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 개원20주년 김흥수 원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개원20주년 김흥수 원장
  • 김덕수 기자
  • 승인 2015.03.0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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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와 건설 균형…생활형 SOC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

도시 인프라 시설물 ‘안전 대진단’ 선행돼야
해외건설,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 높여야
기술 혁신 통해 저비용 고산출 및 고품질 시설물 공급해야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주택부동산시장 역시 정부의 수많은 대책에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건설업계는 지난 시절의 병폐인 담합으로 인해 매우 어려운 지경이며 연이어 발생하는 안전사고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마저 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건설시장이 이처럼 어려운 가운데 해외건설시장은 비교적 순항하고 있지만 표면적 실적 이면의 수익성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최근 개원20주년을 맞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흥수 원장과 국내 건설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해외건설 수익성 제고방안, 건설업계 입찰담합 대책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건설산업이 전례 없이 매우 어렵다. 건설산업의 현주소는.
건설업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14년 회복 조짐을 보이던 건설 수주액도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하락하기 시작해 올 1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올해가 경기 측면에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부동산시장도 지난 연말 부동산3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형국이다. 다만 업계에서 숲을 못보고 나무만 보는 입장에서 시장에 물량이 과도하게 공급될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고 본다.
지속적인 물량 감소 외에도 기업환경의 악화가 체감경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다. 최저가낙찰제와 실적공사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나마 가까스로 수주한 사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더욱이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과거부터 해왔던 관행이 담합이라는 굴레로 다가와 입찰참가제한, 과징금, 형사처벌, 손해배상 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행히 종합심사낙찰제의 도입, 실적공사비의 현실화 등이 얘기되고 있다. 담합에 대해서도 미래지향적인 해법이 제시되어 기업환경이 좀 더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연구원도 3월 22일 개원 20주년을 맞아 ‘미래 한국건설산업의 선택! 성장을 위한 부문별 전략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건설산업의 회생과 미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근래 들어 복지와 건설이 정반대 개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복지와 건설의 균형에 대한 견해는.
지난 시절 우리나라가 성장에 주안점이 있었던 때는 SOC 투자를 통해 사회기반시설들을 확충했고 이들 시설을 통해 국민편의 증진뿐만 아니라 생산효율성을 제고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기틀을 다졌다.
그러나 그동안의 꾸준한 투자에도 우리나라의 기반시설 수준은 선진 외국에 비해 아직도 상당히 많이 뒤쳐져 있는 형편이다. 국가물류비의 GDP 비중은 약 13%로 일본, 미국의 한 자릿대 수치에 훨씬 못미치는데다 OECD, 세계은행, IMD에서 평가하는 시설별 국가경쟁력 평가도 20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실정을 도외시한 채 SOC 시설의 구축을 중지하다시피한다면 오히려 국가경쟁력의 향상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SOC 투자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기여해 국민소득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생산적 복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일자리야말로 복지의 기본임을 알 수 있다.
일자리가 있어야 생활의 기반이 마련되고 생활의 기반이 마련돼야 복지를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결국 복지와 SOC 투자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닌, 지극히 상호 보완적인 관계인 것이다.
지금은 생활형 SOC 투자를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국민복지를 증진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고부가가치 일자리창출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된다면 지속가능한 성장, 따뜻한 성장이 이뤄질 것이다.
과연 성장과 복지가 양자택일의 타협점이 전혀 없는 선택인지 오히려 의문이 생긴다. 생활형 SOC로는 주거환경 개선사업, 기후변화에 대응한 에너지자립마을, 재해에 강한 건물.교통망.통신망.상하수도망 구축 등 다양하다.

