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 마포석유기지 국제설계경기 결과 발표, RoA의 ‘땅(石)으로부터 읽어낸 시간’ 당선
[설계공모] 마포석유기지 국제설계경기 결과 발표, RoA의 ‘땅(石)으로부터 읽어낸 시간’ 당선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4.08.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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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매봉산 암반 뚫고 석유탱크 만들던 작업로 복원

▲ 마포석유기지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
RoA 백정열 외 2인의 ‘땅(石)으로부터 읽어낸 시간’.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환경과 재생’을 주제로 한 마포 석유비축기지 국제현상에서 백정열(RoA건축)+허서구(한양대 교수)+이재삼(팀텐건축 대표) 건축가 팀의 ‘땅(石)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이 1등 안으로 선정돼 실시설계권을 획득했다.

서울시는 25일 오전 신청사 2층 브리핑 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마포석유비축기지의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을 위한 국제설계경기”  결과를 발표했다.

시는 1등 당선작을 포함한 총 12개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2등은 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김성한) + 김필수 + 성주은의 ‘Park T6’, 3등은 시스템 랩 그룹 건축사사무소(손을식)의 ‘Culture Casting Tank’.

가작은 ▷건축사사무소 커튼홀(김광수) + 국형걸 + 박미정의 ‘Floating Pergola’ ▷에이코랩 건축사사무소(송상헌) + Greg Chung Whan Park(미국) + GyoungTak Park의 ‘Disclosed Ground’ ▷경호엔지니어링 종합건축(조영수) + Maki Hotta(일본)의 ‘Tracing the Vestiges’ ▷건축사사무소 핸드(박영일) + Manuel Aires Mateus(포르투갈)의 ‘The Door’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오성제) + Pourrier Stephane(프랑스)의 ‘Five Cosmic Elements in a Park ▷노드에이건축사사무소(이종수) + Reyes Leon(스페인)의 ‘Natural Path’ ▷더 시스템 랩 건축사사무소(이충렬)의 ‘Loop Tank’ ▷이안디자인건축(장성렬) + 이주은 + 정재희 + 김승욱의 ‘Narration of the Memories’ ▷이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김택빈)+장용순의 ‘Floating Promenade’ 등 9개 작품이다. 

한편, 한양대 교수이자 원도시건축 사장인 허서구 건축가와 충북 청주시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삼 팀텐 대표는, 지난해 청주 연초제조창을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 설계경기에 공동 응모해 우승한 바 있다. 

 

당선작, RoA외 2인의 ‘땅(石)으로부터 읽어낸 시간’
과도한 설계 자제, 석유탱크와 풍경이 하나 된 유일한 작품
공간의 기억, 지형의 잠재력 최대로 끌어낸 ‘건축의 고고학’


▲ 배치도. 기존의 5개 탱크중 1,3번 탱크를 들어내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6번 탱크를 만들어 편의시설 공간을 만들었다. 남겨할 것은 있는 그대로, 새로운 것은 새롭게 만들었다.
▲ 당선작은 처음 석유저장시설을 건설하던 때로 돌아간다. 공사가 끝나기 전까지 건설노동자들은 각 탱크를 이동하며 작업하기 위해 암반을 파고 계곡과 같은 길을 만들었다. 모든 작업이 완료된 후 지금과 같이 원형 탱크와 둥근 구덩이 5개만 남고 이 작업로는 최종적으로 매립됐다. 당선작은 그 과정의 기억을 역으로 복원해 현재의 공간에 연결시켰다.

■당선작, ‘건축의 고고학’ 전개한 최고의 작품

1등 당선작 ‘땅(石)으로부터 읽어낸 시간’(Petro-Reading the story of the site)은 1970년대 매봉산 암반을 뚫고 석유탱크를 만들던 작업로를 복원하고, 5개의 탱크 중 1ㆍ3번 탱크의 철제 구조물을 걷어내 새로운 6번 탱크를 만들었다. 이들 탱크에 200석 규모의 공연장, 옥외공연장, 전시장 등과 같은 콘텐츠를 채우면서 ‘돌아온 작업로’로 연결시켜 과거와 현재의 간격을 공간적으로 재해석했다. 

▲ 1970년대 기지 건설 당시 항공사진(1977)
심사위원회는 탱크가 건설되던 당시 작업의 역순으로 돌아가 현장을 복원한다는 점에서 “공간의 기억에 주목해 ‘건축의 고고학’을 전개한 작품”이라고 정의하고, “과도한 설계를 자제하면서 이 땅이 지닌 지형의 고유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 냄으로써 탱크와 풍경이 하나가 된 유일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2등안은 ‘공원으로서 석유비축기지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비어있는 공간이 지닌 가치를 지속시키는 데에는 한계를 가졌다”고, “3등안은 절제되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그 과정에서 건축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장소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압도해 결국 비어있던 탱크가 지녔던 잠재력은 캐스팅된 공간 속에 사라지고 말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는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2박3일간 명망 있는 국내외 건축 및 조경가 5인이 참여해 진행됐다. 사전 공개된 바 있는 2013년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일본 건축가 이토 토요(Ito Toyo), 광주 비엔날레 큐레이터이자 미국 시라큐스 대학 교수인 프란시스코 사닌(Francisco Sanin), 선유도공원,  꿈마루 등 국내에서 재생을 통한 건축작업을 대표하는 조성룡 성균관대 교수,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조경진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 등이다. 심사위원장은 조성룡 교수가 맡았다.

