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이 법인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경우
절도범이 법인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경우
  • 김 진 호 변호사
  • 승인 2014.04.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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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주식회사 A 건설은 00은행 000 지점에 법인계좌를 개설하고, 인감 및 비밀번호를 신고하였고, 도난 당시 예금잔고가 금 1억원 정도 있었다.
절도범 B는 주식회사 A 건설의 사무실에 침입하여 예금통장 및 인장 등을 절취하고, 위 통장의 비밀번호가 A 건설 대표이사 핸드폰 전화번호 끝 네 자리임을 알아 내었다.
절도범 B는 그후 00은행 각 지점을 돌아 다니면서 1시간 30분을 경과한 단시간 내에 3세차례에 걸쳐 A 건설의 법인계좌에서 돈을 모두 인출하였다. 그 후 A 건설은 00은행 000 지점에 도난사고 신고를 하였다.
그런데 00은행의 예금거래기본약관 제16조 제1항에는 ‘은행은 예금지급청구서, 증권 또는 신고서에 찍힌 인영(또는 서명)을 신고한 인감(또는 서명감)과 육안으로 주의 깊게 비교·대조하여 틀림없다고 여기고, 예금지급청구서 등에 적힌 비밀번호나 PIN-Pad기를 이용하여 입력된 비밀번호가 신고 또는 등록한 것과 같아서 예금을 지급하였거나 기타 거래처가 요구하는 업무를 처리하였을 때에는 인감이나 서명의 위조·변조 또는 도용이나 그 밖의 다른 신고로 인하여 거래처에 손해가 생겨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은행이 거래처의 인감이나 서명의 위조·변조 또는 도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면책조항을 두고 있다.
이 때 A 건설은 00은행 직원들이 예금주 본인 여부를 확인할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절도범 B에게 예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00은행에게 예금채권의 지급 또는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가 인정될 것인가?


A : 00은행은 ① 자신의 직원들이 절도범 B에게 예금을 지급하는데 아무런 과실이 없어 민법 제470조의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고, 또한 예금거래기본약관에서 규정한 면책사유에 해당하므로 A 건설의 예금반환청구에 응할 수 없으며, ② A 건설은 예금통장 및 인장을 잘못 보관하고, 비밀번호를 절도범 B에게 알려지게 한 과실로 00은행이 절도범 B에게 예금을 지급함으로써 손해를 입었으므로 00은행은 A 건설에 대하여 손해배상채권을 갖고, 위 손해배상채권으로 위 예금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는 절취한 예금통장에서 제1예금인출이 행해진 후 단시간 내에 거래지점을 바꿔가면서 행해진 제2예금인출이나 제3예금인출과 관련하여 00은행 직원에게 인감 대조와 비밀번호 확인 조사 외에 단시간 내에 반복적인 예금청구에 대해 의심을 품고 예금청구자가 정당한 예금인출권한을 가지는지 여부를 조사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까지 부담해야 하는가가 쟁점이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절취한 예금통장에서 제1예금인출이 행해진 후 단시간 내에 거래지점을 바꿔가면서 행해진 제2예금인출이나 제3예금인출과 관련하여 은행 직원이 단순히 인감 대조 및 비밀번호 확인 등의 통상적인 조사 외에 당해 청구자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전산 입력된 예금주의 연락처에 연결하여 예금주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청구자가 정당한 예금인출권한을 가지는지 여부를 조사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그 예금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자에게 정당한 변제수령권한이 없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것인지 여부는, 인감 대조와 비밀번호의 확인 등 통상적인 조사만으로 예금을 지급하는 금융거래의 관행이 금융기관이 대량의 사무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필요에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금인출의 편리성이라는 예금자의 이익도 고려된 것인 점, 비밀번호가 가지는 성질에 비추어 비밀번호까지 일치하는 경우에는 금융기관이 그 예금인출권한에 대하여 의심을 가지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점, 금융기관에게 추가적인 확인의무를 부과하는 것보다는 예금자에게 비밀번호 등의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인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대판 2006다44791)함으로써 00은행의 주장이 맞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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