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기술사 1호 기유경 부사장 인터뷰
대한민국 여성기술사 1호 기유경 부사장 인터뷰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5.07.2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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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스마트시대 주도하는 전기엔지니어링의 지존
전기계 최초 여성 CM 본부장 전격 기용한 ㈜진전기

[창간특별기획]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육성플랜” 
<2부> 틈새기업을 찾아서 - ‘㈜진전기엔지니어링’ 편

건설 프로젝트가 점차 대형화ㆍ복합화 되어 간다. 건축 도시 도로 철도 터널 항만 플랜트… 무엇이라 할 것 없이 고도의 기술집약체로서 파이낸싱과 유지관리 기술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건설산업은 ‘발주처-종합건설사-기타 하도급’ 이라는 구태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정부기관을 머리로 하는 시공 중심의 ‘갑을병정 피라미드’ 구도, 이런 식으로는 해외의 오픈마켓에 발맞출 수 없다.
세계적인 건설기업의 기준은 기획부터 타당성조사-설계-시공-감리-유지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총괄관리 할 역량이 있느냐 아니냐로 판가름된다.
그러나 한국 시스템 안에서 이러한 고급 컨설팅 엔니지어링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실현가능성 없는 신기루와 같다. 어쩌면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구조조정과 뼈를 깎는 체질개선이 수반돼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처럼 ODA사업에 머물면서 해외 실적으로 내세우는 현실, 그마저 건설사가 해외계약을 할 때 용역업체로 따라가는 식으로 어떻게 세계시장에 발이라도 붙일 수 있겠는가.
글로벌 마켓, 정말 소원하고 불가능한 일일까? 우리 건설분야에도 김연아나 손연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뒷받침은 없었지만 자신의 재능과 피나는 노력으로 세계 정상에 서는 인재들 말이다. 이에 본지는 우수한 잠재력을 지닌 강소 엔지니어링 기업을 발굴하고자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육성플랜 2탄은 <틈새기업을 찾아서>로 구성했다.
▷건설IT 전문기업 두올테크 ▷국내 소방분야 1위기업 한방유비스 ▷㈜진전기의 에이스, 대한민국 여성기술사 1호 기유경 CM본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 기유경 본부장은 2016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편집자 주>


SMART 시대를 주도하는 전기엔지니어링의 지존
전기계 최초로 여성 CM 본부장 전격 기용한 ㈜진전기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정보화시대에서 전기는 전등과 콘센트가 아니다. ICT(정보통신기술), IoT(사물인터넷), 모바일 스마트 기술의 진화 속에서 전기·통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인간으로 치면 혈관과 같은 전기설비를 건축·시설물 안에 창조하는 디자이너가 바로 건축전기설비기술사다. 이러한 점에서 전기계 최초로 여성 CM본부장을 기용한 ㈜진전기엔지니어링의 선택은 파격이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대한민국 여성기술사 1호’ 기유경 전무.

25년간 전기설계를 담당해 온 기유경 전무는 2013년 여성인력이 전무했던 감리본부를 맡아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 결과 3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안에 눈에 띄는 현장 개선, 클레임(claim) 감소, 완성도 높은 시공 성과를 내고 있다고.

1964년 설립 이래 지난 50여년 간 전기설계/감리 분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온 ㈜진전기엔지니어링(대표 오호진)은 매출액 약 55억원, 사원 수 100여명 규모의 중소기업청 선정 우수중소기업이다.  

제주해군기지, 특전사 등 국방시설에서 특화된 ㈜진전기는 송도IT타워, Y-CITY 복합시설 등 민간부문 첨단 복합건축물에서도 전기설비를 책임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40여 곳에서 진전기의 CM/감리현장이 돌아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동 ‘A 에어베이스 재건사업’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한국 전기ENG의 역량을 증명하고 있다. 

국제공항, 국방시설 같은 대형ㆍ복합 건축물은 고도의 핵심기술을 요구하는데, 이러한 분야의 경험과 노하우로 국내와 해외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진전기엔지니어링의 에이스 기유경 CM본부장을 만나 전기 엔지니어링 분야의 경쟁력과 전망을 들어보았다.
 

“나에겐 엔지니어의 피가 흐른다”
대한민국 여성기술사 1호 기유경 전무 인터뷰

▲ ㈜진전기 기유경 본부장. 진전기엔지니어링은 2013년 전기계 최초로 여성 CM본부장을 전격 기용했다.


- 전기설계의 매력은 무엇인가? 건축을 전공했는데?

전기설계는 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일이다. 건축물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건축전기설비란 건축물 내의 전기ㆍ통신ㆍ소방설비를 말한다. 즉, 수 변전설비를 비롯해 ▷비상발전 ▷조명 ▷전열 ▷동력 ▷피뢰접지 ▷원격감시제어 ▷신에너지 ▷정보통신 ▷소방자탐설비 등이 이에 속한다).

