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육성플랜<1>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육성플랜<1>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5.07.08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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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PMC 시범사업 론칭해야…발주권한 민간이양 전제로”
▲ 2015년 제1회 엔지니어링 포럼 지정토론. 왼쪽부터 백영인 이제이텍 부사장, 박창우 서울대 교수, 좌장을 맡은 이복남 서울대 교수, 정수동 도화엔지니어링 부사장, 유영곤 트루벤 전무, 조충영 평화엔지니어링 사장.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육성플랜 <1>
“정부, PMC 시범사업 론칭해야…발주권한 민간이양 전제로”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제22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5.29)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산업 육성’ 의지를 밝히고 산업부 창의산업정책관 주도 하에 범정부T/F 구성을 지시한 후, 엔지니어링업계는 정부의 PMC 시범사업 론칭을 대비한 워킹그룹을 출범시켰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회장 이재완, 이하 엔협)는 지난 3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 엔지니어링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진단을 시작으로’라는 주제로 ‘2015년도 제1차 엔지니어링 포럼’을 개최했다.

엔협은 이번 포럼을 통해 ‘정책연구 Working Group’을 결성하고 포럼에서 도출된 과제를 바탕으로 정책에 반영될 대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책제언 기능 강화를 위한 기반구축 등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에 포럼 대표를 선정하고 사무국과 운영위원회 및 분과 구성 등 본격적으로 포럼의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PMC, FEED 등 엔지니어링 고부가가치 산업 영역 확대를 위한 실적 확보 방안을 집중 논의한 이날 포럼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강대임 자문위원의 기조연설 ‘엔지니어링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언’을 필두로 3개의 주제발표가 구성됐다.

‘국내 엔지니어링사의 현주소 및 경쟁력 진단’이란 주제로 이제이텍 백영인 부사장이 국내외 환경을 비교하고 해외진출의 장애요인을 분석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과정 박창우 책임교수가 ‘PMC 등 고부가사업 활성화를 위한 기본지식의 이해’에서 수행범위를 중심으로 PMC와 PM 및 CM의 차이와 설명하고 IMT 등 최근 트렌드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도화엔지니어링 철도부문장 정수동 부사장은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의 해외사업 사례’에서 철도분야 PMC사업 경험을 중심으로 해외 철도PMC 발주동향을 발표했다. 이어 서울대 이복남 교수를 좌장으로 평화엔지니어링 조충영 사장, 사모펀드 트루벤의 유영곤 전무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패널과 플로어의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엔지니어링의 꽃 PMC(프로젝트 총괄관리) … 글로벌 시장 대세
해외시장 진출의 관건은 국제기준에 맞는 ‘PMC 수행실적!’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ancy)는 프로젝트 총괄관리로 번역되지만 ‘발주권한대행’, 또는 ‘발권권한 민간이양’으로 이해할 수 있다.

PMC는 프로젝트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술과 경영 기법을 결합한 창조적인 지식정보산업으로, 복잡하고 거대한 프로젝트와 기업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미국, 유럽 및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PMC는 시공-설계-감리 등 컨설팅 구조의 최상위 단계에 위치하며 기본설계 및 감리업체를 감독하고 시공업체 선정에 관여한다. PMC를 수행하는 민간기업은 사업의 ‘착수-기획-실행-통제-종료’에 이르는 프로세스 그룹으로서 발주처(정부)가 하는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글로벌 역량을 갖춰야 한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건설산업.
그러나 세계 건설시장에서 한국은 ‘시공’이라는 극히 제한적인 분야 머물러 있었다.

엔지니어링이 메인이 되어 시공을 선도하는 ‘Engineering Based Construction’, 건설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도입하기보다 3D 저부가가치 후방 영역인 시공에만 역량을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인도 등 값싼 노동력으로 무장한 신흥 건설강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더 이상 경쟁력을 과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에 정수동 도화ENG 부사장은 “국내 업체의 해외 철도 PMC시장 진출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업체로의 도약과 해외 진출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1957년 설립한 도화엔지니어링은 국내 1위 기업으로 ENR 165위에 랭크돼 있다.

