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좌담회] 도심재생에서 역사공원이란 무엇인가
[창간 좌담회] 도심재생에서 역사공원이란 무엇인가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4.07.17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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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사업 설계공모를 중심으로 - 지상좌담회

도심재생에서 역사공원이란 무엇인가, 그 의미와 비전”
 -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사업 설계공모를 중심으로 

<한국건설신문 창간 27주년기념 지상좌담회>

 

창간 27주년을 기념한 두 번째 ‘특별좌담회’의 주제로 ‘도심재생과 역사공원’으로 선정했다. 최근 공모 결과를 발표한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서소문 역사공원ㆍ순교성지 조성사업)”을 중심으로,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이자 역사현장, 관광자원  등 복합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역사공원’이란 무엇이며, 도심재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올해 초 역사공원이란 이름으로 베일을 벗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외형적으로 형태가 특별하다’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여전히 시설의 용도와 정체성, 존재의 이유가 불분명하다.
반면 서소문의 경우 규모는 DDP보다 상대적으로 작지만 명료한 테마를 가진 곳으로서, 사업 운영위원회는 설계경기를 주최하며 단순한 공모 이상,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랬다고 밝혔다. 동대문 지역의 역사와 장소성을 이해하지 못한 해외 스타건축가가 남긴 전례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선된 ‘서소문 역사공원 계획안’이 한국사회에 역사공원의 개념을 세우는 대표 사례가 되기를 바라며, 그 건축적 개념이 보존되면서도 사업이 요구하는 기능과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진행될 ▷실시설계 ▷사후설계관리 ▷시공 등에서 반영되고 드러날 것이다. 본지는 그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상호 간의 이해도를 높이고 합의점을 찾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이번 좌담을 기획했다.

앞으로 서소문 역사공원에 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지상좌담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 내용에서 정리된 “서소문 역사공원ㆍ순교성지 조성사업”의 핵심 목표와 앞으로의 과제가 향후 지속될 담론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  편집자 주


■  주  최 : 한국건설신문

■  사  회 :
◇ 전 영 훈ㆍ송 하 엽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토론자 :
◇ 김 광 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최 영 수   서울특별시 중구청 도심재생과 과장
◇ 원 종 현   서소문역사공원ㆍ순교성지조성위원회 사무국장
◇ 박 승 홍   종합건축사사무소 디자인캠프 문박디엠피 대표이사
◇ 진 양 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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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공원이란……>
“낙후된 도심을, 공원의 일상성과 역사 콘텐츠로
    … 활성화시키는 ‘문화적 도심재생’의 새 지평


▲ 서소문 관광자원화사업 대상지 전경. 지하에 쓰레기 재활용처리장, 주차장, 화훼 도매시장 등이 있다.


▶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 추진까지 3년
   서울 중구청, 천주교 서울대교구 등과 운영위원회 구성

서소문 순교성지…조선시대 실학과 천주교 탄압 역사 현장
   現 염천교ㆍ경의선 등 둘러싼 복잡한 도시구조 內 근린공원


▲ 現 서소문공원 전경. 조선시대 국가형장이었던 이 곳은
칠패시장으로 사용되다 1976년 근린공원으로 개장했다.
◇사 회 / 전영훈ㆍ송하엽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사업’(이하 서소문 역사공원)을 중심으로 ‘도심재생에서 역사공원의 의미와 비전’을 생각해보는 토론을 진행하고자 한다. 서소문 역사공은 3년전 서울대교구가 중구청에 제안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업의 전반적인 경위를 아우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최영수 서울시 중구청 도심재생과 과장=
사업의 공식적인 첫 시발점은 2011년 12월 서소문 형장의 장소적,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보는 학술심포지엄이었다. 그후 오랜 설득과 논의 끝에 2013년 10월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조로 기획재정부는 국유지 사용을 승인했으며 2014년 3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국유지의 관리 사무를 서울시 중구로 위임하고 안전행정부의 중앙투자심사도 통과하는 등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최초 학술심포지엄 추진 자체도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역사적 고증과 의미를 모색하는 학술행사를 관공서에서 주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심포지엄의 내용에 따라 서소문 사업의 추진가능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기에 어느 전문가를 초빙할 것이며, 어떠한 행사로 진행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다행히 서울대교구 원종현 신부님의 노력으로 역사분야에서 권위가 높은 서울문화사학회가 심포지엄을 주최해 서소문 밖 형장에 대해 ‘추측’이 아닌 ‘고증’으로 사업추진의 타당성을 확립했다.


▲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원종현 신부(서소문 역사공원ㆍ순교성지 조성위원회 사무국장)= 본 사업을 지자체인 서울시 중구청에 제안한 날이 2011년 7월 24일이다. 어느덧 3년이 된 셈이다. 처음 이 사업을 제안할 때는 사업대상지가 공원이니 의당 사업명을 ‘서소문 역사공원, 순교성지 조성사업’이라고 했다.

그런데 사업계획을 추스르고 사업타당성 검토에 들어가 서울시와의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니, “공원조성사업은 자치구 사업이니 서울시가 이 사업에 참여할 근거가 없고, 종무(종교업무) 사업의 성격도 없지 않으니 역시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 서울시의 이 따끔한 충고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모르겠다. 이후로 사업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면서 참으로 많은, 다양한 분들과 머리를 마주하고 고민을 거듭했다.

사업대상지가 ‘공원’이니 이 사업이 어떻게 전개될지라도 공원이라는 선입견을 벗어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천주교 제안사업이기도 하지만 사실 천주교의 입장에서 보면 엄연히 본 사업대상지는 한국 최대 순교성지인 것이고, 따라서 당연히 사업의 성격에서 종무적 성격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사업대상지가 도심지 안에 있는 일반근린공원이니 시민들의 휴게공간으로서 그 기능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등 본 사업이 사전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들은 너무 많았다.

고민 끝에 나온 발상이 ‘종교문화유산의 관광자원화’라는 것이었다. 교회사적지이나 우리네 문화유산이고, 그렇다면 이를 관광자원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접근방식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이 같은 고민의 결과는 매우 다행스럽다. 이를 토대로 일반 근린공원의 역사공원 전환이 가능해졌다. 물론 역사공원으로의 전환을 위한 역사적 고증이나 위치 비전 등 관련 심포지엄과 학술 세미나 등은 이미 사업 초기단계에서 다 마쳐진 상태였다.

그러면서도 이 단계가 본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것이었다. 아시는 것처럼 일반근린공원은 기재부가 본청이고 자산관리공사가 관리청이다. 일반재산으로 분류되고, 수익창출이 목적이다. 하지만 역사공원은 다르다. 행정재산으로 분류되고, 때문에 이 사업이 공공사업으로 진행될 수 있는 근간을 이루게 됐다.


