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해묵은 논란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해묵은 논란
  • 최 민 수 연구위원
  • 승인 2014.04.29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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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가 또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과거에도 수차례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으나, 장점보다 폐해가 더 큰 것으로 판정돼 매번 반려된 바 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소방시설공사는 건설공사와 분리하지 않고 통합발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공사관리 및 하자책임자를 일원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방시설공사는 예를 들어 방화셔터나 스프링쿨러 공사는 배관공사나 건축 공종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공정간 간섭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만약 소방시설공사가 분리돼 지연 시공이나 공종간 간섭 등으로 총 공사기간이 늘어날 경우, 누가 공기 지연에 대해 패널티를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해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또, 스프링쿨러나 화재감지기 설치후 기기가 작동하지 않아 재시공이나 보수공사가 불가피할 경우, 천정이나 연관설비를 제거하고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천정이나 연관설비의 재시공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분리발주에 따라 현장관리의 비효율성도 크게 증가한다. 종합건설업체는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맺어온 업체를 배제하고, 발주처가 지정한 소방시설업체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되는데, 이 경우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발생하고, 생산성이나 품질 확보가 어려워질 확률이 높아진다.
소방시설업체는 유사 사례로서 전기공사나 정보통신공사가 분리 발주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공사 등의 분리발주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 왔으며, 대표적인 업역 규제로서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 제도이다.
실제 외국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전기공사나 정보통신공사에 대해 무조건 분리발주를 강제하고 있는 국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 가운데 5개 주 정도에서 분리발주를 허용하고 있으나, 그것도 골조나 구조체 공사와 관계된 공종은 분리발주를 허용치 않고 있으며, 하자나 공정 책임이 분리될 수 있는 공종으로 국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에는 크게 축소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주는 1912년에 제정된 Wick’s Law로 불리는 ‘뉴욕주재정법(the New York State Finance Law)’ 제135조에 근거해 전기공사나 정보통신공사 등의 분리발주를 허용하고 있는데, 2013년에는 Wick’s Law의 대상 공사를 5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 이상으로 분리발주 허용 범위를 크게 축소한 바 있다.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를 업역 다툼의 문제로 한정해 보는 시각도 탈피해야 한다. 즉, 발주자나 소비자, 국민의 입장에서 소방공사의 분리발주 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성실하고 기술력 있는 소방시설업체가 시공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량하고 기술력이 있는 소방공사업체일 수록 분리발주를 반대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이유는 하도급 시에는 수주 경쟁력이 높으나, 분리발주 시에는 우리나라 공공입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주 가능성이 현격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전기공사의 예로 볼 때 입찰경쟁률이 대부분 1대 300을 넘을 전망이며, 운찰제가 통용되면서 페이퍼컴퍼니가 난립하고, 부실업체의 공사 수주를 방지하기 어렵게 된다. 현재 대형 종합건설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소방시설업체는 대부분 정예 멤버로 볼 수 있다. 웬만한 기술력과 원가경쟁력 없이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등록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소방공사의 분리발주는 시장메커니즘을 소실시키고, 소방공사 업종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건설시장의 글로벌화가 추구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과도 맞지 않다.
또,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하자담보책임 측면에서도 분리발주는 취약성이 있다.
특히 소방시설공사업체는 영세 업체가 많으며 기업의 10년 존속률이 15% 내외로 알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사후 부도, 폐업 등으로 하자보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영세업체가 장기적인 기업 비전을 갖고 성실시공에 임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방시설업체에서 분리발주를 주장하는 배경은 무엇보다도 하도급 시공 과정에서 저가 하도급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하도급 규정을 보완하거나 불법 하도급 등에 대한 규제 강화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사발주 체계를 왜곡하는 것은 시공 책임이나 하자보수 혼란, 시장메커니즘 실종 등 더 큰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소방시설공사에서 저가 하도급이 문제시되는 것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이유는 소방시설공사가 건설산업기본법상의 건설공사로 취급되지 못하면서 관련 법령에 의거한 저가 하도급 심의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 사례 등을 참조해 소방시설공사를 법적 건설공사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저가 하도급에 대한 행정적인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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