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꿈섬’이라고? 노들섬에서 꿈꾸지 말자
‘노들꿈섬’이라고? 노들섬에서 꿈꾸지 말자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5.06.12 18: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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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이 ‘노들꿈섬’이란 이름으로 돌아왔다.

공모방식이 전과 다르다. 시가 사업을 기획하지 않는다.
1차적으로 좋은 기획안을 뽑아서 이 중에 조직력을 갖춘 운영자를 선정한 후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설계공모를 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핵심은 ‘모든 것은 시민의 뜻에 따른다’와 ‘모든 책임은 운영자에게 있다’이다.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10년의 표류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지일까. 2012년 사업보류 후 3년 만에 내린 결론은 ‘시민 스스로 단계적으로 완성하자’이다. 이상적인 슬로건이지만 왜 지금 꼭 해야 하는지 잘 와닿지 않는다.

또 쟁쟁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들섬포럼을 운영하고 수차례 시민의견을 청취한 2년의 장고 끝에 얻은 해답이 ‘노들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얼마의 비용으로 어떤 규모의 무엇을 만들지, 누가 어떻게 운영할지 시는 아무것도 제시할 수 없었다’는 것은, 대신 ‘선정된 운영자에게 공간 및 시설계획부터 운영까지 맡기고 공공은 이에 따른 시설 설치를 맡는 방식’이라는 것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견이 존재함직하다.

노들섬의 표류는 2005년 이명박 전 시장의 과도한 욕심에서 비롯됐다.

‘(내가 시장하는 동안)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랜드마크 하나 지으면 좋겠다’는 발상은 2천5백억원의 예산이 5천억까지 뛸 수 있음을 알게 했다. 이 천문학적인 숫자는 시의회와 시민들로 하여금 ‘우리에게 오페라하우스가 필요한가’, ‘왜 노들섬인가’와 같은 질문을 낳게 했고 이때부터 사업은 공회전을 시작했다.

그동안 사업명도 계속 바뀌었다.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노들섬 예술센터, 한강예술섬 그리고 지금 ‘노들꿈섬’.

종합해보면 철학적 문화적 논리적 뒷받침 없이 정치적 수단의 된 대규모 건설사업이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매립지 인공섬인 중지도(노들섬)를 어느 날 갑자기 논란의 중심에 세웠고, 이 허황된 계획은 강산을 뒤바꿀 소중한 시간과 셀 수 없는 기회비용을 공중분해 시켰다.

이즈음 되면 포기가 미덕임을 알만도 한데…
서울시에 묻고 싶다. 운영자 선정이란 애매한 공모까지 하면서 굳이 사업을 재개하는 이유를.
시민아이디어 공모도 회의적이다. ‘시민의 뜻에 따르겠습니다’를 너무 남발하는 것 아닌지, 이런 것이 민주적 리더십인가. 그러다 결과가 안 좋으면 ‘시민들이 그러자고 했는데요’ 하면 되는 것인가.

한강 가운데 떠있는 빈 땅이라 일본인들과 친일 기득권층의 유원지로 활용됐고 그 이력으로 1960~80년대에 리조트 건설 플랜이 잠시 그려졌다 지워진 흔적이 있을 뿐, 이 섬에 꼭 뭔가를 해야 할 당위성이 우리에겐 없었다. 그저 이명박 시장 후임 시장들에게 대물림되는 미해결 콜드케이스(Cold Case)이다. 

어떤 때는 보류가 최고의 결단이다. 여지이자 가능성에 대한 용감한 모험일 때가 있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것을 하는 것이다. 서울시여, 노들섬에서 꿈꾸지 말자.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차장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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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진 2015-08-19 23:06:49
언니 보고싶고 관심두고 종종 보고있어요.
근데 요즘 왜 이러신 건지... 글이 ....
화이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