▲ 최영수 중구청 과장
◇최영수 중구청 과장= 가장 어려웠던 난제는 토지의 무상사용과 예산의 확보였다. 지난 2년의 시간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든 과정을 겪었다. 원래 서소문공원 부지는 중구청이 소유해야 했던 것인데, 행정의 실수로 국공유지로 남게 되어 토지에 대한 사용허가를 받는 것이 큰 난제였다. 더군다나 현재 공원이외의 목적(지하 공영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유지 관리를 위임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점용료 부과를 해 이 문제로 중구는 캠코와 소송을 진행 중에 있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사업비 역시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500억이 넘는 사업비를 기초단체에서 마련할 수 없어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사업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중앙부처나 서울시의 주관부서가 정해져야 하는데,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기관에 사업계획을 설명하면 의미 있는 사업이라 동감을 표하면서도 사업 대상지가 자치구 소관의 근린공원이라는 점과, 역사성 회복 및 관광자원화 사업이라는 측면보다 종교적 측면을 부각시켜 추진방향을 오해하고 사업에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예산지원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리한 설득과 논의 속에 국회의원의 청원, 서울시의회의 특별위원회 구성 등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전통문화과와 서울시 관광정책과에서 본 사업을 함께 하게 됐다.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2013년 9월 16일로 기억한다. 본 사업을 위해 자치단체, 광역시, 그리고 중앙부처의 모든 실무자들이 함께 모였다. 사업의 취지는 공감하나 각기 다른 기능과 역할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이루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 이 시점에서 모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업명칭이 나왔다.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이 그것이었다.

‘관광자원화’이니 종교 문화 역사 공원 도시 건축 관광 등 모든 이해들이 서로 융합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리고 ‘관광자원화’는 융ㆍ복합 사업이니 자치구인 중구도, 광역시인 서울시도 그리고 정부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이를 토대로 사업은 새로운 단계로 옮아갔다. 국유지가 대부분인 사업대상지의 사용승인이 이루어지고 기재부를 통해 문화부로 관리전환(일반재산의 행정재산으로의 이관) 된 사업대상지의 서울시 중구청으로의 관리사무 위임 또한 이루어졌다. 자치구 내 관리공원이니 결국 이 모든 과정을 거쳐서 다시 중구청이 본 사업의 실행주체가 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토지의 확보가 이루어진 이후 서울시의 투융자심사와 안전행정부의 중앙심사를 필하게 됐다. 또한 작년 12월에는 본 사업에 앞서 올해 실시된 설계공모를 위한 설계비의 수시배정도 이루어졌고 지금은 2015년 정부 예산편성에 필요한 절차들을 거치고 있다.

때문에 본 사업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이해당사자들, 그리고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당선자께 지면으로 나마 우선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 사업의 다양한 배경과 이 사업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가 이 사업을 위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도 같은 이해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 김광현 운영위원장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사업 운영위원장)= 이 사업은 중구청에서 관장하고 있으나 어떻게 보면 국가적인 뒷받침을 받는 아주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땅의 고유한 성격상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곳은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이다.

이 땅은 근린공원이면서 중구청 쓰레기 재활용장이 있고 그 밖의 다른 시설이 지하에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이곳이 국사범을 처형하던 곳이고, 더욱이 천주교인들이 처형되던 곳이다. 그리고 이곳은 44명의 순교성인이 배출된 곳이다.

그렇지만 가톨릭의 순교 성지라는 의미가 가톨릭교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선 후기의 근대정신이 바로 천주교의 순교의 역사와 함께 이루어졌다는 역사인식으로 함께 해야 이 땅의 보편적인 의미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업은 가톨릭의 순교성지이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근대의 평등사상이 구현되도록 조상들이 몸소 몸부림치던 곳이었다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목표연도는 2018년이다. 그때 정말로 건축적으로도 탁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탁월한 장소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다. 중구청에는 이를 위한 운영위원회가 있다. 이 운영위원회는 이제까지 있어 왔던 방식이 아니라 건축주와 사용자 그리고 건축가, 또 건축과정 전반을 소통하게 하고 컨트롤하는 운영위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 회 / 전영훈ㆍ송하엽 교수= 최근 설계경기를 통해 기본설계안을 선정했다. 공정 심사의 모델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 어떤 기준으로 운영하고 심사했는가? 진행방식이 적합했는가? 무엇이 성과였고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는가?


▲ 박승홍 심사위원장
◇박승홍 디자인캠프 문박디엠피 대표이사(설계공모 심사위원장)= 현상설계의 취지가 잘 표현돼 있는 설계지침을 근거해 모든 참여작이 만들어졌고, 따라서 심사는 기준이 되는 지침에 철저히 근거했다.
다른 별도의 기준이 있지 않았고, 공정성을 위해 그런 기준이 있어서도 안된다. 심사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이슈는 ‘균형’이였다.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자면, ‘역사공원’과 ‘순교기념공간’ 간의 적절한 균형 있는 조합의 문제였다.

지침에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다. “모든 순교공간은 외부 방문자들과 인근의 주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가운데 성스러운 경험을 일상화시키는 기제로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역사공원과 순교기념공간은 별개의 독립된 설계대상이 아니다. 이 둘은 열림과 닫힘, ‘성’과 ‘속’, 과거와 현재라는 대립을 극복하는 가운데 유기적으로 구축되기를 희망하는 일체적 대상이며…”

참여자들에게 어려운 과제였으리라 짐작되는 점은, 역사공원은 기본적으로 조경으로 조성된 공원의 모습이고, 기념공간은 대부분 시설물 즉, 건물들이다. 건물이 조경보다 언제나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자칫하면 전체가 종교만을 위한 환경으로 보이게 된다. 
제출된 작품 중, 많은 수가 그런 이유로 필요한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보다 더 많은 작품들이 다양한 생각과 도전적인 계획을, 때로는 거칠게, 또 용기 있게 펼친 진정한 깊이가 있는 현상설계 결과였다.


▲ 진양교 CA조경 대표
◇진양교 CA조경 대표/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설계공모 심사위원)= 이번 심사에서는 기능이나 실제적 표현보다 상징과 은유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다양한 시간의 켜와 이 땅이 갖고 있는 녹록치 않은 여러 이야기들을 모두 담아내려면 밖이건 안이건 프로그램이 너무 정직하게 정의되지 않고 열려있거나 다양한 행위에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융통성의 공간이어야 하고, 성당과 공원 모두 단순하면서도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상징과 알레고리).

둘째, 가급적 공원과 성당이 한 묶음으로 읽히는 설계가 됐으면 했다. 성당은 앵커시설임에 틀림없지만 그 성당이 공원에서 자신을 주장하지 않고 우연히 만나는 지형의 일부처럼 또는, 오래 전부터 공원의 일부였던 것처럼 보였으면 했다.

그러면서도 성당과의 만남이 드라마틱하게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그런 감동이었으면 더 좋겠다 싶었다. 순교성당이라면 그 자체가 갖고 있는 함의 때문에 EMBT가 설계한 납골묘지 ‘Igualada Cemetery’처럼 성당은 지하로 들어갔어야 할지 모르는데, 이 사업의 경우 그러한  조건이 지침에 미리 주어져 있었다.

그러므로 겉에서는 보이지 않거나 주목 받지 못하지만 공원에 들어섰을 때 우연인 것처럼 만날 수 있는 성당 그러나 어느 만남보다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성당의 공간이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필수적인 조건일 수 있다(균형의 문제).