정 부사장은 “우리는 EDCF, KOICA 등 ODA사업을 해외사업으로 통칭하지만 국내 발주사업은 해외사업이 아니”라며, “MDB사업을 수주하면 발판은 되겠지만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또 “그동안 우리는 저가 수주를 경쟁력으로 해왔기 때문에 F/S(타당성조사), FEED(연결설계, Front-End Engineering Design) 등을 수행할 고급인력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고 PMC, PMO 발주사업에 대한 수행실적이 전무하다”며, “그나마 EPC나 D&B 분야에서도 공사비 산정 및 샵드로잉 수준의 상세설계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3D업종의 저부가가치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정수동 부사장은 “해외에서 발주한 PMC 한 개 규모가 6천억원을 넘는다. 이는 국내 TOP3인 도화, 한국종합기술, 건화의 연간 수주실적을 합친 것과 맞 먹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예로 ENR 상위 기업과 국내 업체의 연간 매출액을 비교하면 국내·외 현실의 격차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지난해 국내 1위 기업인 도화의 매출액은 2천925억원이다. 이에 반해 Aecom은 8.4조, Jacob 7.8조, Bechtel 2.9조, Parsons 1.7조원이다. 적게는 6배 많게는 30배에 육박한다.

그러나 해외 PMC사업의 진입장벽은 높기만 하다.

카타르 Tram PMC의 경우 회사 자격은 현지 조달청에 등록된 기업이어야 한다. 또 참여인력은 북미, 서유럽, 호주 및 그에 준하는 국가의 학위 및 자격증과 경력이 있고 Native 수준의 영어실력을 갖춘 인재를 발주처가 요구하는 수만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쿠웨이트 메트로의 경우는 최근 5년간 최소 3건의 유사 실적이 있어야 하며 사우디 젯다 메트로는 발주처의 승인을 받은 업체여야 한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PMC 실적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우리 정부는 아직 PMC사업을 시도한 적이 없다. 실적(Track Record)이 없으니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낳는 PMC 시장은 그림의 떡이다.

정수동 부사장은 도화와 철도시설공단이 오만국영철도 PMC 사업을 수주하기 직전에 스페인 Tecnicas에게 석패한 사례를 들며 국가가 영업을 지원하지 않으면 결코 수주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도 국토부 차관이 오만을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왕이 직접 건설부문 장관 7명을 동행해 두 차례 오만을 방문한 스페인의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이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실적이 전무하다는 약점은 가장 극복할 수 없는 한계라고 성토했다.

정 부사장은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며, “아주 작은 프로젝트라도 세계 표준 PMC 절차에 따라서 국내에서 예행연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간절한 바램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충영 평화엔지니어링 사장은 2012년 브루나이에서 수주한 토목분야 PMC 사업을 예로 들며 “사업의 수주도 중요하지만 수행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평화ENG 능력에 대한 문제가 드러났고 그 보완 대책으로 사업단장을 외국인으로 교체해야 했다”며, “제대로 된 PMC를 국내에서 경험하고 해외에 나갔다면 이러한 굴욕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유한시장에서 무한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모든 리스크에 대한 수업료(적자)를 물며 수행하고 있다”면서, “수주를 했음에도 수행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수주도 쉽지 않지만 수행도 쉽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사장은 “PMC 사업을 두 번 정도 경험해야 해외사업을 제대로 수행하는 엔지니어링 기업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PMC 시범사업을 착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우리가 폐쇄시장인데 오픈 마켓에서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냐”며, “하루빨리 국제수준의 매뉴얼을 만들어 국내시장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조 사장은 “정부가 PMC사업을 런칭할 때 엔협이 워킹 그룹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1차적으로는 공공기간이 시범사업을 통해 매뉴얼을 실증화 해야겠지만 최종적으로 공공은 PMC 시장을 내려놓고 민간에게 이양해야 국내 건설산업이 선진화 되고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백영인 부사장은 “해외 PMC는 파이낸싱 매니지먼트, 입찰서류 등 기획부터 시공사 및 설계사 선정에 이르기까지 국내 엔지니어링 사는 상상하지 못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역할을 정부가 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보다 후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로 글로벌 경쟁력을 후퇴시킨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트루벤 유영곤 전무도 “파이낸싱은 PMC의 일부로 여겨지지만 실은 가장 중요한 영역이며, 금융과 연합해 디벨로핑 하는 것이 건설업계의 미래 먹거리”라고 설명했다. 이에 좌장을 맡은 이복남 교수는 “Bechtel이 공항철도에서 PMC를 수주했을 때도 파이낸싱을 했다”며 “파이낸싱이 발주처가 원하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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