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한국 건설업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 건설업
  • 양기방 편집국장
  • 승인 2014.11.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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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1개월 밖에 남기지 않은 연말, 한국 건설업계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국제 유가하락과 공정위 담합 과징금 폭탄으로 건설사 경영실적이 곤두박질쳐 업체마다 존폐가 위태롭다.
올들어 건설업체들이 원가절감과 구조조정 노력으로 지난해의 저조한 실적을 회복하는 듯 했으나, 천문학적 과징금으로 또다시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 인천도시철도, 호남고속철도 등의 담합판정으로 건설사들은 1조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물게 돼 순이익이 모두 사라졌다.
대형건설사들은 회사별로 과징금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업체들도 부지기수다.
더구나 담합으로 인한 무거운 영업정지 처분이 앞으로 남아 있어 건설업의 사활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담합사건은 향후 해외공사 수주에도 아킬레스건이 될 전망이다.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진 해외건설 수주현장에 외국업체들이 한국업체들의 담합제재를 문제삼아 태클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내년초 시공사를 선정하는 쿠웨이트의 140만 달러의 정유공장 건설공사서 발주처가 4대강사업 담합처분 내용을 상세하게 소명하라는 공문이 날아왔다. 또 원전을 시공중인 UAE서도 시공에 참여중인 국내업체에 담합에 대해 소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국내공사 담합체재가 해외에 알려지면서 경쟁국와 경쟁사의 비방 수위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올해 해외 건설수주 목표액인 700억달러 달성에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주요 대형건설사의 해외공사 수주액은 당초 목표액의 절반 정도에 머문 상태이다.
이런 추세라면 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지난해보다 크게 저조한 수주액을 보여 해외건설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설상가상 건설업계를 더 당혹하게 만드는 것은 해외현장의 대규모 적자 소식이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의 대규모 적자에 충격을 받았지만, 비교적 우량기업으로 손꼽히는 대림산업과 현대중공업의 올 3분기 대규모 영업적자는 의외였다.
대림산업과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에서 3분기에만 플랜트 공사서 각각 3천300억원과 5천900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두 회사만 아니라 사우디에 진출한 한국 건설업체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져 누적금액 2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실로 70년대 중동신화의 진원지인 사우디가 해외 실적 충격의 진원지가 됐다.
사우디에서 입은 손실은 지난해 7천억원, 올해 3분기 1조3천억원대로 추산된다.
SK건설이 2천억원대, 한화건설이 4천억원대로 거의 모든 대형 건설업체가 손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적자는 과열경쟁이 부른 저가수주 후유증과 중동 인건비 급등에 따른 것으로, 처절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최근 KDI 정대희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Zombie: 움직이는 시체) 기업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의 좀비기업이 2010년 26.3%에서 41.4%로 크게 증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건설신문 양기방 편집국장 =  kocons@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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