마지막으로 공원의 경계부 즉 엣지(edge)에 대한 고려이다. 아마도 이번 현상설계는 가장 복잡하고 열악한 경계에 가장 상징적인 공간을 담아야 하는, 꽤 만만찮은 숙제였을 것이다. 때문에 경계에 대한 고민이 설계 안에 얼마나 깊이 있게 반영 됐느냐도 중요한 기준으로 보았다(열린 엣지 또는 닫힌 엣지).


▲ 최영수 중구청 과장
◇최영수 중구청 과장= 사업기획 초기부터 설계공모를 염두하고 있었다. 다만, 세계적 이슈를 고려하다 보니 국제공모여야 하는지, 국내공모로 충분한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여러 전문가와 이 부분에 대해 상의한 결과, 외국인이 혼자서 참여할 경우 그들은 서소문공원에 담아내고자 하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DDP처럼 디자인에만 충실한 장소가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건축계에서 이번 설계공모를 축제의 장으로 여겨 많은 건축가들이 참여해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주길 바랬다. 즉, 한국인에 의해 한국의 정서와 역사를 담는 설계공모를 진행하고자 했다.
다만, 설계의 주체에 있어 건축이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지, 아니면 도시, 조경 등의 분야가 어떻게 협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혼선이 있었다. 조경, 도시 분야에서는 건축이 핵심 파트인 것은 인정하지만 건축 이외의 영역이 반드시 협업을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의 조경 및 도시설계 인력이 풍하지 못해 협업을 의무사항으로 설계공모 지침 담을 경우 소수의 대형 건축설계사만 응모가 가능한 문제가 있었다. 결국 많은 건축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협업을 권고사항으로 공모지침에 표기했다.


▲ 진양교 CA조경 대표
◇진양교 CA조경 대표= 심사과정은 대체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본다. 심사 첫날의 1단계에는 총 3차의 심의가 진행됐는데, 1차 탈락 작품의 선정과정을 통해 약 반 수 정도를 추려내고, 2차 선정과정을 통해 15작품을 골라내는 동안 심사위원들이 수시로 모여 토론을 진행하며 의견을 모았다.

15작품에서 본선 진출작 최종 7개를 골라내는 3차에서의 심의토론은 더 치열했다. 전반적으로 거의 모든 제출 작품들이 대상지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하고 있으며 공모가 요구했던 기본적인 설계방향을 따르고 있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많은 작품들이 대상지가 갖고 있는 복합적인 요구사항, 즉 성지이면서도 처형장으로서, 역사적 유적이기도 하고 동시에 시민들이 휴식을 원하는 평범한 공원이기도 한 여러 개념적 레이어를 동시에 적층시켜야 하는 요구사항에 대해 건축적 해결에 치우친 경향을 보인 것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적어도 외견상으로) 건축적 해결에 치우친 작품들은 따라서 일단 심의에서 제외하는데 위원들이 동의했다.

첫날의 선정방식과 둘째 날의 프레젠테이션에 의한 선정방식은 참여 설계사들에게는 어느 면에서는 쉽지 않은 일정에다가 고통이었을지 모르는데, 효과는 사실 좋았다. 특히, 당선작 같은 경우 많은 의문점이 공개발표와 질문/답변을 통해 해소됐고, 2단계 심사과정의 혜택을 톡톡히 본 경우이다.

한편, 대상지의 여건이 복잡한 탓도 있었겠지만, 작건 크건 공모지침을 조금씩이더라도 위반한 작품들이 거의 80%에 육박했던 것은 이번 현상설계의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최영수 중구청 과장=
설계공모 운영과정에서 또 하나의 고민은 현상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작품인지, 실시설계를 잘 수행할 설계자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서소문역사공원에 역사와 종교, 관광 등 여러 설계요인이 있어 상상력, 창작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에 작품을 선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래서 설계공모에 있어 제출물을 간소화 하고 모형 제출을 받지 않는 등 설계자의 부담을 최소로 해 많은 설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287개 업체가 등록을 하고 79개 작품이 접수됐다.
하지만 접수 결과, 대부분의 작품들이 서소문공원에 담고자 하는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단순히 공원의 도시적 개선방안이나 시민의 이용을 고려한 조경계획과 기념비적 건축물 설계에 집중한 설계를 제시해 이번 공모전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공모방식이나 설계경기의 진행방식에 만족하는 편이다. 아쉬운 점은 출품된 작품들의 설계지침 반영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출품작들이 장소의 역사성과 상징성에 대한 고려가 특별히 약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차제에 실시설계를 준비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완되어야 할 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 사회_전영훈 중앙대 교수
◇사 회 / 전영훈ㆍ송하엽 교수= 당선작을 포함한 7개의 입상작 등 총 15개의 전시작품이 선정됐다. 1위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목받았던 안은 무엇이고, 논쟁이 됐던 안은 무엇이었는가?


◇박승홍 심사위원장=
15개의 입상작들을 포함해서 입상작에 포함되지 못한 많은 안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가치 있고 인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굳이 거론한다면 당선작과 2등 안이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2등의 ‘공원 경계’의 처리는 어디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계획이었다. 그 ‘경계’ 자체가 순교기념공간이여서 시민들에게 영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공원 깊숙이 접근하지 않아도 쉼터가 되는 친근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원 내부의 성당 등 시설계획은 매우 사려 깊은 계획이었지만 전체가 종교적인 시설이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었다.

반면, 당선작은 우선 순교기념공간을 모두 지하에 두고 공원레벨에서는 침묵하고 있어 방문하는  일반인에게 약간은 어색하고 의아함을 느끼게 하지만 종교시설이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균형’을 잘 이룩한 안이었다. 여기서도 그 균형감이 이슈였고, 그러나 두 안 모두 장시간 토론이 불가피했던 훌륭한 계획이었다.


▲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MEMORIAL WALL’(2등)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위로는 고가가 있고 아래로는 철로가 지나가며, 네 개의 도로가 차단되어 마치 고립된 섬 같은 분위기를 주고 있는 사업대상지에 또 다른 구조물을 덧대는 것 아닌가’ 라는 의아함을 주었지만, 상상력이 재미있었다. 이 장소에는 기억할 만한 무엇이 있고, 그것을 유도해내기 위한 시도이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또 ‘44 Saints Memorial’(3등)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현 사업대상지 안에 있는 현양탑을 내부로 끌어드려 또 하나의 광장을 구성한 것이 흥미로웠다. 현 사업대상지가 종교적으로 천주교 순교성지임을 이야기 해주고 있는 유일한 상징물이 현양탑이었다. 물론 이것이 현실화 됐을 때의 느낌은 또 다른 것이겠지만 또 하나의 상상력이라고 보았다. 과거를 통해서가 아닐지라도 현재의 것을 이용해서 이 사업대상지의 장소성 가운데 하나인 ‘역사성’에 대해 고려했다고 보였다. 