건축과 졸업 후 첫 직장이 전기설계사무소였다. 건축설계보다는 설비분야를 좋아했는데, 공간을 만드는 것보단 공간을 채우는 일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필연이 돼버린 전기설계와의 인연은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건축전공자가 전기설계를 하게 되니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공간을 이해하고 적용하게 됐고, 상사로부터 칭찬을 받으니 전기설계가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건축설계 도면에 전기설계로 채워가는 일은 참 재미있었다. 몇 날이고 야근과 철야를 반복해도 힘들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던 20~30대였다.


- 여성 최초 CM본부장이다. 설계에서 감리로의 전환, 쉽지 않았을 것 같다.

CM본부를 맡게 된지 3년째다. 설계는 백지에 그려가는 것이라면, 감리는 그림을 실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설계만 하던 나에게 CM본부장 자리는 회사나 나 자신 모두에게 무모한 도전이었다. CM본부 직원들 대부분은 본부장보다 나이가 많은 남성이다. 그런데 감리의 ‘감’자도 모르는 나를 기용한 이유를 지금도 잘 모르겠다(웃음).

본부장이 된 첫 해 30여개의 현장을 모두 파악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 매주 1~2개의 지방현장을 뛰어다닌 셈이다. 시공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매우 다양하다. 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현장마다 똑같은 문제는 하나도 없다. 현장에 배치된 직원들과의 소통은 쉽지 않았다.

발주처나 감독과의 업무처리 방식에 대한 불만, 타 공종과의 협조 문제의 어려움, 현장 여건에 맞지 않는 처우에 대한 불만족 등 그 많은 불만들을 들어주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해주는 일이 본부장인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여성 본부장을 대하는 감리원들의 의구심과 불안감이 역력했던 표정을 기억한다. 정기적으로 현장에 통화하고, 감리원 가까이에서 관심 가져주고, 현장의 고충에 귀 기울이니 차츰 직원들의 애사심도 높아졌고 여성본부장에 신뢰도 두터워졌다.

“건축 토목 기계 전기 소방 전문가 모두 모인 
 건설현장에서 CM에게
‘통섭의 지혜’는 필수!
…해외사업 완수하려면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 ‘대한민국 여성기술사 1호’ 기유경 본부장은 건축과 출신의 전기기술사로 전기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 진전기에서 수행한 대표 프로젝트는? 

㈜진전기 엔지니어링에서 수행한 전기설계 프로젝트로는 ▷국방사업인 제주해군기지 육상시설(현대건설, 포스코건설)과 ▷특전사(대우건설) ▷일산백석 Y-CITY 복합건축물(요진건설) ▷동자동8구역 복합건축물(쌍용건설)이 있다.
그리고 해외프로젝트로 중동의 ‘A 에어베이스 재건사업’이 진행 중이다.

(주)진전기가 진행 중인 CM/감리 프로젝트는 국내에서만 전국 40개 현장이다.
▷서울공항 VIP 격납고(국방부, 고려개발) ▷한반도 미래비전 센터(통일부) ▷동자동 8구역 복합건축물(쌍용건설)은 준공한 현장이고, ▷포항공항 활주로공사(포스코건설) ▷국립서울병원CM(한진건설) ▷일산백석 Y-CITY(요진건설) ▷정부종합청사 리모델링 공사 책임감리(코오롱건설) ▷포항-삼척 철도건설 ▷포항-영덕간 전력설비 ▷대법원 천안지원(법원행정처)과 다수의 공동주택 감리를 수행하고 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동자동 제8구역 복합건축물 책임감리 용역이다. 이 사업은 2010년 11월 8일 착수해 2015년 2월 28일 준공한 ‘장수 프로젝트’다.

진행과정에서 사업시행변경으로 세 차례의 계약변경이 있었다. 최초 36개월이었던 공기는 52개월로 연장됐으며, 당초 업무시설에서 오피스, 오피스텔, 호텔, 근린생활시설, 전시장 등으로 용도가 변경되며 진행됐다. 그러나 시공사와 감리단의 철저한 공정관리와 품질관리 및 자재, 안전, 시공관리를 통해 신뢰성 높은 건축물을 완성했다.

건설현장은 발주처감독ㆍ시공ㆍCM단이 함께 있고, 건축 토목 기계 전기 통신 소방 등 여러 공종이 함께한다. CM단은 단장을 선장으로 하고 각 공종의 엔지니어들이 선원이 되어 준공이라는 목적지를 항해하는 한 척의 배다.

