 장년기를 지나 노년기로 접어들고 있는 시설물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러한 시설물의 고령화 비율은 ’14년 말 기준 전체 시설물의 10.0% 수준(건축물을 제외한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이하 시특법’상 1, 2종 시설물 대상)이며 향후 10년간 2배 이상 급증하리라는 전망이다.
우리 국민이 매일 접하는 시설물이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도록 정기적인 검사와 함께 적절한 예방조치를 하며 유지·관리하는 것은 국민이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조건임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둘째, 촘촘한 그물망과도 같은 법령의 테두리 내에서 우리의 시설물들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꼼꼼히 살핌으로써 국민 보호를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는 이 시설물이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의 1, 2종 시설물에도 속하지 않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특정관리대상시설물에도 속하지 않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기에 일어난 아픔이다.
셋째, 정부는 시설물 유지관리에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와 투입시기를 결정함에 있어 정확성과 적정성을 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민은 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비용 투자가 우리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임을 인지하고 국가적 차원의 ‘보험’이라는 사실에 공감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설물 유지·보수 투자 비율은 0.26%에 불과해 OECD 평균인 0.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 후 제정된 시특법에 의해 국내 주요 시설물(1, 2종 시설물)에 대한 주기적인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이 수행되고 있다.
그 결과로 지난 20년간 1, 2종 시설물에서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한 사례가 없다. 95% 수준이 ‘양호’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다. 일단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큰 틀은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얘기한 대로 유지관리 관련법 간 사각지대에 놓여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시설물을 줄이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는 국민안전처의 ‘안전혁신 마스터플랜(’15.3)’에 근거해 현재 기존의 유지관리 대상시설을 1, 2종 시설물에서 종외시설물까지 확장하고 시설물의 안전관리를 일원화하고자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시설물의 구조적 안전성 이외에도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성능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고 적정한 목표수준을 설정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등의 유지관리체계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시설물의 고령화 시대를 먼저 맞은 선진 외국의 대응사례를 벤치마킹할 때 우리가 직면해 있는 시설물 고령화에 적절히 대처하는 한편 일시에 급증할 유지관리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한 발 늦은 조치로 인해 최근 시설물에 대한 막대한 유지관리비용을 투입하고 관련 정책 수립에 박차를 가하느라 뒤늦게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볼 때 우리도 발 빠른 대응책을 마련해 유사 사례의 발생을 방지해야 할 시점임이 자명하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후 20년, 이제 더 이상 ‘후진국형 안전사고’, ‘안전 불감증’과 같은 책임감이 부재한 표현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 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예기치 않게 잃지 않도록, 나이 들어가는 우리 주변의 시설물에 눈길을 주어야 할 때이다.
시설물도 사람처럼 그 수명을 다할 때까지 건강하게 나이 들어 갈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