끝으로 ‘서소문역사공원’(가작)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지하에 배치된 기념성당의 단면도가 설계지침이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여겼다. 이 작품의 특징은 제단을 중심으로 회중이 원형의 형태로 둘러앉는 모습으로 성당의 내부를 설계한 것이었다.

처음 설계지침 안에 이것을 요구했을 때는 일종의 ‘평등성’에 대한 고려였다. 기존의 성당들은 사제와 신자들의 배치를 위와 아래로 놓고 있다. 이를테면 수직적 구조이다. 그런데 원형의 구조는 마치 원탁회의처럼, 수평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고 여겼고, 그래서 성당이 사제중심이기 보다는 하느님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 진양교 CA조경 대표
◇진양교 CA조경 대표= 최종 7개 작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가시’(3등), ‘홍예’(가작), 그리고 당선작(EN-CITY_ENGRAVING the PARK) 세 작품이었다.

이중 ‘홍예’는 뛰어난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현실성이란 벽에 부딪혀 좌절한 경우의 매우 안타까웠던 작품이었다. 지금도 창의성으로만 본다면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다는 데에, 개인적 생각이지만 나는 이의가 없다. ‘홍예’란 아이디어에 피해를 받는 현실의 실제적 문제에 대한 반론이 적지 않았고 결국 그 때문에 2단계의 1차, 즉 네 작품에 뽑히는데 실패했다.

다음으로, 나는 ‘가시’가 공모지침과 설계공모의 철학적 배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상징과 은유가 가장 미니멀하면서도 또 가장 강하게 주장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보았다.
특히, 썬큰(sunken) 중앙광장 상단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물은 그게 가시면류관이건 아니면 그냥 가시이건 아니면 정말 그냥 의미 없는 구조물이건 간에 그 자체로 성지를 ‘알레고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경우, 밖에서는 성당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외관상 평범한 공원이지만 성당은 공원 내에서 가시구조물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은유될 뿐이다. 가까이에서 ‘가시’의 구조물을 만난 사람들이 받는 시각적 강렬함은 공원에 들어올 때의 평안함과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충격과 감동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①단순하지만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②공원에 흡수된 보이지 않는 성당이어야 하며, ③공원의 엣지(edge)가 열려 있어야 한다는 세 가지의 조건을 가장 잘 설계개념 안에 녹이고 있는 작품이 ‘가시’라고 보았다.

하지만, ‘가시’ 구조물이 오히려 은유보다는 예수의 가시면류관을 의식한 지나친 직설적 표현일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 내부와의 동선연결에 대한 소극성 때문에 2단계의 2차, 즉 최종 두 작품을 뽑는데 선택되지 못했다.


▲ 최영수 중구청 과장
◇최영수 중구청 과장= 발주처인 중구는 역사공원과 순교성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설계에 담아 조성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래서 설계지침을 만드는 데에만 관여를 했고 심사과정에는 일체 개입하지 않아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발주처의 입장에서 작품들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100% 맘에 드는 작품은 없었다. 다만,  ‘특이하다’, ‘이렇게 조성되면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은 다수 있었으나, 발주처의 입장에서 어떤 작품이 맘에 들었는지는 밝히기가 곤란하다.


◇김광현 운영위원장=
심사위원회가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 판단해 선정해 주셨으므로 수상작에 대한 소감은 따로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하는데) 300개 팀에 육박하는 많은 분이 응모신청을 하셨고 또 79개라는 작품이 제출됐다. 역사적 의미도 있으므로 모두 잘 기록해야겠다.

그리고 가장 공정하고 가장 올바르게 현상설계가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또 처음으로 공개심사회를 가진 것도 훗날 기록되지 않을까 한다. 모든 것이 많은 분들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 덕분이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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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공원이란……>


 <역사공원이란……>
“오래된 장소에 묻혀 있던   ‘역사적 반성’ 이
   … 현존하는  도시민의 삶 안에 부활하는 공원”



당선안…지속적 탐구와 능동적 공감으로 계획안 발전시켜야
   ‘조경과 건축’,  ‘역사공원과 순교기념공간’  간 적절한 균형  중요

운영위… ’18년 ‘서소문 역사공원ㆍ순교성지’ 성공 개관 목표로
   국ㆍ내외 순교유물 집대성,  매년 전시회 열어 콘텐츠 구축할 것!

 

▲ 사회_송하엽 중앙대 교수
◇사 회 / 전영훈ㆍ송하엽 교수= 당선작이 공모지침을 잘 해결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점도 있을 것이다. 발주처 및 종교, 건축, 조경, 문화관광이라는 입장에서 각각의 평가가 다를 것 같은데, 당선안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한 의견과 바라는 점을 듣고 싶다.


◇최영수 중구청 과장=
일반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당선작은 간결하지만 이해가 어려운 설계(구조)이다. 건축에 대한 전문적 소양이 작가의 의도에 미치지 못해 내부적 공간을 이해하는데 난해했다. 심사결과 발표 후 당선자와 미팅을 통해 작품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예시적 동영상을 보고서 눈에 보이지 않았던 설계의도와 고민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향후 전시회 등 일반인에게 당선작품과 실시설계 내용을 공개할 때는 보다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설계안은 당선작의 디자인적 개념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박승홍 심사위원장
◇박승홍 심사위원장= 지침에 “순교공간은 외부 방문자들과 인근의 주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가운데 성스러운 경험을 일상화시키는 기제로서 작동할 수 있을…”이라고 언급했듯이, 당선안에게 영적이고 신비로운, 지하화 된 기념공간을 일반인들이 통제받지 않고 경험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자유 동선을 계획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가톨릭 신자에게 이곳은 이미 성지이다. 아무런 시설 없이도, 이 장소가 순교지라고 인식만 해도 종교인에게는 성지가 된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자의에 의한 영적인 경험을 할 기회를 줄 수 없다면 궁극적으로 공원과 순교기념공간은 완전히 별개가 된다.

지침에서 희망한 “역사공원과 순교기념공간은 별개의 독립된 설계대상이 아니다. 이 둘은 열림과 닫힘, ‘성’과 ‘속’, 과거와 현재라는 대립을 극복하는 가운데 유기적으로 구축되기를 희망하는 일체적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 김광현 운영위원장
◇김광현 운영위원장= (마치 심사위원처럼 말할 수는 없겠지만) 당선작은 보기에 지표면을 단순하게 사용했고 지하의 공간도 뭐랄까…분절성이 있다. 명확한 공간성이 있다는 것이 강점일 것이다. 공간적 체험에 대한 콘셉트가 뚜렷하다. 억제되고, 주변의 맥락(context)에 그렇게 과장하지 않고 조용히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겠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건축적’으로 바라보았을 때다. 우선 공원의 개념이 과장됨이 없이 간결한 것이 특징이지만, 공원으로서는 아직 조금 무미건조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용자에 대한 콘셉트가 표현되어 있지 않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찾아와서 어떤 행동을 하다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이 공원을 매일 이용할까 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전체적으로는 잘 들여다보았지만, 공원으로서는 너무 건축적이고 건축적 해결이 그대로 공원으로 투사된 것 같이 보인다. 감정을 실어 표현하자면 공원 자체로는 아직은 이렇다할 매력이 없다고 말해도 될까.