한 배를 탄 그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방향을 잃거나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 이처럼 학문간 통합을 뛰어넘은 지식의 통합, 다양한 분야의 가치를 결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통섭(統攝)이라고 한다면, 건설분야도 각 부분마다의 상생과 협조가 필요한 통섭의 시대가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

“㈜진전기, 제주해군기지ㆍ특전사 등 국방시설 및
주상복합, 최첨단 복합시설물 전기설계/감리 수행


- 국내 전기분야의 현황 및 전망은?

대부분의 건축전기업체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하청을 받아 일을 하는데, 외주비를 100% 지급하는 건축사무소가 거의 없다보니 전기업체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감리나 CM도 마찬가지다. 대형 건축사사무소는 이미 전기ㆍ통신ㆍ소방 분야의 기술 인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업체와 컨소시엄을 하지 않고 단독으로 투찰한다.

기존에 파트너였던 업체와는 명맥만 유지하는 선에서 불공정한 지분률 배분이 이루어진다. 전기계의 분리발주를 바라보는 건축계의 시선은 따갑다. 하지만 전기분야로서는 이것만이 살 길이다.

앞으로의 전망? 시장은 언제나 좋지 않았다. 그러한 가운데 성공하는 기업은 있다. 그것이 기업의 경쟁력일 것이다. 지금까지 해오지 않던 분야로 시장진입을 시도하는 것, 건설시장이 침체되고 발전가능성이 없어 보일 때 남들이 찾지 못한 부분이 없나 찾아내는 일, 그 자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업계와 발주처가 극복할 문제점은?

업계는 사용자 편리성을 고려한 계획과 설계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발주처는 수행하고자하는 프로젝트의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수차례 설계변경을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계약자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종종 있다.

또 전문화된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는 특화된 사업의 지속적의 기회를 주고, 기술력과 경험이 부족한 소기업에는 시장의 문을 열어 참여 기회를 부여해야한다. 상반된 이야기 같으나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은?

우리 회사의 첫 해외프로젝트는 ‘중동 A 에어베이스 재건사업’이다.  이 지역은 중동 중에서도 건설에 열악한 환경이다. 1만kW의 전기를 직접 발전해서 공급해야 하는 시스템인데, 모래바람이 강한 곳이어서 발전기 선정부터 전기공급 방식 선정까지 국내기준과 다른 국제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줄곧 해오던 설계패턴을 바꿔야 하는 미션이었고, 외국어(커뮤니케이션)가 되는 기술자를 확보하는 일이 과제였다. 이처럼 해외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사업완수를 위한 기업의 인프라 구축이 우선돼야 하는데, 현 단계에서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할 국내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의문이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건축을 전공하고 전기설계를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건축전공을 하면 누구나 초고층빌딩이나 랜드마크가 될 만한 근사한 건물을 설계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학졸업 후 건축설계를 하지 않고 전기설계를 하게 된 것은 참 잘한 것 같다.

건축을 기초로 전기설비를 접하니 신세계를 맛보며 배워가는 일이 즐거웠다.

“나에겐 엔지니어의 피가 흐른다”고 자주 이야기 한다. 언제나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익숙하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가 ‘의연히 대처한다’라는 것이다. 또 문제는 곧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이것은 ‘닥친 문제는 반드시 해결한다’는 나의 신념 안에 있다.

2009년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마무리 짓고 있다. 박사논문 주제는 ‘BIM TOOL을 이용한 최적화된 조명설계 시스템 구축’(가제)이다. 전기기술사를 취득하면서부터 조명에 관심을 갖게 됐고 박사를 조명으로 하게 됐다. 건축전공-전기기술사-전기공학석사-조명으로 박사에 이르기까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온 것 같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완성도 높은 건축물을 위한 한 길이었음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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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전기 CM본부장 기유경 전무
◇기유경=  ㈜진전기 기유경 CM본부장/전무는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한양대 전기공학 석사를 취득, 세종대 건축공학과에서 박사를 수료했다.

2002년 5월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건축전기설비기술사를 취득한 기유경 전무는 특전사, 정보사 등 대형 국방시설물에 대한 전기통신설계 및 시공평가를 통해 국방시설물의 안전성 및 신뢰성 향상에 기여했으며, 전기설계와 기술연구를 통한 전기계 발전에 힘쓰고 있다.

현재 ▷중앙건설심의위원 ▷국방부 특별건설심의위원 ▷전기공사협회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실무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이화여대, 전력기술인협회, 전기공사협회 등에서 전기ㆍ조명 분야 발전을 위해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한국기술사회 여성위원회 수석부회장직을 수행하면서 한-일 여성기술사 교류를 통한 여성과학기술인 경쟁력 및 역량강화에 힘썼다.

또한,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여성과학기술단체 활동을 통해 국내 여성기술인력 간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여성기술사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교과부ㆍ한국기술사회 주최 ‘제10회 기술사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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