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정책 전문가 최민수 박사에게 듣는다
건설산업정책 전문가 최민수 박사에게 듣는다
  • 김덕수 기자
  • 승인 2015.05.18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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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영업범위 제한 폐지, 과연 바람직한가?
▲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부장

- 최민수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최근 정부에서 소규모복합공사 범위를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건설업계의 내홍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복합공종의 건설공사는 종합건설업체가 일괄책임을 지고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하에 시공하고, 콘크리트공사나 방수, 페인팅 등의 개별 시공은 전문건설업체가 면허를 받아 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있는 소규모복합공사란 말그대로 복합공종의 공사이지만 공사규모가 매우 작아 종합적인 계획조정이나 특별한 공사관리의 필요성이 약한 공사를 말합니다.
그러한 공사에 한정해서 전문건설업체에게 일괄도급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진입로 정비공사, 담장설치공사, 농로 정비공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제시된 10억원의 공사비는 일반적인 빌딩 5-6층 규모의 신축 공사비에 해당합니다.
즉, 소규모복합공사 규정의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규모복합공사나 부대공사 규정은 모두 예외 규정입니다. 따라서 예외를 확대하는 것은 부작용을 양산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 소규모복합공사 확대를 영업범위제한 폐지의 일환으로 본다면, 한쪽 방향으로만 영업범위를 폐지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더구나 소규모복합공사 확대는 중소규모의 종합건설업 시장에 중대형 전문건설업체의 참여를 허용하는 형태입니다. 이는 중소기업 보호 정책에 배치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 소규모복합공사의 범위를 10억원까지 확대하면, 어느정도 시장에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상당한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장기적으로 건설업역 자체가 아예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10억원 미만의 토목공사 계약액은 조경공사를 포함할 때 연간 5조원 규모입니다. 건설업계 의견을 보면, 이 가운데 약 40%, 최대 2조원 가까운 토목공사에서 전문건설업체의 입찰이 허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합건설업체의 반발이 심각할 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규모복합공사 범위가 10억원으로 확대되면, 전문건설업체는 1-2개 전문면허를 추가 취득하여 종합공사 입찰에 참여하려는 유인이 발생하게 됩니다. 굳이 기술자나 자본금을 갖추어 종합건설업 면허를 취득할 이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이는 현행 건설업 면허체계를 근본적으로 왜곡시킬수 있습니다.

- 소규모복합공사 확대는 일방향으로 규제를 푸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업역제한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업역제한이나 영업범위 폐지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리고 바람직한 방향인지요?

건설업역이나 영업범위 제한 폐지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종 구분을 유지한 채 종합과 전문간에 규제되어 온 상호간 시장진입장벽을 폐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전문건설업체도 종합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그리고 종합건설업체도 하도급을 받아 개별공종 시공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그런데 전문건설업 면허를 주고서 종합공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업역 폐지나 영업범위 자율화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시공자격 기준을 낮춘 것에 불과합니다.
업역제한의 대표적인 예로는 2008년에 폐지된 종합과 전문건설업간의 겸업제한을 들 수 있습니다. 전문건설업종을 등록한 업체는 종합건설업을 겸업할수 없다는 규정인데,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규제였습니다. 건설회사에서 건축설계를 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도 대표적인 업역제한입니다.
그러나 전문건설업 면허를 취득한 자에게 종합건설업 역할을 허용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보면, 철근콘크리트업자 또는 토공사업자에게 일괄도급을 주어 건축물 시공을 허용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토공사나 철근콘크리트업자가 방수나 설비, 인테리어공사까지 시공경험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까? 관련된 시공경험도 없이 체계적인 공사관리나 품질확보가 가능할까요?

 

소규모복합공사 확대, 건설업 등록체계 붕괴 우려
건설업역 폐지시, 개별 발주기관별로 업역전쟁 불가피

 

- 건설업역이나 영업범위 제한을 폐지할 경우, 발주자는 공사발주방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시공자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데 어떤 문제점이 있나요? 업역제한 폐지시 우려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업역제한 폐지와 발주방식 다양화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주방식 다양화는 건설업 면허체계를 뒤흔드는 것은 아닙니다. 면허체계에 맞게 생산체계를 다양화한다는 의미입니다.
현행 국가계약법 규정하에서도 계약이행이나 하자책임 구분이 명확할 경우 발주자 판단하에 가능합니다. 다만, 발주자가 이러한 방식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면허체계를 건드려 업역 제한을 없애는 것은 또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개별공종의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관리능력도 없이 복합공사를 수주하는 것을 제어할 수 없게 됩니다. 또, 업역제한이 폐지되면, 종합건설업체 간에 하도급도 허용해야 합니다. 이 경우, 해당분야의 시공능력 없이 하도급을 받을 수 있고, 이는 다단계하도급으로 이어질수 있습니다.
만약, 영업범위가 폐지되고 발주자 재량으로 귀착된 경우, 종합과 전문건설업계는 서울시나 경기도청, 성남시청 등 수많은 개별 공공발주기관을 찾아가 발주방법을 놓고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입니다.
또, 영업범위 제한을 폐지하면, 기업규모별이나 지역별 갈등이 커질 우려가 존재합니다.
또, 종합과 전문간 업역 제한이 폐지되더라도 전기공사나 정보통신공사의 분리발주는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즉, 기형적인 업역 폐지가 될 우려가 높다는 것입니다.

