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협회 최초의 직선제 회장 선거에 대한 기대
건축사협회 최초의 직선제 회장 선거에 대한 기대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4.12.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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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과 신년의 길목에서] 2015년은 파벌을 잠식하고 통합하는 원년이 되기를

 
대한건축사협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내년 1월로 다가온 차기 제31대 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치뤄진다.

지금까지 대의원에 의한 간선 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해 왔지만, 회원 전체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관 개정 때마다 직접 선거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됐으나 번번히 좌절돼 왔다. 따라서 이번에 치뤄질 최초의 직선제 회장선거는 그 의의가 남다르며 과정과 결과 또한 주목할만한다.

한편, 2015년은 대한건축사협회 설립 50주년이다.
1945년에 설립된 ‘조선건축사회’를 전신으로 하는 대한건축사협회는 1965년 초대 김순하 회장을 수장으로 공식 창립한 이래 지금까지, ‘대한건축학회’ 및 ‘한국건축가협회’와 함께 건축 분야의 맏이로써 한국 건축계를 이끌어 온 3대 기둥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전통의 역사와 최근 자발적인 혁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축사협회가 맏이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몇 가지 아쉬움이 따른다.

물론 지난 반세기 한국사회는 해방-건국-내전-재건-성장을 숨 가쁘게 거쳐 왔고, 그동안 근대화-현대화-세계화를 압축적으로 이루어내야 했다. 때문에 중세 봉건사회에서부터 후기 자본주의 사회로 수 백 년에 걸쳐 이동한 서구와는 구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수성 탓에 현대적인 개념의 ‘건축사’라는 직능에 대한 이해 또한 동서(東西)가 같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였을까, ‘대한건축사협회 50돌’을 맞는 시점에 여전히 ‘건축사 그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공유해야 하는 까닭은. ‘건축사’라는 명칭이 한국사에 등장한 지도 공식적으로 50년, 그 정의 정도는 당연히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아가 책임과 역할, 쇄신과 선진화를 강조해야 하는 때에, 양적으로도 “건축사 수는 1만 명에 이르는데 일감이 없다”며 과잉 배출을 걱정하는 시점에, 건축사협회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건축사를 정의해 주기를 요청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건축계는, 건축사협회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사회의 왜곡된 건설문화를 성토해 왔다. “우리나라는 건축을 시공의 하위개념 정도로 알고 건축사를 푸대접 한다. 유럽 등 서구사회에서는 건축가가 사회적인 존경을 받으며, 건축을 건설이나 부동산 아닌 문화의 핵심으로 인식하고서 건축가는 명예로운 지위에서 역량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에 밀접한 건설 유관 분야의 많은 종사자,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건축계의 이 마땅한 ‘분기(憤氣)’를 비현실적인 ‘치기(稚氣)’로 치부했다.
한동안 기자는 “이들의 비판어린 시선은 건축에 대한 몰이해와 부동산 가치에 전도된 ‘아파트 공화국’의 병폐에서 비롯된 오해일 것이리라”는 생각으로 지켜봐 왔다. 그런데 예상 밖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선진국의 건축적 위상을 알고 있었으며, 우리 건축계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었다. (물론 건축인들이 분개할만큼 몰이해한 이들도 분명 병존한다)

그 적지 않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바로 ‘건축계 내부의 파벌’이다.
한국 건축사가 선진국의 건축사처럼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건설공화국”이기 이전에 “건축계가 학벌, 출신, 조건 등을 빌미로 분열하고 다투는 동안 건설산업의 최고 지식인 집단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지위를 스스로 상실했고, 모든 권한과 책임을 시공사에게 넘겨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건축계는 최근 이례적으로 건축서비스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이며 고군분투 하고 있다. 그러나 권리는 찾으려고 하면서 그에 따르는 ‘당연한 책임’을 당연히 지겠다고 나서는 이는 찾기 힘들다.

파벌이란 대의 없는 이기심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파벌을 잠식시키고 일시적으로 단결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이기적인 노선이라면 건축계가 그토록 원하는 지위와 명예를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문화라는 수사로 잘 포장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결국 이익집단의 노골적인 타산이고, 수사는 허울이라는 사실은 쉽게 감출 수가 없다.

대한건축사협회 50돌을 맞는 이때에 아직도 ‘건축사 그는 누구인가’를 물어야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의아하다. 건축사란 건축설계를 하는 사람, 부연하자면 국가에서 인정한 면허가 있는 자들이다. 거창할 것은 없다. 다만 건축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하며, 나아가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는 건축사 각자의 역량에 따른 일이다.

지난 50년간 건축사협회가 스스로 꿋꿋하게 성장해 왔다면, 앞으로의 50년은 건축계를 통합하기 위해 앞장서는 시간이길 바란다. 회원들의 대우와 권리를 찾는 데에만 목표를 두기보다 전체를 위해, 큰 형의 자세로, 자신부터 반성하고 개선하는 모범으로 환골탈태 해 나가기 바란다. 그리하여 건축사, 그는 누구이며 사회를 위해 어떠한 책임을 지는 전문가인지 ‘스스로 묵묵히’ 증명하는 미래의 50년이 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대한건축사협회는 신뢰받고 존경받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건축단체가 될 것이라 믿는다.

물론 건축계의 통합은 건축사협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를 위시해 계속해서 설립되고 있는 작은 헙단체와 건축계 리더들이 합심해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 산하의, 최대의 건축사 회원을 보유한 단체로서 그 솔선수범은 분명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년 1월 20일로 다가온 최초의 직선제 선거에 기대를 걸어본다. 결과보다도 과정이 투명하기를 바란다.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차장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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