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검사 비리의 온상, 특별검사원 300여명 적발
준공검사 비리의 온상, 특별검사원 300여명 적발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5.05.0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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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서울경찰청 25개구청 전수조사, 건축사무소 압수수색
특검 시행 16년, 건당 50만원 불법수수료 등 관행 뿌리깊어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불법수수료 요구 등 각종 관행으로 건축계를 좀먹어온 특검 비리가 대거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수사대(총경 박영진)는 7일 건축물 사용승인(통칭 준공검사)을 위한 현장조사 시 건축물 위법사항을 묵인해 주는 대가로 총 1억6천41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특별검사원 이모씨(54세) 등 100명(구속 1, 불구속 99)과 해당 건축물에 배정된 특별검사원 정보 누설 등의 대가로 총 2억 5천480만원을 수수한 서울시 건축사회 직원 ○모씨(57세), 특별검사원 등에게 금품을 공여한 건축사 김모씨(52세) 등 50명, 총 15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100만원 이하 수수 특별검사원 174명(총 금액 8천450만원)은 불입건 후 기관통보 처리됐다.
 

■돈받고 불법건축 묵인…특별검사원 무더기 적발

특별검사원 제도는 연면적 2천㎡이하 건축물 사용승인 시 건축물이 설계대로 시공됐는지 검사ㆍ확인하는 공적 업무를 민간 건축사가 대행하는 제도다.

주로 각 지역 건축사협회에서 대행하고 있으며, 서울시의 경우 ‘업무대행건축사’라고 지칭하지만 일반적으로 특별검사원(이하 특검)이라고 부른다. 준공검사는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데 이에 적합한 공무원의 질적ㆍ양적 충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방정부의 필요에 따라 도입ㆍ시행된 제도라는 것이 건축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적발된 경우는 ‘불법 건축업자와 위법행위를 눈감아 준 특검’이란 명목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시공상 하자가 없는데도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승인을 내주지 않는 고질적인 특검 관행으로 더욱 몸살을 앓고 있다. 돈을 줄 때까지 고의로 준공검사를 미루거나 꼬투리를 잡아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 이른바 합법적인 건축물의 불법화로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고스란히 불법 금품수수의 공범이 되어야 한다.

U건축사사무소 소장 등 소신을 갖고 일하려는 다수의 건축가들은 “특검의 부당한 요구는 이미 설계사무소나 건설사 담당자들에게 공공연한 비리”라며, “더 황당한 것은 민간 요원의 단독 비리가 아니라 담당 공무원과의 공동작품도 적지 않다는 것인데, 확인되지도 않고 확인하기도 어려운 사실이라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처럼 피검자와 특별검사원간 금품수수 불법 관행이 만연하는 이유는 건축물 위법사항이 적발되면 시정할 때까지 사용승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준공이 나지 않으면 건축주는 추가 공사비용 등 여러 가지 재산적ㆍ정신적 문제를 안게 되고, 공사감리완료보고서를 작성한 건축사는 허위보고에 따른 징계를 받게 된다.

따라서 건축주와 감리건축사들은 준공검사 시 경미한 위법사항이라도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게 되는데, 이를 악용한 일부 특별검사원에게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금품을 공여하게 되는 것이다.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지자체마다 경제력에 따라 불법수수료 금액에 차이가 있을 뿐 전국적으로 이미 ‘시가’가 형성돼 있다고 한다. 그 중 서울시 수수료가 평균 50만원 선으로 가장 높은 것.
 

■생계형 비리 방조한 지방 정부가 더 문제 

그렇다면 업무대행건축사, 특검의 불법행위는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수도권의 ○지역 건축사회 관계자는 “협회 회원들은 순번을 정해 특검을 나간다. 종종 공정거래위반 등 비리로 적발이 되지만 벌금을 내는 편이 특검을 포기하는 것보다 낫다”고 설명한다. 먹거리가 동이 난 건축사들에게 준공검사 불법수수료가 얼마만큼 포기할 수 없는 생계수단으로 뿌리 깊게 자리했는지 입증하는 발언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공무원이 했어야 할 현장검사를 민간 전문가가 대행했음에도 터무니없게 낮은 대가를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는 데 있다. 심지어 위탁업무 협약도 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 ○지역 건축사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때문에 정당한 대행료를 지불하지 않는 정부와, 오히려 건축사들의 생계형 비리에 편승해  불법이익을 취득하는 공무원들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에 경찰은 “서울시 25개 구청 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全 구청에 걸쳐 건축물 인허가 과정의 고질적인 금품수수 관행이 잔존함을 확인했다”며, “일부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혐의 등을 포착했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공무원들에 대한 비위사실이 확인된 이상 수사를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서울시는 경찰청보다 한발 앞서 ‘업무대행건축사제도’(기존 특별검사원)를 대폭 손질하겠다며 자료를 내고 선방에 나섰다.
 

▲ 서울시는 지난 6일 제10기 업무대행건축사 350명을 선발하고 대한건축사협회 대강당에서 ‘제10기 업무대행건축사 발대식’을 가졌다.


■서울시 업무대행건축사 ‘순번제→랜덤제’로 전환

서울시는 “업무대행건축사 제도는 건축물 완공 후 건축주가 해당 자치구에 사용승인을 신청할 때 시행하는 현장조사를 설계·감리자가 아닌 제3의 검사원이 수행하는 제도다. 1999년 8월 시공사와 감리자 간 위법사항을 눈감아주는 비리를 없애기 위해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했으나 지속적인 비리가 지적되고 투명성과 효율성 강화의 요구가 누적됨에 따라 ‘업무대행건축사제도 9대 운영 개선책’을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핵심은 업무 순번이 사전에 노출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건축사 업무 배정을 순번제에서 무작위 추첨제로 바꾼 것이다. 기존에는 업무대행건축사 명단을 10개로 정리해 매달 순번대로 지정해 사전 노출 가능성이 있었다.

아울러 시는 업무수행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건축관계자(건축주ㆍ시공자ㆍ감리자)에게 공지하기로 했다. 또 업무대행건축사가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검사원 명단과 지정내용을 서울시건축사회 홈페이지(http://www.sira.or.kr)에 공개해 투명한 업무처리를 하도록 했다. 현장조사 후에는 건축주와 감리자를 대상으로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만족도 모니터링을 실시, 우수 업무대행건축사에게는 모범검사원 표창(서울시장)이 수여된다.

또 앞선 6일에는 대한건축사협회 대강당에서 ‘제10기 업무대행건축사 발대식’이 있었다.
이날 시는 올해부터 2년 임기로 활동할 제10기 업무대행건축사 350명을 새로 선발하고, ▷서울시와 서울시건축사회간 건축물 조사·검사 및 확인업무대행 업무협약서 체결 ▷업무대행건축사 350명 청렴이행서약식 ▷윤리교육 4시간이 포함된 업무대행건축사 업무처리교육 등을 진행했다.

진희선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업무대행건축사제도는 투명한 건축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시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제도”라며, “이번에 선발된 업무대행건축사가 현업에서 공정·투명하게 검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러한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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