사람들이 매일의 일상에서 지하에 있는 기념성당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그저 편안한 공원이 되도록 하려면 공원 부분을 너무 건축적으로 힘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이 당선안과는 다른 정밀한 조경계획이 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경의선 부근도 무언가 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경의선 철로 풍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포지셔닝’이 없다.


▲ 진양교 CA조경 대표
◇진양교 CA조경 대표= 당선작은 앞서 ‘가시’에서 얘기한 세 가지의 조건을 동일하게 갖추고 있으며, 기존의 지하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대상지의 조건과 공사비의 한계에 가장 잘 부합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동시에 지하 공간의 쓰임새가 탁월하다. ‘침묵광장’을 비롯한 지하공간의 쓰임새가 가장 잘 풀려 있으며, 특히 ‘침묵광장’은 행사 때와 평상 시의 시차를 절묘하게 해결하면서도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상부 공원 쓰임새는 분절되고 나누어졌지만 그래도 종교시설 같지 않은 구조물의 벽체 사이에서 다감하고 친근한 공원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어렵지 않게 열려있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밖(길)에서 성당임을 알려주는 구조물(건축물)이 적지는 않지만 이들이 모두 평이하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구조물들은 앞으로 보다 친근하고 위압적이지 않은 스케일로 다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당선작의 보완점으로는, 얼핏 분절돼 보이는 외부공간이 공원으로서의 기능에 부합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외부공간의 설계가 요구된다는 것이고, 밖으로 돌출되어있는 건축 벽체구조물의 두께, 크기, 스케일 등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성지뿐 아니라 조선시대 처형장의 역사사적지로서 특히, ‘최초의 현대공원’이었다는 근대사적 유산의 가치를 갖고 있는 공간으로서 주변 고밀도 도시공간의 이용자를 위한 휴식과 쉼의 근린공원으로서, 복합적 가치를 외부의 공원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용도를 외부에 돌출된 구조체들이 방해하지 않도록 또는 오히려 공원의 다양한 용도를 수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최영수 중구청 과장
◇최영수 중구청 과장= 당선작에는 역사공원으로서 조선후기의 역사를 담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혼란의 시대, 조선시대 공식 처형지, 교과서에 나타나지 않는 역사적 사건들의 인과관계 등을 담는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

역사유적지로서 서소문에 담긴 배경을 보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조선 사회는 기존 체제의 불합리함을 서서히 인식해 이를 바꾸려는 변화가 내부적으로 발현했다. 실학으로 대표되는 사상의 변화와 양반의 몰락, 상업의 발달이 그러한 사실의 근거이다. 그러나 당시 위정자는 이러한 변화를 탄압했고 그 일환으로 천주교 박해가 있는 것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등 조선 후기의 기록을 보면 양민의 생활은 참담했고, 집권자들은 백성의 고난을 외면한 채 당파 싸움에 몰두했다. 이런 중에 일부 학자들이 선구적인 외국의 문물을 접하고 이를 스스로 발전시켜 나간 것이 실학이고, 외국 문물 안에 천주교의 교리를 담은 천주학이 학문으로 전래되어 관심을 받았다.

봉건적 조선 사회와는 달리 ‘평등’과 ‘자유’사상이 담긴 천주학은 백성의 고통을 안타까워하던 실학자에 의해 부녀자 층과 양인, 천민 계층으로 전파되어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런 과정 속에서 조선 사회는 평등과 합리의 사상, 자본주의 경제, 민주주의 정치가 구현되는 근대적 사회로 서서히 변화되는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정조 사후 19세기에 붕당정치는 당쟁으로 변질되어 변화를 선도하는 실학자를 숙청하고자 했다. 정조 시대에 중용되던 실학파는 정조 사후에 당파싸움의 제물이 됐고, 실학자와 반대 당파를 모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구실이 봉건적 조선 사회의 개혁을 염원하는 천주교였던 것이다.

많은 실학자들이 천주학과 관계가 있었으므로 천주교 박해를 이용해 반대 세력을 제거하며 세도정치를 이루는 등 집권을 더욱 공고히 했다. 내부적으로 발현한 근대적 변화의 싹을 우리 스스로 제거한 잘못은 개혁사상을 말살하고 쇄국정책을 고수하는 결과를 초래해 19세기 말 국력이 약화되어 일본의 침탈과 지배에 항거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리는 원인이 됐던 것이다.

이러한 선비들의 숭고함과 고통…그들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현대의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새롭게 싹틀 희망을 서소문 역사공원에 담고 싶다. 비록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역사유적지이지만 그 형태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갖춘 공원으로 조성됐으면 한다.

 

▲ 사 회_전영훈 중앙대 교수
◇사 회 / 전영훈ㆍ송하엽 교수= 이 사업은 서소문이 근린공원에서 역사공원으로 도시계획시설이 변경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예를 들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초기 명칭은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사업’이었다. 그러나 녹지와 조경으로 구성된 공원과는 다르게 건축물로서 인식되는 측면이 크다. 그렇다면 역사공원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이 되어야 하겠는가?


◇최영수 중구청 과장=
지난 2월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이 결정되면서 서소문공원은 근린공원에서 역사공원으로 바뀌었다. 두 가지 모두 도시공원의 한 종류이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시설율 제한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도시관리계획 변경 과정에서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의 논란이 있었던 부분이다. 그러나 시설율 제한을 피하기 위해 공원의 종류를 변경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굳이 역사공원으로 변경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역사공원이나 근린공원이나 일반 시민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본 사업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시설이 역사공원에서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2013년 3월에 개정된 「서울특별시 도시공원 조례」에서는 제5조 공원 및 공원시설의 설치와 관련해 제4항을 신설했다.
그 내용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9조제1항제6호의 역사공원에 설치할 수 있는 공원시설 중 조례로 정하는 역사관련시설은 “1. 향교, 서원 등 역사성을 보유한 현존하는 시설, 2. 자료관, 기념관 등 역사 보존·관리에 필요한 시설, 3. 전통문화체험관 등 역사,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및 체험, 교육활동에 필요한 시설, 4. 역사공원 내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전통사찰” 이다. 즉, 본 사업으로 추진하는 역사전시관과 관련 시설 건립은 역사공원에서만 가능하므로 서소문공원을 근린공원으로 유지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다.


▲ 진양교 CA조경 대표
◇진양교 CA조경 대표= 근린공원에서 역사공원으로 도시계획시설 변경이 이루어진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조경하는 사람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규정 중 하나는 공원의 ‘시설율’ 규정이다. 근린공원의 경우 도시공원법은 시설율을 50%이내 로 한정하고 있는데, 다소 구시대적인 필요 없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녹지와 시설면적의 구분은 어디까지나 설계에 의해 결정될 일이고 그래야 합리적이다. 그런 면에서 시설율 규정을 받지 않는 역사공원으로의 변경은 좋은 설계안을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공원과 건축의 문제는 갈등을 일으켜서도 안 되고 일으킬 수도 없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일종의 단어의 선택 문제에 있다고 보인다. 예를 들어, DDP의 경우, 말이 공원이지 사실상 건축물이 주가 되고, 건축물의 외부공간에 사적지의 공간이 부수적으로 있음을 건축과 조경 양자가 인정해야 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앞서도 얘기한 바 있지만 성당이 가장 중요한 앵커시설이지만 그 앵커시설이 대상지 전체의 주인이어서는 안 되고 성당이 부수적인 시설로 ‘보여야’ 하는 곳인 것이다.