- 지난 2009년에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건설업역 폐지 관련해서 수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실제 영업범위 폐지에 관한 입법화가 시도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민수 박사

해답은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의 보고서에 나와 있습니다.
영업범위 폐지의 전제조건으로서 네가지를 거론하고 있는데, 발주자 역량 강화, 공공입찰제도의 변별력 개선, 발주자 자율권 및 책임성 강화, 보증 및 보험제도 강화를 꼽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어떻습니까? 네 가지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된 것이 있습니까? 당연히 현시점에서 영업범위를 폐지할 경우, 부작용이 심각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공공분야는 스크리닝 기능이 미흡합니다.
소위 Principal-Agent Problem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적격심사제 평균 입찰경쟁률은 300 대 1에 달하고 있습니다. 영업범위가 폐지되면, 현실적으로 부적격자의 입찰이나 수주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민간시장은 시장매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만, 최근 건설업면허 불법 대여사건을 보면 과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특히 중소규모 건축물 시공에서는 세금탈루나 시공비 저감을 목적으로 불법적인 도급행위가 많습니다. 영업범위가 폐지되면, 이러한 행위들이 오히려 합법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선진국에서는 어떠한가요?
서구에서는 심지어 건설업 면허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건설업역 구분이 없는 것 아닌가요?

건설업 라이선스가 없는 국가나 주도 있습니다만, 그러한 경우에는 대부분 발주기관에서 유자격자명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적격자는 입찰 참여가 불가능합니다.
영국은 면허가 없더라도 컨스트럭션라인이라는 업체정보시스템에 등록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부적격자는 대부분 걸러집니다. 설령 면허가 없다고해서 자격없이 공사를 수주하거나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복합공사는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 경험과 세부적인 시공경험을 갖춘 자로 한정하여 5개사 내외만을 입찰에 참여시킵니다. 이 때문에 개별공종의 시공면허를 갖춘 전문건설업체는 복합공종의 종합공사 입찰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 그러면, 영업범위 관련 정책은 어떻게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원칙적으로 기술자와 시공능력을 갖추고 해당 업종 등록을 통하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난 2008년에 종합과 전문건설업체간 겸업 제한이 폐지된 바 있습니다. 겸업이 활성화되도록 겸업 등록시에는 자본금이나 기술자 보유 규정도 완화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면허를 주었다면, 당연히 면허에 걸맞는 행위를 요구해야 합니다.
물론 건설면허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경직적인 규제는 피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소규모복합공사, 부대공사, 주계약자공동도급 등의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 소규모복합공사 관련하여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공사를 시공할 자격이 있습니까?

토공사라 하더라도 지하흙막이공사, 연약지반 개량, 택지정지작업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방수공사도 멤브레인방수, 시트방수, 도막방수, 시멘트액체방수 등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당분야의 전문공사업 면허가 있다고 해서 시공이 가능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당연히 해당 공법에 대한 시공경험이나 관련된 기술자가 있어야 합니다.
또, 복수의 전문면허를 등록했다고 해서 종합공사를 도급받을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전문건설업의 면허 요건상 개별분야의 시공은 가능하지만,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 능력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 업무란 공사착공부터 준공까지 모든 공사관리 업무를 지칭합니다.
예를 들어 자재, 기계장비, 인력, 하도급 등 모든 생산요소를 수배 및 연계하고, 각종 인허가 행정 업무나 스케쥴링, 기성고 관리, 대금 청구, 설계변경, 공사비 에스컬레이션, 대발주처 업무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소규모복합공사란 이러한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의 필요성이 없는 소규모 공사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건축허가나 착공신고가 필요없는 공사나 설계도면이 없는 공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 전문건설업체도 규모가 큰 회사는 계획관리조정 능력이 있습니까?
면허체계로 보면, 전문건설업체는 건설기술자를 보유했더라도 토공사나 방수, 페인팅 등 전문공사 분야에서 기술영역을 담당한 기술자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기술자는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므로 복합공사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 기술자로 보기 어렵습니다.
만약, 전문건설업체에서 다수의 종합건설업체 경력의 기술자를 채용했다면, 이는 사실상 종합건설업체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종합건설업체로 등록한 후 종합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발주자 능력, 입찰제도 등 전제조건 미충족
페이퍼컴퍼니 문제는 업역제한 폐지로 해결 불가능

 

-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종은 그동안 업역관련 갈등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건설업계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건설업의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이 1% 수준으로 떨어지고, 순이익률은 마이너스로 진입한 것 같습니다.
제조업이나 다른 업종은 모두 영업이익률이 6-7%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할 때 건설업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건설인 모두가 힘을 합쳐 난국을 타개해나가도 부족한 시점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체를 비롯하여 업역간 갈등을 빚으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소모적인 업역 분쟁을 최소화하고, 건설업의 발전을 위하여 건설인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해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민수 박사 프로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
일본 국토교통성 건축연구소 초빙연구원 
충남대학교 건축공학과 겸임교수 
대한건축학회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한국건축시공학회 제도정책분과위원장
한국건설관리학회 논문상임심사위원 
기획재정부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 민간의원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심의의원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ks@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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