■조성룡 심사위원장출품작 다수 주제의식 부족해

심사위원장 조성룡 교수는 “참여 건축가들이 ‘석유탱크를 포함한 기존의 상황에 얼마나 주목하며 설계를 전개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보았다”며, “▷건축적(물리적)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을 확보할 것 ▷단지 탱크를 이용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환경을 이해하고 장소를 만들어낼 것 ▷철골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탱크의 구조물이 갖는 가능성을 최대한 찾아낼 것, 마지막으로 표현에 있어서 ▷(설계한 공간의 생생한 이미지 도판 대신) 생각과 논리, 구법과 기술에 대한 내용을 충실히 담은 도면과 드로잉을 갖출 것 등, 네 가지가 이번 심사의 주요 기준이자 당선안이 지녀야할 미덕이라는 데 심사위원 모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의 상황에 주목한다는 것은 단지 현 상태를 그대로 보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재생에 대한 역동적인 사유를 건축을 통해 전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마포 석유비축기지에 흩어져 있는 탱크를 한번이라도 찾아본 건축가라면 그 공간이 선사하는 매력에 사로잡혔을 것이고 그 강렬한 이끌림 때문에 국내외 많은 건축가들이 이번 설계경기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출품된 작품 전반에 대해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접수된 작품의 수는 많았지만 ‘재생과 공원’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절제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담아낸 안은 많지 않았다. 대신 5개의 탱크에 전시시설을 설치하는 데에 집중한 설계안이 다수였다”며, “심사위원 명단이 사전에 공개됐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예상 밖”이라고 말했다. 명단이 공개된다는 것은 심사위원들의 건축철학이 심사 기준에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가장 주목받으며 진행된  두 개의 설계공모로서 ‘서소문밖 역사공원’과 이번 ‘마포 석유비축기지’ 설계공모 모두 깊이 있는 주제와 매력적인 대지조건으로 많은 건축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촉발시켰지만, 그만큼 해법을 찾기는 까다로운 프로젝트였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공모는 5월 20일부터 84일간 95개 작품이 제출됐다. 16개국 53인의 해외 건축가를 포함해 총 227명의 건축가가 참여한 것으로, 지난달 2일 실시한 현장설명회에도 220여 명이 참석해 국내외 건축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입증한바 있다.

▲ 서울시는 25일 오전 신청사 2층 브리핑 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마포 석유비축기지 국제현상설계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2017 서울 세계건축대회(UIA)에 선보일 것

시상식은 9월 16일(화) 오후 2시 태평홀에서 열리며, 입상작 전시는 9월 12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시청 1층 로비에서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당선작은 연내 기본 및 실시설계를 마치고 2016년 말 개장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2017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건축대회에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새로운 공공건축의 모델로서 전 세계 건축가들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2017 서울 세계건축대회’는 123개국, 130만명의 건축가 회원을 가진 국제건축가연맹(UIA)의 정기총회이다.

서울광장의 약 8배 이르는 10만 1천510㎡ 규모의 ‘마포 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인해 국가적 차원으로 석유비축사업이 추진돼, 서울 매봉산 자락에 콘크리트와 철제 구조물로 만든 탱크를 매설했다. 지름 15~38m, 높이 15m(5층 건물 규모)의 탱크 5개에 20여년간 131만 배럴의 석유를 저장했던 유례가 드문 산업유산이다.

2000년 용도폐기 돼 방치된 지 16년 만에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비축기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계획면적 5천400㎡, 추정 공사비 282억원, 설계비 15.9억원이다.

이번 공모는 서울시가 발표한 기본구상 중 1단계 사업으로 주차장 부지 일대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약 14만6천245㎡ 규모의 부지에 복합문화공간이 완성된다. 시는 노을ㆍ하늘공원, 월드컵경기장 등 주변의 친환경 문화자원과 함께 서북권의 환경생태 및 문화공간거점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yoje@conslove.co.kr


■1등 당선작 다이어그램

▲ 1등 당선작, ‘땅(石)으로부터 읽어낸 시간’ - 평면, 단면 다이어그램 .

▲ 1등 당선작 조경 계획안.

 

■수상작 12개 작품
  

▲ "마포석유비축기지의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을 위한 국제설계경기" 심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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