공원은 그 전에 쓰여 왔던 것처럼 주변의 상업 업무 주거지역의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사용하던 근린공원으로서의 기능을 당연히 수용해야 하고, 그래서 공원의 프로그램이 사적이나 성지로서 국한되지 않도록 열려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공원으로 지정된다’의 의미는, 성지 또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공원의 본래 기능인 휴식과 쉼의 근린 기능을 유지한다는 의미이지 현충원처럼 또는 종묘처럼 문화재의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 최영수 중구청 과장
◇최영수 중구청 과장= 역사공원에 대해 부연하자면, 세계적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도심에 건립됐다가 그 기능을 잃어서 방치된 산업유산을 재활용하는 다양한 시도와 모범적 사례들이 있다. 가깝게는 선유도 공원이 과거 정수장 시설을 일부 존치하며 조성되어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서소문공원도 지하에 큰 구조물이 있다. 산업유산으로 부르기에는 조성 시기가 멀지 않지만 조선 시대부터 역사적 사건이 있었고,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서민의 삶이 녹아든 장소이다.

이런 곳이 도심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어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며 새로운 기능으로 탈바꿈하도록 하는 측면에서 서소문역사공원 조성사업을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도심에는 근대화 시기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라져 역사적 장소였다는 작은 표지석만 남아 있다.

서소문 밖 네거리 형장은 천주교 순교성지라는 명칭으로 그 장소의 역사적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왜 이곳이 순교성지가 될 수밖에 없었고 천주교를 박해했던 역사적 배경과 시대상은 무엇이었는지 알리는 시도조차 없었다. 이런 이유로 서소문공원이 근린공원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 것이며, 본 사업이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사업’인 것이다.

 

◇사 회 / 전영훈ㆍ송하엽 교수= 한국 천주교 103위 순교성인 중 44위가 서소문 형장에서 순교했다. 그러나 서소문 성지는 절두산처럼 개발 이전에 자리 잡지 못하고 현재와 같은 난맥락 안에서 그 의미를 살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점에 비추어 서소문 공원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진정한 역사 체험이 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개인적으로 하는 표현임을 전제하고) 종교에서 사용하는 순교라는 말을 이렇게 설명 드리고 싶다. ‘순교(殉敎)는 시대적 불행’이다.

그리스도 신앙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8세기말이다. 그 시대 조선 정부는 유교 사상을 국시로 하고 있었다. 孝와 忠을 지상의 가치로 한 국가질서였다.
그리스도 신앙은 하느님을 중심으로 한 질서를 가르쳤다. 효와 충도 중요하지만 이차적이었다. 이런 이념적 이질감에다 사분오열 되어 서로 다투던 그 시대 당파싸움이 가세해 조선조정은 그리스도 신앙을 사악한 종교로 낙인찍었다. 그래서 순교한 이들의 수가 2만 명에 육박한다. 

순교까지는 하지 않아도 순교자의 가족이기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했던 생명들까지를 생각하면 참 많은 분들이 희생당했다. 당시 한양의 인구가 10만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보면, 전국적이기는 하지만 2만명에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도 어이없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박해의 상황이 100년이 넘도록 지속된다. 

한국천주교회사를 담론으로 하고 있지 않으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약할까 한다. 분명한 것은 당시 이분들의 자기희생이 있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살아가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소중한 정신적 가치가 주어졌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 최영수 중구청 과장
◇최영수 중구청 과장= 서소문공원을 통해 알리고자 하는 역사는 ‘반성’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본 사업에서 초점을 맞추고자 한 역사는 조선 후기에 봉건적 사회구조와 사상을 근대적으로 변혁하고자 했던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무산된 안타까움이다. 서소문공원에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시민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가 풍부하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백서’ 사건으로 유명한 황사영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서소문 밖 네거리 형장에서 처형됐으며, 당쟁의 주동이었던 벽파는 황사영이 정약용 형제들의 조카사위라는 것을 이용해 정약용과 정약전을 유배 보내고 정약종을 서소문밖 형장에서 처형했다.

그러나 정약용은 유배지 강진에서 ‘목민심서’ 등의 역작을 저술했고,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백과인 ‘자산어보’를 집필했다. 또한, 장약용과 정약전 형제는 유배지에서 서로의 안부와 그리움을 전하는 많은 서신을 교환해 이와 관련한 다양한 스토리 전개가 가능하다.

또한, 부인과 자녀들 모두 일가족이 천주교 박해의 칼날 아래 처형당한 정약종 일가를 비롯해 박해 속에서도 배교를 거부한 순교자들이 지키고자 했던 정신적 숭고함은 비단 종교적 신념이라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물질만능 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다. 이런 역사적 사건과 스토리, 정신은 딱딱한 교과서 속에서 억지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체험해야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서소문 역사공원에는 앞서 기술한 역사적 사건들과 그것들의 가치를 전시해 방문객이 체험하고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반성 의식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소문 역사공원 주변에는 서울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농업박물관 등 박물관이 많이 있어 시민들과 외국관광객이 다양한 체험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가 될 것이다.


▲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오는 8월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에서 ‘서소문ㆍ동소문 별곡’ 기획전(8.7~10.31)이 개막한다. 한국 최대의 순교유물 대전이 될 것이다. 로마 바티칸 교황청 민속박물관과 인류복음화성 문서고,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한국천주교회사연구소, 가톨릭대학교 신학교, 온양박물관 등 국내외 순교유물 관련 모든 기관들의 콘텐츠들이 이 전시에 집대성 되는 것이다.

이 전시를 위해 서울시의회가 지난해 시비 지원을 결정해주었다. 1년 동안 준비한 결과가 이번에 소개되면 내년에는 교황 방한 1주년을 기념해 교황청 민속박물관에서 ‘서소문ㆍ동소문 별곡’을 교환 전시할 것이다.
이는 서소문 역사공원 내 박물관의 전시 내용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순교 유물을 파악하고 확보하는 방법으로서 건립이 완료될 때까지 매년 전시회를 개최함으로써 서소문 역사박물관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갖춰 나가게 된다. 당선작은 서소문의 이러한 장소성과 역사성을 통해서 충분한 교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사회_송하엽 중앙대 교수
◇사 회 / 전영훈ㆍ송하엽 교수= 기본계획과 지침에도 명시됐듯이 순교기념 성당과 박물관(유물전시관)이 들어간다. 따라서 가톨릭 전례의식 등 종교적으로 전문적인 내용들이 반영돼야 하는데, 당선작에서 보완돼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는가? 현재의 건축 개념을 살리면서 동시에 순교성지로서 제 기능을 하게 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가?