- 잇따른 입찰담합 비리로 건설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추락하고 있다. 입찰담합의 원인과 근절 대책은 무엇인가.
‘시대적 시각 차이’라는 것이 있다. 과거에는 산업의 이익을 위해서 또 근자에는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서 소위 ‘단합’을 해온 것인데 과거의 시각에서는 단합이지만 현재의 시각에서는 ‘담합’이 된 것이다. 산업 풍토와 문화, 정부 정책과 제도가 복합돼 담합이라는 그릇된 관행으로 나타난 것이다.
담합이라는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1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에 영업정지, 손해배상, 형사소송에 시달리는 건설기업들을 보면 일면 딱해 보일 지경이다. 건설산업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시대적 정황이 바뀌었으니 다소의 정상참작의 여지를 구하고 싶다. 잘못한 것도 많지만 지난 시절 경제발전 과정에서의 공로를 생각해서 처벌을 경감해주십사 하는 것이다. 지난 50년의 공로를 생각해서 빠른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아둔함을 질책하되 기업을 죽이기보다 더 잘 뛰도록 격려의 채찍질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건설입찰담합을 유발하는 입낙찰제도와 발주체계 개선을 통해 건설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담합 사전감시시스템도 그 효과가 미진해 보인다.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업계의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겠다.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배양하고 산업 내 윤리문화에 대한 재점검을 반드시 해나가야 한다. 현대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가 언급한 ‘도덕적 윤리를 지키지 않는 기업과 사회는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 최근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판교 환풍기 추락 사고, 서울 도심 씽크홀 사고에 따른 피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건설산업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안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의 안전 수준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함에 있어 건설산업이 역할은 매우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폭우, 태풍, 폭설 등의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 피해도 우려될 뿐만 아니라 70〜80년대에 집중 공급되었던 인프라 시설의 노후화가 가속화되는 등 국가 시설 안전 면에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제 우리 건설산업은 실천적 해법을 찾는데 있어 사후 조치적 시설물 관리라는 낡은 패러다임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과 유사한 수준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는 동일한 결과만이 도출될 뿐 결코 개선된 결과는 기대할 수 없다. 사전 예방적 시설물 안전 관리 체계의 구축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하고 전방위적 안전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및 도시 인프라 시설물의 안전 대진단이 선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인프라 시설물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보수 및 보강 사업이나 재난 및 재해 대비 강화 시설물에 대한 조기 투자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향후에는 인프라 시설의 안전 성능을 제고할 수 있는 설계 및 시공 기준의 정비, 유지 관리 정책 및 제도의 개선, 안전관리 조직 및 인력의 강화, 부족한 재원의 민간 자본 유치 등을 통한 지속적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 2014년 국내 건설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시 수익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해외건설은 외형적 성장 이면에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첫 번째, 수주 실적의 대부분은 중동시장과 플랜트공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한 때 아시아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인해 중동과 플랜트 비중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시장 다변화와 공종 다각화를 위한 노력의 결실이 맺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착시효과에 불과했다. 지난해의 경우 해외건설 수주액 중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7.5%에 달했다. 이처럼 일부 공종과 시장에 실적이 집중되면 집중된 실적에 따라 전체 수주 규모가 결정되는 문제는 해외건설시장으로의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해결되지 못하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들이다.
두 번째, 변동폭이 큰 유가와 불안정한 세계 경제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 부재는 수주 경쟁력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한 국내 연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하락할 경우 우리 해외건설 수주액도 연간 약 69억 달러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연구소가 전망한대로 지난해 배럴당 약 100달였던 두바이유가 올해 64달러까지 하락할 경우에는 올 해외건설 수주액이 248억 달러나 감소하게 된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 660억 달러의 약 3분의 1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우리의 해외건설 수주가 중동에 편중된 탓인 것이다. 국내 건설기업의 주력 시장인 중동 국가들에게 유가 변동은 투자 감소를 유인하고 이는 곧 국내 건설기업에게는 수주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끝으로 아주 예민한 부분인데 지난 몇 년간 몇몇 건설기업들이 해외건설시장에서 대규모 적자를 본 것이 발표되면서 무리한 저가 수주와 수익성 저하에 논란이 불거졌는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특히 원천기술 확보 없이는 수익을 낼 수가 없다. 사업 수행력에 따른 공기지연 문제도 많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국내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해외건설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하지만 근원적인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성과는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기업은 해외건설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환경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의 비중을 높여야만 한다. 정부 또한 우리 건설기업들의 해외건설 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부족한 분야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확대해나가야만 할 것이다.

- 건설산업이 최근 급속히 위축되면서 과거와 같은 고성장기는 끝나고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따라 환경 변화에 맞춘 건설산업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건설산업의 향후 변화방향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산업의 혁신의 방향에 대한 견해는.
지금은 건설산업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부응하는 건설산업의 역할과 바람직한 성장방향에 맞추어 건설사업의 발주 및 생산체계 등 정책·제도 환경, 건설기업의 사업관리시스템, 건설생산의 고부가가치 실현을 위한 기술개발 등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건설기업들의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장려하고, 기술 및 품질혁신을 유도하는 발주 및 입·낙찰, 생산체계 등 건설산업 전반의 정책·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공공 건설사업의 수요자로서 건설산업의 전반적인 혁신에 있어 적극적인 방향 제시 역할을 다해야 한다. 특히, 공공 발주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양해지는 수요에 부응하는 시설물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주기관들이 보다 역량을 갖추고, 우수한 고기능화 및 고품질의 시설물 공급을 위해 발주자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건설기업들이야말로 건설산업의 혁신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과거의 관행적인 경영활동과 사업관리활동을 적극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변화하는 건설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영업 및 마케팅활동의 혁신과 생산프로세스 및 기술 혁신을 통해 저비용 고산출 및 고품질의 시설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산업의 미래 변화에 부응하는 혁신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오는 3월 22일 개원 20주년을 맞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원이 우리나라 건설산업을 대표하는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평가받기까지 이룩한 성과와 앞으로의 운영방향에 대해서 한 말씀.
연구원이 1995년에 설립됐는데 만 3년이 지나기도 전에 IMF 외환위기가 닥쳐왔다. 국가적으로 모든 산업이 위기를 맞았고 건설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연구원은 아직 충분한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미숙하나마 열정을 담아 불황의 늪에 빠진 건설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갔다.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연구원은 건설산업의 위기 극복과 국가경제 회생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성과들을 바탕으로 역량이 쌓이면서 연구원에 대한 사회적 위상도 무척 높아졌다. 건설업계를 비롯해 정부, 학계 등 건설산업 유관 인사 여러분의 신뢰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면을 빌어서나마 감사 말씀 드린다.
앞으로 연구원은 건설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미래를 전망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20년에도 연구원은 ‘창조와 변화를 꿈꾸는 힘과 지성’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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