◇박승홍 심사위원장=
‘누구를 위한 것이냐?’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종교인을 위한 것이냐 또는 일반인을 위한 것이냐 라는 것이다. 종교인에게는 여기는 이미 성지이다. 그리고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순교자 이외에 수많은 죄인의 형장이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영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며, 그래서 희망하는 것은 순교기념공간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다. 작은 성당 하나만 있어도 ‘메모리얼’ 으로서 그 의미와 장소성은 충분하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800석의 성당을 경험하는 것보다 작은 교회에서 영적인 감동이 더 있지 않을까’ 에서이다.


▲ 김광현 운영위원장
◇김광현 운영위원장= 당선작의 기념성당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고 무겁다. 건축공간(建築空間)과 전례공간(典禮空間)은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문제는 이 두 가지가 아주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건축가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당선안은 이 두 가지가 일치하지 않고 있다. 기념성당의 확실한 분위기가 딱 잡히지 않는다. 그저 무겁고 어둡다.

하지만 기념성당이란 침착하면서도 내부공간의 어떤 클라이맥스에서는 밝고 기뻐야 한다. “순교자들의 죽음은 외롭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들은 기쁨에 가득 찼으며, 그 기쁨으로 천국에 계시고 우리에게 기쁜 희망을 던져 준다”는 메시지를 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성지를 설계하고 건립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그대로 지어진다고 가정하고 이를 심하게 표현해보면, 아마도 이곳을 찾아오는 순례자들은 기겁할지도 모른다. 이 성당은 땅 속에 있는 카타콤(지하무덤)이 아니다. 희망을 공간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천주교 전례에도 잘 맞지 않는다.

건축가들이 우를 범하기 쉬운 생각이 있다. 건축가는 ‘코스모폴리탄’ 적인 발상으로 때로는 이런 공간을 범종교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큰일이다. 재료, 예술품, 의자, 문의 형상 등이 ‘가톨릭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톨릭적’이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건축가는 무언가의 생각을 교회와 공유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또 침묵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건물의 형태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극단적으로 ‘미니멀’하게 다루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근대나 현대건축의 조형은 사실 가톨릭적인 지향과 반대에 서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점을 건축가들은 숙고하셔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당선안은 건축공간을 전례공간으로 바꾸는 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탐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전국 각지에서 모인 2천여명이 기념성당과 광장에 들어가려면 ‘쑥 들어왔다 쑥 나가야’ 하는데, 현재 당선안은 일렬로 서서 돌고 돌아 성당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폭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길고 긴 길에서 아무리 좋은 건축적 메타포를 마련한다고 해도, 이것을 이해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사전에 설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건축가가 건축으로 건축성을 표현하려고 하기보다는, 그저 성당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온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을 빨리 받아들이는 계획으로 공간 설정을 달리 해석하면 좋을 것이다. 이 성지는 이런 것들이 높은 수준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이 장소를 ‘잊혀진 장소’에서 다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정신적인 지표’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이 사업의 배경과 역사성과 상징성이 담고 있는 교회적 내용을 당선작이 능동적으로 수용해주길 바란다. 건축주와 설계자의 관계에서 각자의 관점을 주장하는 협의과정이 아니라 당선작도 함께 고뇌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3년간 서울대교구와 중구청,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모두 열성적으로 임하면서 얼마나 보람을 느끼는지 모른다. 서로 공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다른 사업과 다른 점이다. 이 장소에서 이뤄질 향후 모든 사업의 결과가 우리 시민사회에 가져다 줄 소중한 결실들에 대한 보람을 앞당겨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서소문 순교성지 역사공원 조성사업은 단순한 건축물이나 잘 조성된 공원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 순교자들의 삶과 순교를 통해서 현재 우리가 누리고 살아가는 정신사적 가치를 교회사적인 맥락과 함께 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소문 조성사업으로 말미암아 이 시대를 공유할 수 있는 멋진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당선자들이 그 전문성 안에서 공감해주길 바라며,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 사회_전영훈 중앙대 교수
◇사 회 / 전영훈ㆍ송하엽 교수= 성공적인 완성을 위해 필요한 적정 예산(공사비 및 설계비)에 관한 질문이다. 이번 설계비가 낮다고 지적하고 이들이 있다. 약 460억원 공사비의 5% 요율로만 산정해도 설계비가 21~23억원은 되어야 한다는 의견, 그리고 기본계획부터 공사비 산정이 적정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최영수 중구청 과장=
설계비 책정은 참으로 안타깝고 어려운 부분이다. 기념비적인 공간을 설계하고 건립함에 있어 일반적인 건축물의 단가를 적용해 비용을 산출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공적 예산을 투입함에 있어 일반적인 공사는 단위 면적당 얼마의 비용으로 가능했는데, 왜 서소문 사업은 유달리 2~3배의 비용을 요구하느냐는 질문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더군다나 예산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심사하는 투자심사에서는 공인된 단가를 적용하지 않을 수 없다.

설계비도 비슷한 사연이다. 당초 기본구상을 수립하며 예상 비용을 추정할 때 조경, 토목 등의 공사는 부수적인 공사로 취급하고 지하 공간에 대한 건축공사에만 초점을 두고 산출된 문제가 있다. 아직도 본 사업의 조경공사 부분은 공원조성을 위한 비용이므로 총사업비에서 제외하고 공원 관리자인 중구가 자체 비용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박승홍 심사위원장
◇박승홍 심사위원장= 시설 규모의 축소를 제안하고 싶다. 여전히 충분치 않은 예산에 도움이 되고, 그리되면 설계비도 적정선에 맞추어질 것이고, 내용의 충실함과 시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진정한 순교기념공원, 역사공원, 즉 하나의 메모리얼로서 더욱 간결하고 영적이고 긴장된, 꼭 필요한 것만 있는 ‘성’과 ‘속’이 일체가 된 명소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에서이다.


◇진양교 CA조경 대표=
설계비가 다소 부족하다는 데에 동의한다. 설계 물량이나 앞으로의 험난한 설계과정으로 볼 때 아마도 건축ㆍ조경ㆍ기타 합쳐서 20억원을 상회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에 동의한다.

◇김광현 운영위원장= 계약은 계약이니 설계비가 책정되어 있는 것을 어떻게 바꾸는 것은 지금 당장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이전 연구에서 책정된 설계비를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한다.

그러나 좋은 건축은 좋은 설계 조건에서 나오는 것이다. 좋은 설계조건은 첫째가 설계비이고 그 다음이 설계기간이다. 이 두 가지를 만족하도록 나름대로 노력해 보겠다. 최고 설계비를 얻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니 23억이라는 말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이제는 의미가 없지만 현재 조건에서 조금이라도 설계비를 보완할 방안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해야겠다.

 

▲ 사회_송하엽 중앙대 교수
◇사 회 / 전영훈ㆍ송하엽 교수= 서울대교구는 이 사업을 성지개발이자 명동성당에서 절두산을 잇는 순례길의 하나로서, 중구청은 관광자원화 및 역사공원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동일한 콘텐츠인 것 같지만 아니기도 하다. 앞으로 이 사업에 투입될 실무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고 이 공간을 사용할 대중에게 기획의도를 성공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양자간 입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합의가 공론화 되어야 할 것 같다.


◇진양교 CA조경 대표=
중구청은 서울대교구의 요구사항에 최대한 균형적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온 것으로 보이고 그 점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설계지침이나 공모과정, 그리고 심의과정 전체를 돌이켜볼 때 사적지로서, 성지로서, 공원으로서의 복합적 기능을 균형 있게 수용하자는 각계의 의견을 중구청이 잘 수렴했다고 본다.

특히, 중구청의 위탁을 받아 공모를 진행해온 PA팀의 입장과 그들이 진행시킨 일련의 공모과정을 볼 때 그 점은 분명하다고 본다. 앞으로 많은 과정이 남아 있겠지만 지금대로라면 ‘균형의 시각’은 유지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박승홍 심사위원장=
서울대교구의 비전이 지나치지 않은 가운데, 그 비전이 강하고 충실히 이행되면 될수록 중구청의 관광자원화 사업이 성공한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다. 그래야 관광자원이 든든하게 생기는 것이고 성지의 성격이 약할수록 관광객이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 최영수 중구청 과장
◇최영수 중구청 과장= 물론 예산확보를 위한 투자심사와 국유지 사용승인 신청 등 사업기반을 추진하며 일관되게 설득한 내용은 종교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서소문공원은 조선시대 서민들의 가장 활발한 교류와 문화가 스며든 장소이며, 그러한 장소성, 조선 후기에 역사적 사건들이 벌어진 장소이기에 역사관광적으로 이용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설득했다.

이러한 취지는 설계경기 지침에도 분명히 명시를 했으며 이미 심사기준에 반영됐다. 또한 종교적 부분에 대해서도 설계경기에 명기했고, 다행히 이런 부분이 설계안에 잘 담겼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 추진할 실시설계에도 기본 개념은 연속성을 가지고 반영될 것이다.

그렇지만 종교와 관련한 전문적인 부분에서 미비한 사항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같은 기독교라 하더라도 천주교과 개신교 간에 공간 활용이나 전례 부분은 큰 차이가 있으므로, 종교적 공간에 대해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서울시 중구와 서울대교구는 이미 종교적 시설물의 건립과 기념관의 전시계획 등에 대해서 상호 충분한 교류와 이해를 바탕으로 역할을 분담하기로 약속했다. 앞으로 세부적 사항에 대해서는 실시설계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조율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 회 / 전영훈ㆍ송하엽 교수= 지금까지 서소문 공원을 중심으로 역사공원의 정의와 가능성, 특히 이번 사업 대상지의 특수성에 비추어 순교기념관으로서의 요건과 앞으로의 과제 등을 들어보았다. 긴급히 마련된 토론임에도 적극적으로 성심껏 참여해주신 토론자들께 다시한번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마지막으로 관련기관과 참여자에게 요청 또는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 박승홍 심사위원장
◇박승홍 심사위원장= 이 공원의 위치는 주변상황으로 인해 정말 어려운 환경이고 오랜 시간 도시계획을 통해 개선해 갈 수 밖에 없다. 순교기념과 역사공원으로서 그 성격은 시민들이 의도해서 찾을 명소의 기본조건은 갖추었다.
여기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의 유지관리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시설을 마련하는 데는 정성을 드리지만 이후 유지관리에 대한 인식이 항시 부족하다. 시민들이 애용하는 근린공원으로서 위치, 특성, 안전, 청결함 등등 언제나 안전하고 청결한 장소가 될 때 시민들이 사랑하는 공원이 될 것이다.


▲ 진양교 CA조경 대표
◇진양교 CA조경 대표=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는 밖에서 볼 때 공원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건축의 안과 밖이 누가 더 주인임을 주장하지 않고 어울려 한다는 것이다.
조경가는 건축물 설계를 하지는 못하지만 건축을 보는 안목이 있음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 그 눈은 건축가가 보지 못하는 그러나 의외로 독특하고 참신한 관점의 시야를 갖고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조경가의 의견을 헤아리고 폭 넓은 아량으로 수용할 수 있는 건축가는 꽤 든든한 파트너를 옆에 두고 있는 셈이다.
끝으로 다시 말하지만, 당선된 건축가와 공원의 외부공간을 책임지는 조경가가 멋진 화합과 조화의 시간을 견뎌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김광현 운영위원장
◇김광현 운영위원장= 이 사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이 건축주로부터의 여러 요구조건을 건축가가 어떻게 머리와 마음으로 함께 받아들이고 이를 건축으로 번안하는가에 달려 있다.
흔히 건축가는 건축주의 요구를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경우는 다르다. 건축가가 귀를 열고 잘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안을 냈으니 그 안으로 그냥 가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당선된 건축가가 얼마든지 이러한 것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들이라고 믿고 있다.


▲ 최영수 중구청 과장
◇최영수 중구청 과장= 본 사업은 역사를 전시하고 체험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라는 것이 우리가 교과서에서만 보고 배운 것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다양한 원인이 작용해 여러 결과를 낳았다.
그 중 하나가 천주교 박해고, 순교자이고, 한국 천주교가 되는 것이다.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면 조선 후기 속에 서소문공원을 빼놓을 수 없고, 그 시대의 역사와 천주교를 분리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원과 기념관을 엄격히 분리할 수 없고 그러한 공간으로 난도질해서도 안 될 것이다.


▲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원종현 사무국장 신부= 과연 건축이라는 행위 안에 어떻게 이 같은 역사의 자기반성을 담아낼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어느 한 종파의 자기이해를 떠나서라도, ‘종교는 인간 삶의 근본이 되는 가르침’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이 같은 철학을 시대를 초월해 얼마나 공유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작업에 참여해 오고 계신 분들과 함께 논의를 거듭해오면서 믿음도 희망도 생겼다.
사람이 희망이라는 말처럼, 우리에게는 보편적인 인류애라는 것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마다 그것을 소망하며 함께 일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좋은 결과물이 나와서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특별한 장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행ㆍ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yo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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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설계공모 입상작
/ 2014.6.27 공개심사 및 발표

▲ [당선] EN-CITY_ENGRAVING the PARK /인터커드(윤승현)ㆍ보이드(이규상)ㆍ레스건축(우준승).

▲ [2등] MEMORIAL WALL /이소우건축(김현수)ㆍ피터 페레토(서울대 교수).

▲ [3등] 가시(加時) /엔이이디(김상목 김성우)ㆍ건축농장(최장원).

▲ [3등] 44 SAINT MEMORIAL /코마건축(오종상)ㆍ이은석(경희대 교수).

▲ [가작] 홍예_빛의 숲 /동우건축(김인배)ㆍ오피스박김(박윤진).

▲ [가작] 서소문역사공원 /유원건축(이운우)ㆍ페드리코 데 마테이스(라 사피엔차 건축학부).

▲ [가작] GROUND SCAPE / 원오원아키텍스(대표 황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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